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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사라질 아이 위해 서울-부산 26년 '왕진'
희망 사라질 아이 위해 서울-부산 26년 '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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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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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조범구 교수
▲ 제19회 조범구 교수

조범구 연세의대 교수(흉부외과)는 1978년부터 26년 동안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왕진 가방을 챙겨들고 부산시 심장환자상담소 요양원을 찾아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안겨주고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조 교수가 제19회 보령의료봉사상을 수상했다.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4년 연세의대를 졸업한 조 교수는 1976년 미국흉부외과학회의 'E. A. 그레이엄 펠로우'로 선정돼 미국에서 심장외과학을 공부했으며, 1년 뒤 귀국한 후 국내에 미국의 선진 심장수술 기법을 도입하면서 한국의 흉부외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듣게 된다. 조 교수가 심장병 어린이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사연이 있었다. 메리놀병원의 김미카엘라 수녀는 부산 지역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당시 국내 심장수술 수준이 미국과 격차가 컸기 때문에 미국이나 캐나다 병원에서 수술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료 수술이라고는 해도 아이들이 태평양을 건넌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미8군 군의관 토머스 페즐라 박사가 미국에서 돌아온 조 교수를 김 수녀에게 소개했다.

 

그 때 조 교수는 '한번 가보지' 하는 마음으로 부산을 찾았는데, 하루라도 수술을 늦추면 영영 희망이 사라질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25년이 넘는 서울-부산 왕진의 여정이 그렇게 막을 올렸다.

이렇게 조 교수의 손길이 거쳐 간 아이만 해도 줄잡아 3만 5000명에 이른다. 그 중 수술 받은 아이만 1400여 명에 달했고 2차 혹은 3차 수술을 거친 아이도 상당수였다. 토요일 기차를 타고 내려가 일요일 100∼150명의 환자를 진료한 후 꾸벅꾸벅 졸면서 밤차로 올라와야 했다.

세브란스병원장과 흉부외과학회 이사장 등을 지낸 조 교수는 2010년 2월 사회복지법인 한국심장재단 이사장에 선출돼 두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다.

조 교수가 지나온 길을 지금은 제자인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장병철 교수·흉부외과 박영환 교수가 함께 걸어가고 있다. 장 교수 역시 스승을 닮아 1991년부터 20년 넘는 세월 동안 무료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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