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6 21:21 (화)
사흘만에 불타오른 전공의들...대체 무슨일이?
사흘만에 불타오른 전공의들...대체 무슨일이?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03.13 12:29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업 참여 불능 예상 엎고 수련병원 90% 동참
의협 호소, 비대위원장 살신성인에 '일심동체'
▲10일 노환규 의협 회장이 의협 앞마당에 집결한 전공의들에게 파업투쟁의 목적과 당위성을 밝히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지난 10일 의협 총파업 투쟁을 전후로 급격히 경색됐던 의-정 관계가 정부의 대화제의 및 의협의 수락으로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

'파업 철회 없이 대화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했던 정부의 급작스런 태도 변화는 전공의들의 적극적인 투쟁 참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10일 파업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600여명이 참여한데 이어 가톨릭중앙의료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 이른바 국내 '빅5' 병원이 속속 의협 투쟁 노선에 동참을 결의하자, 정부로선 더이상 압박 카드만으로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전공의들의 투쟁 참여 가능성은 매우 비관적인 상황이었다. 지난 2월 18일 의정협의체인 의료발전협의회의 최종 논의 결과물이 의협 비대위에 의해 사실상 거부되면서 파업투쟁이 가시화됐을 때만 해도 전공의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일단 외관상으론 투쟁 모드로 전환하긴 했으나, 비대위원장 선출에서 부터 난관에 부딪혔으며, 전국 단위 병원 전공의 들에 대한 장악력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3월 1일 전회원 투표 결과 76.7%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투쟁이 결정될 때까지도 전공의들의 동참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분위기였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것은 3월 8일 전공의 대표자회의에서였다. 62개 단위병원 전공의협의회 대표 및 일선 의료현장의 전공의들이 대거 참석한 이날 대회에서 전공의들은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중환자실과 응급실의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10일 파업투쟁에 동참키로 결의한 것이다.

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둔 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 경희대병원 등 서울 주요 대학병원 등 전국 58개 병원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키로 했다는 의협신문 긴급속보가 타전되자 의료계 안팎은 충격과 놀라움에 사로잡혔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전국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송명제 전공의 비대위원장도 3월 10일 파업참여는 어렵다고 보고, 3월 8일 대표자회의를 개최한 후 10일 파업참여는 포기한채 24일 전면 총파업의 참여를 의결할 예정이었다. 나 역시 10일의 파업으로 정부가 강경진압책을 쓸 때에서야 전공의들이 일어설 것으로 생각했었다."

이어 "그런데 전공의 대표자회의가 열린 3월 8일은 이미 대다수 병원의 전공의들이 10일 파업참여를 결의한 상태에서 열림으로써 '논의'자리가 아니라 '전공의총파업 출정식'이 됐다"며 "3월 6∼7일 사이에 수십개 병원의 전공의들이 코앞에 닥친 10일 파업에 자체적인 파업참여 결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3월 5일부터 8일까지 불과 3일 동안 전공의들을 움직인 첫 단추는 의협이 전국 전공의들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였다.

▲ 의료계가 총파업에 돌입한 10일 각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3층 회의실에 집결해 총파업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약 1000여명의 전공의들은 오전 10시부터 의협 회관 곳곳을 가득 메우고 "관치의료를 막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의협신문 김선경

짧고 강렬한 메시지, 전공의 가슴 속 불 '점화'

의협은 5일 전공의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료의 미래가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미래를 바꿀 기회가 늘 있지 않다. 선배들이 잘못된 의료제도를 막아내고 개혁하자는 결심을 굳혔을 때, 여러 보건의료단체가 응원할 때, 국민의 약 절반이 의료영리화저지를 위해 파업을 결행한 의사협회를 지지할 때, 청와대와 여당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악화를 우려하고 있을 때, 그리고 제가 의협회장을 하고 있을 때, 바로 지금 이 때 투쟁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여러분의 단합이 여러분을 보호할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여러분을 보호할 것이다. 지금 기회를 놓치지 말고 투쟁에 참여하라. 오늘의 참여가 여러분의 내일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몇 줄에 불과한 문장들이 웅크리고 있던 전공의들을 일어서게 만들었다. 노 회장은 "문자 메시지가 전송된 뒤 송명제 비대위원장에게는 '10일 총파업이라는데 왜 전공의 비대위는 이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없는가'라는 질타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송 위원장은 '평생 먹을 욕보다 더 많은 욕을 먹었다'고 하더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노 회장에 따르면 의협의 문자 메시지 이후 단 이틀만에 전국 병원마다 3월 10일 파업투쟁 참여를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전공의 대표기구가 없는 병원에서는 전공의들 스스로 모여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전공의들은 자발적·적극적인 동참 결의 배경에 대해 노 회장은 "똑똑하고 현명하고 유능한 전공의들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전공의들 스스로 잘 알고 있고, 의료제도가 큰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송명제 비대위원장이 불과 2주 동안 응급의학과 전공의로서 바쁜 일정 속에서도 믿기지 않을 열정과 체력으로 전국을 뛰어다니며 조직화의 기초를 만들었다"며 "여기에 정부의 강경책이 전공의들의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고 해석했다.

일단 투쟁 궤도에 오르자 전공의들은 일사불란했다. 8∼9일동안 전국의 지역별 대표를 선발했고 연락망을 정비함으로써 조직화를 완료했다. 투쟁의 이유와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요약·정리해 UCC를 만들고 공부하는 등 컨텐츠도 강화했다.

이 같은 응집력은 10일 파업투쟁에 수련병원의 90%, 전체 전공의들의 42%가 파업여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또 24일부터 시작되는 전면파업에 100% 전원 참여 결의로 이어졌다.

노 회장은 "전공의들, 이 새로운 세대의 젊은 의사들은 의료계를 이끌어 갈 주역이 될 것이다. 젊은 영웅들의 등장에 환호와 큰 박수를 보낸다"며 "그들이 기성세대를 실망시키지 않고 오히려 희망을 주었으니 이제는 기성세대가 젊은 의사들에게 희망을 줄 차례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