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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도 이대로 안된다"...'저수가' 공론화

"의료제도 이대로 안된다"...'저수가' 공론화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4.04.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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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학계·노동계 "저수가로 의료제도 왜곡" 한목소리
노환규 회장 "포셉 대표적 왜곡사례...정상화 힘 쏟을 것"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16일 열린 의료개혁 대토론회에서 저수가 의료제도 왜곡의 주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협신문 고신정
'보건의료제도 이대로 좋은가.'

이 같은 물음에 의료계는 물론 학계와 시민사회노동계가 한 목소리로 "그렇지 않다"고 외쳤다. 세부적인 해법은 여전히 달랐지만, 현재의 의료제도가 '잘못된' 것이며 이를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특히 그간 터부시되어 왔던 저수가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논의를 진전시킬 물꼬가 트이는 분위기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과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주임교수,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장성인 대한전공의협의회장,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상근변호사는 16일 여의도에서 열린 의료개혁 대토론회 자리에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노환규 회장 "양심과의 싸움 요구하는 의료제도...핵심은 저수가"

노환규 의협회장은 이날 발제를 맡아 현행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보건의료제도가 이대로 좋은가 묻는다면 좋지 않다.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이 그 대답"이라고 말 문을 연 노 회장은 "정부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세계의 자랑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의료제도는 의사에게 끊임없이 양심의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그 중심에 저수가가 있다고 꼬집었다.

노환규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된 포셉 사태를 예로 들며 "수가가 재료대에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조직검사 한번을 할 때마다 인건비와 위험도 비용 모두 빼고 재료비로만 1만 5000원 정도 손해를 보는 구조"라면서 "이를 무조건 의사의 부도덕으로 몰아갈 수 있겠느냐. 이것이 저수가로 인해 왜곡된 우리의 의료현실"이라고 지적했다.

'2시간 대기 3분 진료'로 대변되는 박리다매식 진료행태, 상급병실료와 특진비로 대표되는 비급여 진료를 통한 수익보전 행태 등도 모두 이 같은 저수가 구조에서 파생된 문제다.

노 회장은 "지금의 의료제도는 굉장히 왜곡된 제도이고, 정부가 국민을 속여온 제도"라면서 "의료계는 그간 수가문제를 매우 조심스럽게 거론해 왔는데, 그러는 사이 우리 의료환경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앞으로 수가 얘기를 본격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장성인 대한전공의협의회장도 힘을 보탰다

장 회장은 "많은 전공의들이 교과서대로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는 의료환경, 생명을 살리기 위한 노력보다는 경제적 이유나 제도적 이유로 양심에 어긋하는 일을 해야 하는 현실에 힘들어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의료이용자가 늘면 관련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할진데, 의료비용 증가가 사회악처럼 이야기되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의료는 생명을 다루는 매우 중요한 일이고,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비용이 수반된다/ 의료와 의료비 지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더라도 근본적인 개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16일 열린 의료개혁 대토론회. ⓒ의협신문 고신정

김윤 교수 "저수가 문제 공감...국민들에 과잉진료·비급여 없다는 믿음 줘야"

학계에서도 목소리를 같이 했다.

김윤 교수는 "노환규 회장의 발제에 대부분 공감한다"면서 "저수가가 건강보험제도를 왜곡시키고 있고,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가를 적정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해법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였다.

김윤 교수는 "다만 수가를 올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불필요한 과잉진료나 비급여진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불제 개편과 의료체계 개혁, 만성질환자 및 노인환자 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행위별 수가제를 포괄수가제로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과잉진료를 막고 경증질환은 의원이, 중증질환은 대학병원이 맡아보도록 하는 제한적 경쟁체제로 새로운 전달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만성질환자와 노인환자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주치의제도가 이에 가장 가까운 제도일 것"이라로 제안했다.

덧붙여 수가 적정화 문제를 논함에 있어, 수가간 불균형도 반드시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김 교수는 "처치나 진찰 수가의 경우 원가의 50~70%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일부 영상검사 등의 경우 원가대비 수가가 18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며 "수가 불균형 문제가 저수가 못지 않게 의료왜곡을 불러오고 있다.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저수가 문제, 터놓고 얘기해보자"...사회적 논의체 제안

그간 의료계와 대척점에 서 있는 보건의료노조도 의료제도 왜곡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면서, 저수가 문제를 포함해 의료제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나영명 보건노조 정책실장은 "보건의료제도가 이대로 좋으냐면, 절대 그렇지 않다. 현행 보건의료제도는 왜곡되고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나 실장은 "병원 노동자들에게 수가는 일종의 금기의 영역이었다"고 고백하면서 "수가인상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현재의 왜곡된 의료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가구조 자체의 불합리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무조건 수가만 인상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민간보험으로 투입되는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돌릴 수 있는 방안들이 총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함께 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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