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공의...저희는 난민입니다"
"대한민국 전공의...저희는 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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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1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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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곤 전공의(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3)

▲서곤 전공의(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3)
안녕들하십니까.

저는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3년차 서곤입니다. 따스한 3월, 경칩이 지난 한강의 햇살에 물결은 반짝이지만, 제 마음은 차디찬 겨울을 앞둔 홍시처럼 텁텁해 내일 당장 발표해야할 저널 30여장이 개똥처럼 보여져 이 글을 씁니다.

먼저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저의 동료 응급의학과 전공의 선생님들, 그리고 응급실에 내려오는 의사 선생님들 모두 안녕하지 못합니다. 고결하고 높은 자리에서 형형색색 거대담론을 휘갈기시는 대한민국의 님들은 과연 안녕하십니까?

고귀한 님들! 사실 저는 난민입니다. 갈비뼈를 맞아 법정에 갔을 때.누군가 얼굴에 침을 뱉었을 때 g-dragon의 그 X끼보다 억만배 심한 욕설을 들었을 때 대한민국 땅에서 세종대왕님과 집현전에서 창제한 한글을 쓰지만, 마치 드래곤볼의 공간과 시간의 방에 있는 듯한 이빨시린 공허함. 분명 2014년에 있지만 1914년 일제시대 때나 있을법한 님들의 관료의료에 느껴지는 먹먹함. 여러분 저만 느끼는거 아니겠지요? Tension pneumothorax라도 걸린듯한 답답함, 분명 저만 그러는거 아니잖아요.

우리가 난민이어서인지 경찰들이 저의 동료의사의 전화번호를 조사하고. 공안검사가 우릴 조사한다고 하네요. 헐퀴. 저희가 무슨 남파간첩인가요? 저희가 이 나라를 전복시키는 악당인가요? 외롭습니다.

그런 님들 말고, 바로 여러분! 우리 작금에 분노하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비록 난민이지만 모든 국민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잖아요. 내 체온이 절대 안녕하지 못한 39도여도, 어머니가 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여주시고 언제쯤 집에 들어올수 있냐며 마음 속으로 우실 때도, 아빠엄마 말 막 땐 자식이 보고 싶다며 전화로 울때도. 1년 365일 어느 새벽에도 우리는 인간만이 인간을 살릴 수 있는 걸 알기에 만추의 달처럼 차오르는 서러움 품고도 삭히고 삭히며 열심히 심폐소생술 했잖아요.

저희도 웃을 줄도 알고 울 줄도 알고 김연아가 은메달을 달고 웃을 때. 안현수가 금메달을 달고 웃을 때 드는 미묘한 느낌까지 알잖아요. 그런데 왜 분노하는 건 허락맡고 하려하고 공부해서 알려고 하나요? 설렁탕에 고기 적게 있는 것에는 거리낌없이 화내면서 자신과 바로 옆의 동료의 기본권엔 왜 화내지 못하나요? 왜 명백히 잘못된 관료의료와 의료제도엔 화내지 못하나요?

그리고 사랑하는 국민들 그거 아세요. 우리들은 기본적 인권이 버려지다 못해 유린 당할 때에도 여러분을 위해 오유월에 운명한 처자들의 한을 품고도 항상 그대들 곁에 있었다는 것. 하지만 우리 '님들'은 저희 젊은 의사들의 책임감을 볼모로 국민 건강을 저울질 하다하다 못해 이제 저희에게 단호박 고소미를 먹이려하네요. 단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아비규환에서 아등바등 버티며 청진기를 들이대는 저희에게 '괴심한 애 못된 애 부도덕한 애 나태한 애' 낙인 찍으며 인두를 들이대네요.

저희는 상식적으로 국민을 진료하고 싶습니다. 학생 때 가장 먼저 배웠습니다. 국민이 아프면 먼저 시진 청진 타진 촉진등의 신체검진하고 그거 너머의 식스센스까지 발휘하라고. 우리가 비록 난민이고, 뮤턴트 취급받긴 했지만 핸드폰만으로 식스센스 느낄수 있는 뮤턴트는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웃기는 건 고귀한 님들 목표도 국민건강이고 의사들의 목표도 국민건강인데. 왜 다를까요? 아마 님들은 대기업을 바라보고 의사는 국민을 갈망해서 일까요. 님들과 대기업에겐 고객님, 하지만 의사에게는 환자이자 동무여서 그럴까요.

다시 한번 외롭습니다.

여러분, 우리 이제 난민 그만하고 국민합시다.
저보다 먼저 숭고하고 환자를 사랑하고, 개인의 생명을 덜어내면서까지 타인의 생명을 위했던 10만 의사 선배님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선배님들, 후손들에게 난민의사가 아닌 국민의사로 부터 진료 받아 건강한 대한민국… 공통의 토대가 있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나아가는 길을 부디 밝혀주십쇼.

부디, 고진 선처 부탁드립니다.

2014년 3월 10일 서곤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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