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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경제논리보다 의학적 판단 근거해야"

[긴급진단] "경제논리보다 의학적 판단 근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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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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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
대한갑상선학회 입장

최근 국내에서 급증하고 있는 갑상선암에 대한 과잉 진단·진료 문제가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는 의학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가 필요 이상 많이 시행되면서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증상이 있거나 갑상선암이 손으로 만져지는 정도의 크기만 검사를 하면 된다며, 불필요한 초음파 검사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검진 가이드라인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갑상선학회는 진료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갑상선암 진단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이를 규제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갑상선암 과잉 진단 및 진료 논란과 관련 의사연대와 대한갑상선학회의 주장을 지면을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이 급증하는 이유

▲ 정재 훈(삼성서울병원 갑상선센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갑상선암이 증가하고 있다(1). 주된 이유는 초음파기기가 갑상선암 진단에 도입돼 과거에 만져지지 않았던 작은 갑상선 유두암이 조기진단됐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조기진단만으로 최근의 증가 양상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미국의 국가통계자료를 보면 1㎝ 이하의 미세유두암의 증가도 있었지만 1∼2㎝ 이상의 큰 갑상선암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2, 3).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10년간 19세 미만의 소아암 발생을 보면 다른 암들은 증가가 없는 반면에 갑상선암은 약 2.3배 증가했다(1). 소아 및 청소년들은 성인과 달리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연령층임을 고려하면 조기진단 외에 다른 원인에 의해 갑상선암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내외 많은 갑상선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원인 규명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4).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과 달리 쉽게 병원을 방문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쉽게 원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둘째, 2002년 이후 모든 병원마다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넣어 갑상선암의 조기진단이 가능하게 됐다. 저수가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진 의료기관들이 보험적용을 받지 않는 건강검진 사업에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는 의료환경의 탓도 있다.

셋째, 다른 암과 비교해 갑상선암 발생에 유전적 소인이 환경적 요인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갑상선암에 쉽게 이환될 수 있다(5, 6). 그리고 우리나라 가족성 갑상선암의 빈도(9.6%)는 다른 나라들 (4.0~8.8%)에 비해 높다(7).

넷째, 민간보험과 관련돼 진단을 적극적으로 받고자 하는 환자들의 욕구, 진료권고안이 법적인 보호막이 되지 못하므로 실제 진료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못함 등이 있다. 그리고 요오드의 과다 섭취, 의학적 방사선피폭의 증가등도 일부 관여하리라고 생각한다.

'1㎝ 이하 갑상선암 수술 필요 없다' 주장 근거 있나?

2010년 대한갑상선학회는 갑상선암 진단 및 치료에 관한 개정된 권고안에서 갑상선종양이 직경이 0.5㎝ 이하인 경우 주위 림프절로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한 세포검사 자체를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는 종양의 크기에 따라 장기간의 예후가 달라진다는 보고들에 근거한다(8, 9). Mazzaferri 등도 종양의 직경이 0.5㎝ 이하는 세포검사를 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

실제로 0.5㎝ 이하의 작은 갑상선종양에서는 실제로 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초음파소견상 악성을 시사하는 위양성률이 높고, 세포검사를 시행할 때 부적절한 검체의 빈도가 높다.

또 작은 종양은 시간을 두고 관찰해도 성장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고, 간혹 종양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10). 일부에서 부검소견에서 갑상선암이 흔히 발견됐으므로 1㎝ 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실제로 그럴까? 부검자료에서 발견되는 갑상선 잠재암은 0.45∼36%에서 발견되나, 대부분의 크기는 0.3㎝ 이하이다(11, 12). 결론적으로 추적관찰을 하다가 종양이 0.5㎝를 초과하는 크기로 커지거나 주위로 진행되는 소견이 발견될 때에 세포검사를 해도 무방하다.

종양의 직경이 0.6㎝와 1㎝ 사이가 애매하다. 그러나, 0.6∼1.0㎝ 사이의 갑상선암 35년 재발률이 14%로 높고, 암의 크기가 0.6㎝ 이상부터 측면 림프절전이가 더 흔하게 발생하며, 0.6~0.8㎝ 이상부터 원격전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경과관찰보다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9, 13~15). 이러한 크기의 갑상선암은 미국갑상선학회에서도 수술을 권유하고 있다(16).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 주장은 올바른 표현인가?

먼저 갑상선암의 자연적 경과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미분화암처럼 진단 후 3∼6개월 이내에 90% 이상이 속수무책으로 사망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진행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소위 '뒤늦게 재발하고 뒤늦게 사망한다'.

즉, 누적 사망률은 진단 후 5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17). 따라서 진단 후 사망에 걸리는 시간의 중간 값이 15년 정도이므로 최소 15년 이상의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

다른 암과 달리 갑상선암의 생존율을 발표할 때는 5년 생존율이 아닌 최소 10년에서 30년 생존율을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 문제가 되는 1㎝ 이하의 작은 암의 경우 치료를 시작한지가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판단은 너무 이르고, 앞으로 10∼20년 후에 판단해야 한다.

'증상이 있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갑상선암만 치료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다. 암이 4∼5㎝ 이상으로 커서 주위 장기를 압박하거나, 주위 조직으로 진행된 경우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또 암이 여러 장기로 원격전이되는 경우 전이 장소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서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완치 목적의 치료를 할 수 없다.

갑상선종양의 위치·크기, 목의 두터운 정도,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갑상선종양의 발견 정도가 달라진다(18). 실제로 1㎝ 이상의 갑상선종양도 의사의 촉진만으로는 절반도 발견할 수 없으며, 초음파검사로 발견되는 갑상선종양의 약 15%만 숙련된 의사가 촉진할 수 있다(19).

결론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는 절대적인 해악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하나, 이를 빌미로 비합리적이고 획일적인 제재가 가해진다면 이는 더 나쁜 해악이다.

2013년 대한갑상선학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의 유용성'에 관한 공동연구에서 이와 관련한 1차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갑상선암의 초음파 선별검사를 권고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20).

개인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일종의 기본권이다. 이를 어느 누구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이다. 만약 갑상선종양이 발견됐다면 입증된 자료에 근거해 제시된 진료지침에 따라서 환자를 치료하면 된다.

치료 계획은 각 개인의 의학적 상태, 정확한 진행 정도 파악 및 기대 여명 등을 고려해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방향으로 경제 논리가 아닌 순수한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수립돼야 한다. 의료 행위는 효율의 문제가 아닌 환자의 생명과 안위만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참고문헌

1. 보건복지부 중앙등록본부 자료
2. Davies Let al., JAMA 295: 2164-2167, 2006
3. Chen AY et al., Cancer 115: 3801-3807, 2009
4. Enewold L et al., Cancer Epidemiol Biomarkers Prev 18: 784-791, 2009
5. Czene K et al., Int J Cancer 99: 260-266, 2002
6. Mousavi SM et al., Int J Cancer 129: 2248-2255, 2011
7. Park YJ et al., Thyroid 22: 356-362, 2012
8. Machens A et al., Cancer 103: 2269-2273, 2005
9. Noguchi S et al., World J Surg 32: 747-753, 2008
10. Mazzaferri EL et al., Thyroid 18: 597-602, 2008
11. Harach HR et al., Cancer 56: 531-538, 1985
12. 정재훈. 대한내분비학회지 23: 391-394, 2008
13. Chow SM et al., Cancer 98: 31-40, 2003
14. Roti E et al., J Clin Endocrinol Metab 91: 2171-2178, 2006
15. Jung TS et al., 대한갑상선학회지 4: 47-53, 2011
16. Cooper DS et al., Thyroid 19: 1167-1214, 2009
17. Mazzaferri EL. Thyroid 9: 421-427, 1999
18. Tan GH et al., Ann Intern Med 126: 226-231, 1997
19. Knudsen N et al., Thyroid 9: 1069-1074, 1999
20. 한국보건의료연구원. www.nec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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