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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17:24 (목)
평화와 전쟁

평화와 전쟁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4.04.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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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혁 지음/신광출판사 펴냄/2만 2000원

 
망백(望百)의 노 학자는 지금도 이 책 저 책 안가리고 아무런 계획없이 책을 읽는다. 그 속에서 마음에 닿는 구절이 있으면 되뇌이고, 혹 잊혀진 구절이 떠오르면 아쉬움에 어렴풋한 기억속을 주유한다. '책을 읽는 것은 멋지게 죽기 위한 것'이라는 몽테뉴의 아포리즘을 '멋있게 죽는다는 것은 말년을 멋지게 산다는 뜻'으로 여기며, 삶이 허락한 시간과 인연 속에서 남겨진 편린들을 글로 남긴다.

우강(又岡) 권이혁 서울대 명예교수가 아홉번째 에세이집 <평화와 전쟁>을 펴냈다.

여든을 넘겨 공직을 마무리하면서 펴낸 첫 우강에세이집 <여유작작>(2006)에서 시작된 선생 자신과 맺은 약속('매년 에세이집 출간')은 <온고지신>(2007) <마이동풍>(2008) <어르신네들이여, 꿈을가집시다>(2009)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자>(2010) <청춘>(2011) <인생의 졸업과 시작>(2012) <여유를 즐기자>(2013)를 지나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이번 책에는 '평화'를 담았다. 세상사에 전쟁·싸움·갈등·반목이 없을 수 없고 그래서 더욱 평화가 소중하겠지만, 선생은 모든 것에 앞서고 중심이 되는 평화를 이야기한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평화 속에 점철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최근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대한 정제된 담론을 펼친다.

아흔 해 넘는 삶 속에서 맺어진 교유의 폭은 책 속에 옮겨진 많은 정관계·의료계 인사들로부터 가늠할 수 있다.

'아름다운 사제간의 정분'에서는 ▲이기영 선생과 서정선 교수 ▲서병설 스승과 이순형 제자 ▲안윤옥 교수의 큰 절 ▲미즈시마 교수와 최희영 교수 등과의 사연이 소개되고, '그리운 사람들'에서는 ▲고병익 전 서울대 총장 ▲이문호 전 대학의학회장을 추억하며 생전 인연을 풀어놓는다.

'존경하는 인물'에서는 ▲김동건 아나운서클럽 회장 ▲김명호 연세대 명예교수 ▲김병수 전 연세대 총장 ▲김성진 박사 ▲박태원 전 인하대 총장 ▲손일근 서울대 총동창회 상임부회장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윤성민 전 국방부장관 ▲이충구 유닉스전자 회장 등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슬픈 일'에서는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김창환 전 대학민국학술원 회장 ▲문인구 3·1문화재단 이사장 ▲조규상 카톨릭대학교 명예교수 ▲박영식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등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글로 새기고, 점점 인원이 줄어들고 있는 1923년생 모임인 '23회'·서울의대 1회졸업생 모임인 '근인회' 벗들에 대한 서글픈 마음을 옮겨 놓는다.

책 마무리에 자리한 '이상적인 죽음' '어느 여인의 일생' '지팡이 이야기' '뜻밖의 감투' '담배이야기' '교양있는 이혼' '또다시 운명론을 생각한다' 등 스물 두 편의 단상은 세상을 바라보는 겸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온다. 

선생은 '노요(路遙)에 지마력(知馬力)이요, 일구(日久)에 견인심(見人心)이라(길이 멀면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면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인생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에서 후학들에게 권면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망백을 보낸 선생은 지금 "여유작작하고 유머가 있는 인생"을 서원한다. 누구에게나 모든 일에서나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하면서….

이제 망백을 거뜬히 지나셨으니 백수(白壽)가 머지 않았고, 상수(上壽)를 지나도록 선생의 '약속'이 이어지길 바랄뿐이다(☎02-925-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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