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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문제에도 관심 가져야'

'조세문제에도 관심 가져야'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2.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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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조세제도 진단, 대응방안 모색
7일 제1차 의료정책포럼
 

정부가 과세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내세워 내년부터 `소득세법'을 대폭 손질할 예정이어서 이에 따른 `조세부담'이 사회적인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재정경제부 최경수 세제실장은 7일 `의료기관 조세제도 개선방향'을 주제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개최한 제1차 의료정책포럼에서 이 같은 정부 방침을 밝히고, 올 하반기 의견수렴을 거쳐 세제개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기관은 특히 지난 2000년 12월 정부가 단행한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2002년 이후에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기존 `표준소득률제도' 대신 `기준경비율제도'에 맞춰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세제분야에 대한 `일대변혁'이 눈앞에 놓여 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출범 후 `첫 작품'으로 내놓은 조세제도 관련 포럼은 의료기관의 경영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새 조세제도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과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표준소득률제도에 따른 과세소득은 개별 사업장의 `연간 총 수익금액'에 국세청장이 정하는 `표준소득률'을 곱해 선정하는 방식. 이 제도는 장부기장 능력이 없는 영세사업자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지난 55년에 도입한 이래 약 45년동안 운영돼 왔다.

그러나 표준소득률제도는 영세사업자의 편의성과 행정능률을 제고시킨다는 순기능 이면에, 조세 형평성에 역행하는 등의 문제점이 오랫동안 개선과제로 대두돼 왔다.
그래서 정부가 고안한 방안이 `기준경비율제도'다.

올해부터 새로 적용된 기준경비율제도는 매입경비·인건비·임차료 등 사업에 필요한 `주요경비'는 증빙서류에 의해 입증됐을 경우에 한해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한 일정 비율에 따라 `필요경비'를 인정하고 과세대상금액을 계산하는 제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의협 3층 동아홀에서 열린 포럼에서 첫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책임연구원은 `의료기관 조세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안'을 통해 변경된 `세제의 틀'을 자세히 설명한 데 이어, 기준경비율이 적용되는 사업자의 경우 앞으로 장부를 기장하거나, 주요경비의 증빙서류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그러나 기존 표준소득률제도와 새로 적용되는 기준경비율제도를 비교하면서 기준경비율을 시행할 경우 소득세 부담은 평균 20∼30% 증가하여 일선 의료기관에 대해 적지않은 경영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내다봤다.

임 연구원은 선진국에서 인정하는것 처럼 의료인의 사회적 공헌도와 의료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 사업장에 비해 세제상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전국민의료보험제도가 완전히 정착된 단계에서 대부분의 진료과에서는 소득이 100% 노출된 게 현실이라며 갑작스런 조세부담 보다는 납세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조세정책을 펴 줄 것을 임 연구원은 정부측에 주문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기준경비율에 의한 소득세를 신고할 경우 각종 증빙서류를 확보하는 것이 절세를 위한 기초작업이라고 말했다.

정부를 대표한 재경부 최경수 세제실장은 `의료업에 대한 조세제도 현황과 향후 운영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원칙의 세법 체계를 다져나가기 위해 가능한 범위내에서 각종 비과세·및 감면제도를 축소·정비해 나가겠다는 정부방침을 설명했다.

최 실장은 특히 “근로자나 기타 다른 직종과 의료업에 대한 과세수준 및 세정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병·의원의 세 부담 수준이 현재로서는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혀 앞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조세부담을 점차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최 실장은 그러나 “내년 신고분부터 적용되는 기준경비율제도는 도입 초기단계에서 급격한 세부담 증가로 납세자가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국세청과 협의해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기준경비율책정도 초기 단계에서는 융통성 있게 운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이어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의료업의 특성상 이에 따른 정부 차원의 동기부여가 없다면, 의료산업이 침체와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동감한다며 다만, 의료업에만 특별히 적용되는 것이 아닌 조세부담의 공평성이라는 큰 틀에서 의료계가 이해하고 협조하길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두가지 주제발표에 대해 각계 대표로 참석한 지정토론자들은 한결같이 `조세부담의 공평성과 형평성'에는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면서, 갑작스런 조세부담에는 많은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며 정부측에 합리적인 대안을 요구했다.

백원선 성균관대 교수(경영학부)는 “기준경비율제도가 잘 정착되면, 취지대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조세공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이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초기단계에서 패널티 보다는 인센티브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보건복지부 권준욱 의료정책과장은 “의료는 국민에게 있어 국방·치안 등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는 이번 수해로 인해 다시 한번 증명됐다”며 “공공성이 강한 의료분야에 대해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조세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특히 “최근 재경부가 입법 예고한 내용 중 미용목적의 성형수술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공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며 “관련 단체들과 충분히 논의한 다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계를 대표한 중앙일보 이세정 차장은 “세금을 걷는 문제는 닭의 털을 뽑는 것과 흔히 비유된다”며 “조세저항이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조세부담은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만진 경북의사회 기획이사는 “일반인들이 볼때 의사라는 직업이 화려한 면도 있지만, 대부분은 성실하게 살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사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분명한 것은 변화하는 세제정책에 대해 의료기관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동안 등한시해 온 세제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의료사고시 보상금에 대한 세제지원 등 투명해진 만큼 이에 대한 정부 지원도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김종식 한국세무사회 상임위원은 과세자와 납세자의 관계는 의처증이 심한 남편과 바람기가 있는 여자의 관계와 마찬가지라는 영국의 비유를 예를 들며 “새로운 시스템이 무리없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충분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모든 것이 투명화·양성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의사들도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정책포럼에서 좌장을 맡아 진행한 김건상 의협 부회장은 “정부는 무엇보다도 형평성에 맞는 조세행정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뒤 “의사들도 변화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의학에 대한 공부 뿐 아니라, 조세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수 세제실장은 “현재 정부는 조세정책을 전면 개편한다는 목표로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의료계가 의협을 통해 개선안을 제시하면 충분히 검토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

의료계에서 세제문제는 분명 `남의 일'이 아닌 `현실'이 됐다. 불합리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겠지만, 이와 함께 바뀌는 조세정책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깊이 연구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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