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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인증, 병원경영 개선에 약인가 독인가?

의료기관 인증, 병원경영 개선에 약인가 독인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4.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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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받기 위해 인력 보충·초과 근무 경영에 위험 줄수도
인증을 받은 기관과 받지 않은 기관에 대한 차별화 필요

의료기관들이 '인증 의료기관'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시간과 비용 등이 지나치게 소모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중소병원급 의료기관은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증 의료기관이 되면, 환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므로 병·의원에 많은 환자가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의료기관 인증을 받기 위해 외부 인력을 모셔오거나, 초과 근무로 인해 별도로 직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등 무리한 준비가 경영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

한국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이달 초 병원 9곳, 정신병원 2곳 등 11곳의 의료기관에 추가로 인증을 부여하며 전국의 인증 의료기관이 총 477곳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시행된 의료기관 인증제는 환자안전 수준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정부가 평가해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인증하는 제도이며, 기존의 '공급자 중심 의료'에서 '소비자(환자·보호자) 중심 의료'로의 전환에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제시하는 인증기준은 기본가치체계·환자진료체계·행정관리체계·성과관리체계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특히 안전보장 활동의 '환자안전' 및 '직원안전' 범주에 속하는 5개의 기준은 인증을 받기 위한 필수 기준으로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이 환자 신뢰 구축을 통해 의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증을 위한 준비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소모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주기 인증을 받은 중소병원 한 관계자는 "중소병원에서 인증을 받기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간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병원 재정을 투자해 인력과 시설 등을 보완한 뒤 인증을 받아도 이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인증을 받아도 인증을 받지 않은 중소병원과 차이도 없고, 환자들도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이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며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환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1주기 인증을 받고 4년 동안 정부는 인증기관에 대한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않았는데, 적절한 수가로 보상을 하던가, 아니면 인증을 받지 않은 기관과의 차별을 위해서라도 패널티를 주는 방식을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병의원 컨설팅 전문업체인 에이치엠씨네트웍스 김견원 대표는 "인증 준비에 최소한 4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소요되는데, 인증 준비를 위해 신규 인력을 채용 하거나 근무시간 증가로 초과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등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 경영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인증을 준비한다면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기관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환자수가 늘어나거나 병원 경영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인증원의 인증 의료기관 선정을 위한 평가방식이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의료기관이 인증을 받아도 병원 경영에 큰 이익이 되는 것이 없고, 인증을 받은 기관과 받지 않은 기관과의 차이(인센티브 또는 패널티)가 없어,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의료기관에 동기부여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의료의 질에 대한 차이를 느껴야 하는데,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인증제도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근무를 했던 경험이 있는 인력을 채용해 인증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들 인력은 인증을 받은 후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알려져, 인증 이후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

또 인증원에서 인증 실무를 담당하는 인력도 의료기관 현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서류상으로 인증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어 인증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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