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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문맥 혈전증 환자에 고난이도 간이식 성공

간문맥 혈전증 환자에 고난이도 간이식 성공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4.04.0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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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간센터, 간이식 성공률 100% 자랑
교수가 수술 후 직접 관리·치료 맡아 성공률 높여

간경변증을 앓던 박성애(65, 여)씨는 지난 해 크리스마스에 이대목동병원에서 간이식을 받고 제2의 삶을 선사 받았다.

박 씨의 간이식은 극적이었다. 그는 폐렴과 함께 심한 황달·복수·심한 간성 혼수로 의식이 거의 없이 2주 가까이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의료진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KONOS)의 뇌사자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렸다.

간성 혼수가 뇌사자 우선 선정 조건이 돼 명단에는 올릴 수 있었지만 장기 이식 대기자가 많아 실제 이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가족들에게는 기다리는 동안 돌아가실 수 있다는 절망적인 얘기도 이미 전해진 상태였다.

"박성애씨 뇌사자 선정됐어요. 우선 순위에 있던 다른 병원에서 포기했어요"

연말 분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낮 12시 경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로부터 뇌사자가 발생해 그 이식 대상자로 박성애 씨가 선정됐으니 공여 간을 가지러 오라는 연락을 받은 것.

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홍근 교수<왼쪽>와 건강을 되찾은 박성애 씨.
대상자로는 선정됐지만 간을 구해오기 위해서는 바로 뇌사자가 있는 대전으로 가야했다. 수술을 집도할 홍근 교수팀은 당시 KTX 파업과 크리스마스 이브라 표를 구할 수 없어 평소 같이 고속열차를 이용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앰뷸런스를 동원하고 오후 3시 출발해 도착한 병원에서 6시 반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얻기 위한 수술을 시작했다. 이 또한 분할 간이식과 폐·심장 구득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새벽 한 시에 어렵사리 간 구득을 마치고 새벽 3시에 다시 이대목동병원에 도착해 이현국 교수가 박 씨의 간을 제거하는 동안, 구득한 간의 혈관 정비를 하는 벤치(bench) 수술을 하고, 홍근 교수는 박 씨 몸에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다.

뇌사자로부터 이식할 간을 구하는 것부터 모든 것이 어렵게 진행된 간이식 수술이었지만 제일 큰 문제는 박 씨의 몸상태였다.

오랜 투병생활과 심한 간성혼수로 인해 박씨의 몸 상태는 간이식을 받아도 의식이 돌아올지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져 있었다. 특히 간경변증으로 인한 간문맥에 혈전이 생겨 완전히 막혀 있었던 것. 간문맥은 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으로 이것이 혈전으로 막혀 있을 경우 혈전을 제거하거나 신정맥으로부터 혈관을 이어붙여야 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은 간문맥에 손상이 갈 수도 있고 대량 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수술이 될 수 있어서 이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시행할 수가 없다. 이현국 교수가 박씨로부터 기능을 못하고 있는 간을 떼어낸 후 홍근 교수의 집도로 직접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부터 시작해 구해온 간을 문합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뇌사자 발생부터 24시간이 지난 크리스마스 당일 정오를 넘어서야 모든 간이식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박씨의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간성혼수가 심했던 환자여서 의식이 돌아오는 것이 관건이었다. 다행히 간은 기능을 되찾았고 의식도 돌아와서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술 전 호전되고 있던 폐렴이 다시 악화됐다. 중환자실에서 다시 기도 삽관 및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았고, 설상가상으로 급성신부전이 악화돼서 투석도 같이 병행해야 하는 기간이 2주 이상 지속됐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지만 이영주 중환자 실장과 홍근 교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달 남짓 기나긴 중환자실 투병 결과 결국 폐렴과 신장 기능은 호전됐고 인공호흡기를 중단할 수 있었다. 간 기능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의식이 없어 가족도 알아 볼 수 없었던 박씨는 처음으로 가족들을 알아보고 눈물을 흘렸다. 일반 병동으로 옮긴 후 장기간 투병생활 및 중환자실 치료로 정상적인 보행이 되지 않아 재활 치료를 시작했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퇴원을 하게 됐다.

개소 1주년을 맞이하는 이대목동병원 간센터는 지난 해 4월 10일 간이식을 시작한 이래 매번 뇌사자 장기이식부터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생체 간이식까지 어려운 간 이식 수술을 잇따라 시행해 100% 성공하면서 간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대목동병원 간센터는 B형간염·간세포암·C형 간염·알콜성 간경변증·선천성담도폐쇄증으로 소아시절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지내다 갑자기 악화돼 간이식을 받은 환자 등 다양한 원인 질환에 대한 간이식을 잇따라 성공시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씨의 간이식을 집도한 홍근 교수는 "다양한 원인 질환에 대한 간이식 성공은 어떠한 질환의 환자도 이식이 가능하며 질환별 수술 후 관리가 가능하고, 뇌사자 간이식뿐만 아니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생체간이식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고른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100% 성공률은 수술 능력도 중요하지만 신속하면서도 세심한 수술 후 관리 및 치료가 중요하며 우리 병원의 특화된 장점" 이라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간이식 100% 성공률의 뒤에는 의료진의 신속한 수술 후 관리 및 치료도 한몫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 관리는 일차적으로 전공의 또는 전임의가 맡게 되지만 이대목동병원은 중환자 전문의인 이영주 중환자실장과 수술 집도의인 홍근 교수가 직접 환자 상태를 점검하고 수술 직후에는 24시간 대기 상태로 한 순간만 지체해도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간이식 환자를 위해 신속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이 고난이도 간 이식 수술을 잇따라 성공시킴에 따라 앞으로 일부 병원에 편중돼 있던 간이식 수술 대기 현상도 해소되고 환자들의 병원간 이동에 따른 불편과 비용 부담도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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