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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10%감축 교육부 해석 제멋대로

의대정원 10%감축 교육부 해석 제멋대로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2.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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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발특위 의대입학정원 10%감축안 절반의 성공 그쳐

지난4월부터 의발특위 의료인력전문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고, 숙고끝에 내놓은 의대입학정원 10%감축안이 지난 9월3일 교육인적자원부의 감축안 발표로 절반의 성공에 그치며 난관에 부닥쳤다.

의발특위가 내놓은 의대입학정원 10%감축안은 지난 2000년 의정대화에서 합의된 의과대학 정원 10%감축과 이후 연차적으로 30%까지 줄이기로 한 합의안을 고려할 때 `성취해야할 최소한의 수치'였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교육부 발표에 실망과 함께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교육부의 이번 발표를 의과대학 입학정원 감축 동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일단은 성과가 있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의견도 내놓고 있으나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에서 발족된 의발특위의 최종 합의 사항조차 정부 정책수용과정에서 크게 훼손되자 위원회의 정체성이 손상됐으며, 해체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감축안의 요지는 `의정 합의사항은 정원 10% 감축'이므로 2004학년부터 2006년까지 입학정원, 편입학 정원 등을 합해 총 감축분이 입학정원의 10%에 도달토록 조치해 2002년 입학정원 3,253명의 10%인 325명을 감축하겠다는 것.

이는 얼핏 보면 의발특위의 10% 감축안을 받아들인 것 같지만 실제 입학정원의 신규 감축은 173명으로 감축분은 5.3%에 불과하다. 의정 합의사항인 `의과대학 정원 10%감축' 에서 `정원'을 의료계는 당연히 `입학정원'으로 인식해왔으나 교육부는 입학정원 외 편입학 정원 등을 모두 합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아무튼 교육부 안에 따르면 입학정원 신규감축(2004년 적용)이 173명이 되고, 정원의 학사편입학 정원 114명, 정원외 입학정원 38명을 감해 325명의 의사면허를 받는 사람의 수를 실질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정원외 학사편입학 정원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9조 제2항 제3호의 학사편입학규정을 의대에 대해서는 적용배제하고 감축시기는 2003년도중 관계법령을 개정해 2005학년도 부터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교육인적자원부는 올초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면서 의학전문대학원 전환대학은 현 의예과 폐지 또는 감축 정원을 승계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해 정원외입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어 학사편입학은 물론 일반편입학도 의학전문대학원제도 도입과 함께 자동적으로 없어지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원감축안에 정원외 학사편입학 정원 감축안이 마치 새로운 안인 것 처럼 삽입함으로써 감축규모가 10%에 이르는 것으로 현혹하자 교육부에 대한 불신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교육인적자원부는 2002년 입학정원 3,253명을 근거로 감축안을 마련했으나 실제 입학정원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각 의과대학들이 의협에 제출한 2002년 의예과 입학생 통계자료를 근거로 산출한 결과 41개 의과대학의 인가정원은 3,260명이나, 정원외 입학생을 포함할 때 3,634명에 이르며, 더욱이 가천의대가 아예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두 군데 대학의 자료부실를 감안하면 최소한 3,700여명 선이 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한편 교육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정원외 입학(학사편입, 재외국민입학, 농어촌 특별전형등)으로 의대 학생선발에 대해 별도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정원감축안에서 이를 언급함으로써 의과대학들이 정원외 입학으로 학생수를 늘리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해 왔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의사의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채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선심성으로 수많은 의과대학이 인가되면서 이미 86년부터 WHO는 국내의 의료인력의 과잉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의료경제는 일반 시장경제원칙과 달라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낮아지기 보다는 불필요한 의료의 창출로 이어져 국민의료비를 높이는 부작용이 지적돼 오면서 의사공급과잉의 폐해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정치성 선심에 의대수가 늘어나고 여기에 어떻게든 학생수를 늘리려는 대학들의 편법으로 현재 입학정원의 15%선까지 정원외 입학생이 늘어나면서 의사수를 늘이는데 공헌(?)해 왔다.

의사인력 공급 과잉문제는 이미 경제기획원 산하 정부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 등 국책 연구기관에서는 경고해 온 사실이다. 이들 연구를 종합해 보면 97년 국내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은 인구 10만명당 7.8명으로 미국의 6.5명, 일본의 6.2명, 캐나다의 6.3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98년 연구에도 주요 선진국의 국민소득 1만불시대 인구 10만명당 의사수는 일본 127명, 미국 136명으로 우리나라의 136명과 거의 대등한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의사인력을 제외한 수치로 한의사인력을 포함할 경우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태가 이러한 데도 교육부는 의정합의사항을 실천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다 올해 4월 의발특위가 시작되자 방관자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

의발특위 의료인력전문위원회에서 2003년부터 10%감축안을 내놓자 2003년 대학입학정원이 결정된 사항에서 이를 반영하기 힘들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그동안 정원외 입학등 학생수 늘이기에 한 몫 해온 41개 의과대학에 정원감축에 대한 찬반 의견(28개 의대 감축반대)을 물어 마치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것 처럼 위장하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이미 의료인력전문위원회가 10%감축을 결정한 회의와 의발특위 최종회의에서 교육부 관계자가 전면 불참하면서 이번 사태를 예견케 하기도 했다.

한편 의협은 의발특위 탈퇴등 초강수를 두며, 10%감축을 관철키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국내 저명한 한 의학교육자는 교육부가 규모의 적정화로 10%감축안을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의 예를 들어 입학정원 150∼140명은 20%, 120명은 15%, 100명은 10%, 90∼80은 5%정도로 입학정원을 감축하고, 50명 이하(18개교)인 의대는 인정평가등을 실시해 교육여건이 미비하면 과감한 통폐합을 유도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42개 의대 중 입학정원이 50명인 곳은 6개에 불과하고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계가 주장한 2003년부터 감축은 이미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온 것 처럼 보인다. 다만 의사공급과잉이 국민보건에 초래할 해악을 경고해온 의료계의 목소리를 경청해 5%에 불과한 감축안을 상향시켜 10%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결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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