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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잘 조절하면 정상적인 삶 살 수 있어"

"조울증 잘 조절하면 정상적인 삶 살 수 있어"

  • 박선영 인턴기자 가톨릭의전원 4학년
  • 승인 2014.03.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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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조울병학회 서울개최 주역 하규섭 교육부회장·주연호 한국지회장
한국정신의학계 최초의 글로벌 학술대회 개최...새로운 치료법 등 논의

세계 조울병 전문가들이 조울병에 대한 이해와 치료 방법을 공유하는 국제조울병학회 제16차 연례학술대회가 3월 18~21일까지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국제조울병학회는 전 세계 500여개국에서 2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조울병 치료 전문가 모임이다. 이번 서울미팅은 미국 중심의 국제조울병컨퍼런스와 국제조울병학회가 합병되면서 열리는 첫번째 대회여서 의미가 큰데, 서울대회를 준비하는 데 앞장선 하규섭 국제조울병학회 교육부회장(국립서울병원장)과 주연호 국제조울병학회 한국지회장(서울아산병원)을 만나 학술대회에서 어떤 내용이 집중적으로 다뤄졌고 최근 치료 이슈는 무엇인지 들어봤다.<편집자주>

  하규섭 국제조울병학회 교육부회장
Q. 국제조울병학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 하규섭 : 미국에서 열리던 학회와 그 외 국가들에서 열리던 학회가 하나로 합쳐졌다. 그 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국제 조울병학회가 열리는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정신의학계 최초의 글로벌 학술대회라서 의미가 크다.

국제조울병학회는 임상적인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울증 환자들이 사회 안에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Q. 조울증이란 어떤 병인가?
- 하규섭 : 사람들은 보통 기분이 업 됐다가 갑자기 다운되는 것을 조울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통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러한 기분 변화는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며칠 혹은 몇 달씩 기분이 좋거나 가라앉는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또 우울증을 갖고 있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조울증을 갖고 있다. 우울증과 조울증은 사촌지간인데 치료제가 다르다. 조울증 환자에게 우울증 약만 쓸 경우 조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조울증은 20~30대에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사춘기나 어린나이에도 조울증이 생기는 것 같다는 주장이 있다. ADHD도 조증 증상의 일부일 수도 있다. 이 두 가지가 진단을 하는데 가장 큰 이슈다.

- 주연호 : 조울병의 증상이 기분증상 뿐만 아니라 정신병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정신병적 증상에만 집중해 조현병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조울병은 삽화성으로 나타나고 치료를 잘 받으면 사회에 복귀 가능한 병이다. 하지만 조현병으로 진단되면 치료도 더 어려워지고 사회적인 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가 있다. 환자가 조현병 같아 보여도 혹시 기분증상이 있는지 잘 살펴 잘못된 진단을 받고 치료가 잘못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Q. 조울증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 하규섭 : 상대적으로 조증이 우울증보다 빨리 낫는다. 우울상태는 조증보다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울증은 2주안에 효과를 좋게 해주는 약이 없다.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하지만 환자들이 효과를 빨리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이것저것 약을 많이 써보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서도 약을 처방해놓고 지켜보도록 하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치료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빨리 좋아지게 하는 약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연구들도 진행중이다.

 주연호 국제조울병학회 한국지회장
- 주연호 : 우울증과 관련된 치료 약물이 많이 부족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약물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는게 어려워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가이드라인 같은 경우는 학회에서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알지 못하고 경험적으로 환자를 보는 것과 가이드라인을 알고 환자 개개인에 따라 변형시켜나가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모든 치료가 가이드라인대로만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환자마다 병의 특성이 다르고 거기에 맞춰서 치료를 해 나가면 된다.

Q. 조울병과 관련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하규섭
: 조울병의 치료에 있어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융합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조울병의 치료는 가이드라인보다는 의사의 경험을 따른다. 한국의 경우 조증 상태의 치료는 60%정도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지만 우울상태일 때의 치료는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경우가 적다. 이는 우울증 상태 때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까지 통일된 치료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조울병은 심리적인 병이 아니라 뇌의 질환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영상학적이나 혈액학적으로 정확한 소견이 발견된 것은 없지만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유전적인 소인이 있기 때문이다.

유전이 된다면 이것은 DNA와 관련된 것이고 신체적인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염증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뇌뿐만 아니라 신체 전체의 염증반응이 있는 전신 질환으로 생각돼 영상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소염제를 사용하는 치료법도 연구되고 있다.

Q. 국제조울병학회 차원에서의 캠페인 등은 없나?
- 하규섭 : 아직 우리 사회는 우울증만 해도 정신과 질환이라고 해서 사회적 편견이 크다. 민간보험 가입도 못하고, 병이 있어도 불이익을 받을까봐 병원을 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정신보건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다.

국제조울병학회는 학회 마지막 날 '옹호(advocacy)'의 날을 만든다.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그룹을 형성하고 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또 학술대회장 내에 여러 조울증 환자들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병을 예술적인 것으로 승화시키는 모습과 그들이 병을 잘 조절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하규섭 : 이번 학술대회에서 3월 30일을 세계 조울증의 날(World bipolar day;WBD)로 제정한다. 이날은 대표적인 조울증 환자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빈센트 반 고흐의 생일이기도 하다. 그는 병을 앓는 사람이 이룰 수 있는 업적과 병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의사나 연구자뿐만 아니라 '옹호' 그룹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환자들에게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또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중이라는 것을 알릴 것이다. 그들이 사회 안에서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정신질환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사람들에게 조울증은 잘 조절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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