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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4.04.1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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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손창환·김원학 지음/문학동네 펴냄/2만 4000원

 
산이나 들판에서 독초를 산나물로 잘못 알고 먹어 탈이 나 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실려 오는 중독환자들을 치료하는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의사가 한국에서 자라는 독초에 대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임경수·손창환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와 김원학 전 환경전문기자가 식용식물로 오인해서 빈번하게 중독 사고를 일으키는 식물들에 대한 소개와 구별법을 담은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를 펴냈다.

저자들은 대한민국 산야 곳곳을 누비며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감자·고사리·수선화·겨우살이·양귀비·목화 등 50여 종에 이르는 독성을 가진 식물들에 대해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와 다양한 사진을 담았다.

특히 세간에 잘못 알려진 정보의 위험성을 독자들에게 경고한다. 잎의 모양과 꽃 색깔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곰취와 동의나물은 자라는 환경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바로 옆에서 함께 자라기도 해 구별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동의나물은 개울가나 도랑가에서 자라고 곰취는 그늘진 곳에 서식한다고 해서 둘을 구별하는 잣대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금과옥조처럼 맹신하는 것 또한 금물이다. 현장을 조사하다보면 두 식물이 같은 장소에 나란히 서식하는 경우도 많다.

지방마다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독성을 가진 식물이 식용식물과 유사한 형태와 생태를 가진 탓에 그 식용식물과 비슷한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식물의 이름에 쓰인 아재비라는 명칭은 비슷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얼핏 보면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겉보기에 비슷하고 이름 또한 비슷하다고 해서 가까운 사이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탱자아재비는 백량금의 이명으로 꽃잎이 탱자나무와 유사하다는 뜻에서 유래했지만 탱자와는 거리가 멀다. 탱자는 귤이나 오렌지 등이 포함된 훈향과이며, 백량금은 자금우과의 식물이다. 수련아재비는 자라풀의 다른 이름인데, 수련과는 제법 차이가 두드러진다.

또 독초의 구별법뿐만 아니라 역사와 과학 지식까지 담았다. 1970년대 '신초(神草)'라 불리며 국내에서 접골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컴프리의 경우, 어원이 '뼈를 접합하다'라는 라틴어 'con firma'에서 유래했고, 십자군 원정에서 돌아온 병사들이 이슬람에서 가져와 그 효용이 알려졌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유래 탓에 컴프리에 대한 맹신이 커졌지만, 실제로는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라는 유독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간정맥 폐쇄성 질환을 일으키고, 간경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이 책의 저자인 손창환 교수는 "응급실에 중독 사고로 오시는 분들은 약초라는 사실에만 매몰돼 독초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라며 "약초와 독초는 양날의 검이다. 유독성분도 사용하기 따라서 약이 되고, 반대로 약으로 쓰이는 식물도 일정량을 초과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경수 교수도 "사람에게 저마다의 색깔이 있듯이 이름 없는 풀 하나에도 저마다의 특성이 있다"며 "독초에도 저마다의 색깔과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독초의 이름과 모양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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