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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논쟁| 갑상선암 과잉 진단 논란...어떻게 봐야할까?

|지상논쟁| 갑상선암 과잉 진단 논란...어떻게 봐야할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4.0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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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국림암센터 교수"무증상 조기검진은 필요 없어"
정재훈 성균관의대 교수 "조기 진단·치료 의학적으로 중요"

최근 국내에서 급증하고 있는 갑상선암에 대한 과잉진단·진료 문제가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갑상선암 과다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는 의학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가 필요 이상 많이 시행되면서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증상이 있거나 갑상선암이 손으로 만져지는 크기만 검사를 하면 된다며, 불필요한 초음파 검사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검진 가이드라인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갑상선학회는 진료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갑상선암 진단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이를 규제하려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갑상선암 과잉 진단 및 진료 논란과 관련 의사연대(서홍관 교수)와 대한갑상선학회(정재훈 교수)의 주장을 이슈별로 재구성해 소개한다.<편집자주>

▶갑상선암 증가…학회·의사연대 모두 공감
갑상선암이 최근 급증한 것에 대해서는 의사연대와 갑상선학회가 모두 공감을 하고 있다.

서홍관 교수
의사연대를 대표해 서홍관 교수(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는 "우리나라는 갑상선암 발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라고 밝혔다. 2011년 국내 갑상선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 당 81명으로, 미국의 5.5배 영국의 17.5배,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며, 지난 30년 동안 약 '30배' 늘어 폭발적인 증가를 기록했다는 것.

정재훈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도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19세 미만의 소아암 발생을 보면 다른 암들은 증가가 없는 반면에 갑상선암은 약 2.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소아 및 청소년들은 성인과 달리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연령층임을 고려하면 조기진단 외에 다른 원인에 의해 갑상선암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국내·외 많은 갑상선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원인 규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갑상선암 증가 원인에 대한 해석은 달라
갑상선암이 증가한 것에 대해서는 의사연대와 학회가 모두 공감을 했지만, 증가 원인에 대한 해석은 달랐다.

정재훈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갑상선암이 증가하고 있는데, 주된 이유는 초음파기기가 갑상선암 진단에 도입돼 과거에 만져지지 않았던 작은 갑상선 유두암이 조기진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기진단만으로 최근의 증가 양상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갑상선암이 우리나라에서만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외국과 달리 쉽게 병원을 방문하여 큰 돈 들이지 않고 쉽게 원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 ▲2002년 이후 모든 병원마다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넣어 갑상선암의 조기진단이 가능하게 된 것 ▲다른 암과 비교해 갑상선암 발생에 유전적 소인이 환경적 요인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갑상선암에 쉽게 이환될 수 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또 민간보험과 관련돼 진단을 적극적으로 받고자 하는 환자들의 욕구, 진료권고안이 법적인 보호막이 되지 못하므로 실제 진료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못하는 문제, 이밖에 요오드의 과다 섭취, 의학적 방사선피폭의 증가 등도 일부 증가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홍관 교수는 "갑상선암 증가는 실제로 암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진단이 증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안윤옥 등의 연구에서 1986~1987년 당시에는 조직학적으로 유두암 77.4%·여포암 10.4%·수질암 0.9%·역형성암 1.7%·미상 9.6%이었으나, 보건복지부 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0년에 발생한 갑상선암의 조직학적 유형은 유두암 96.8%·여포암 1.6%·수질암 0.4%·역형성암 0.2% 등으로 보고 된 바 있어서, 결국 최근 수십년간 갑상선암의 증가는 경과가 좋은 유두암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갑상선암의 크기의 변화를 살펴보면, 1995~2006년 동안 1개 대형병원 수술 사례를 분석한 연구에서 1㎝ 이하인 미세 유두암 비율이 1995년 14%이었으나 2006년 56%로, 그리고 2㎝ 이하의 작은 유두암 비율도 같은 기간에 33%에서 82%로 크게 증가했음을 밝혔다"며 "결론적으로 국내 갑상선암의 증가의 원인은 암 자체의 증가라기보다는 작은 갑상선 유두암 진단의 증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증상' vs '무증상' 진단 논란 시각차 커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진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증상일 때에도 진단을 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먼저 서홍관 교수는 "무증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갑상선암을 조기 진단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암 검진을 통한 수명연장의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그런 검진은 불필요한 낭비가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 교수는 "선진국에서 검진을 권고하는 암은 자궁암·유방암·대장암 밖에 없으며, 우리나라는 위암과 간암이 많기 때문에 국가 암 검진 가이드라인에는 위암·대장암·유방암·자궁암·간암에 대해서만 검진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09년 대한내분비학회에와 대한갑상선학회 갑상선 분야의 전문가들이 토의한 내용이 <의협신문>에 게재됐는데, 결론은 '암 조기발견에 의한 사망률 감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암의 초음파를 이용한 스크리닝이 권고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2009년 이후에 이러한 결론이 달라질 만큼 갑상선암의 성상이 바뀌거나, 갑상선암의 진단도구나 치료기법이 새로워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교수
반면, 정재훈 교수는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으며, 암이 4~5㎝ 이상으로 커서 주위 장기를 압박하거나, 주위 조직으로 진행된 경우에야 증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또 "암이 여러 장기로 원격전이되는 경우 전이 장소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므로 증상이 나타나서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이미 암은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완치 목적의 치료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갑상선종양의 위치와 크기, 목의 두터운 정도, 그리고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서 갑상선종양의 발견 정도가 달라진다"며 "실제로 1㎝ 이상의 갑상선종양도 의사의 촉진만으로는 절반도 발견할 수 없으며, 초음파검사로 발견되는 갑상선종양의 약 15%만 숙련된 의사가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갑상선 암 진단은 권고의 대상인가?
서 교수는 "전 세계에서 갑상선암에 대한 검진을 권고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갑상선암 검진은 권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 예방서비스 위원회(USPSTF)는 선별검사 추천의 권고를 5개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갑상선암에 대한 선별검사를 1996년에 이미 'D'로 평가했다는 것도 근거로 제시했다.

서 교수는 "췌장암처럼 경과가 너무 나쁜 암은 검진을 시행해도 사망률이 높아 검진의 이득이 적기 때문에 비용과 손실을 감안해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갑상선암은 증상이 나타난 뒤 검사를 하더라도 조기진단을 한 경우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경과가 좋아서 검진의 비용과 손실을 감안할 때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갑상선암 조기검진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경과가 나쁜 갑상선암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갑상선암도 조기에 찾아서 완치시키면 좋은 일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존율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검진을 부추기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다행히도 갑상선암에서 경과가 좋은 유두암이 96.8%에 이르고, 경과가 나쁜 역형성암은 0.2%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며 "20대, 30대 여성들이 0.5㎝도 안되는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해 평생 암환자로 살명서 약을 먹어야 하는 비극은 없애야 하므로 정부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재훈 교수는 진단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면서 의사연대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음을 언급했다.

정 교수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1㎝ 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일부에서 1㎝ 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는데, 종양의 직경이 0.6㎝~1㎝ 사이는 얘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0.6~1.0㎝ 사이의 갑상선암 35년 재발률이 14%로 높고, 암의 크기가 0.6㎝ 이상부터 측면 림프절전이가 더 흔하게 발생하며, 0.6~0.8㎝ 이상부터 원격전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경과관찰보다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

정 교수는 "다른 암과 달리 갑상선암의 생존율을 발표할 때는 5년 생존율이 아닌 최소 10년에서 30년 생존율을 사용해야 한다"며 "최근에 문제가 되는 1㎝ 이하의 작은 암의 경우 치료를 시작한지가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판단은 너무 이르고, 앞으로 10~20년 후에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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