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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투쟁 때도 이런 탄압 없었다"
"의약분업 투쟁 때도 이런 탄압 없었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03.0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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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특정 지역 '타겟' 정해 이미 업무개시명령 발동
지자체·검경까지 '융단폭격'..."파업 사태 악화시킬 것"

전국 의사들의 총파업 투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공권력의 압박 수위도 절정에 달하고 있다.

경상남도의사회와 충청남도의사회, 충청북도의사회 등 지역 의사회에 따르면 정부가 5일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 일제히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업무개시명령은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 제2항에 따른 것으로서 복지부장관·시도지사·시군구청장은 의료인 및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휴진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위반시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보건복지부는 총파업 돌입 직후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나, 이번에는 파업에 들어가기도 전에 미리 발동한 것이다.

정부는 같은 날 전국 의료기관에 '진료 명령'도 내렸다. 진료 명령은 의료법 59조(지도와 명령) 1항에 따른 것이다. 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이후 실제로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 지역 의료기관에 일제히 송달된 '업무개시명령' 공문.

지자체를 통한 압박도 노골화 되고 있다. 경상남도는 5일 경상남도의사회장 앞으로 '의료계 집단휴진 관련 대 도민 진료 협조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내 "경남의사회에서가 대한의사협회의 휴진·휴업에 동참하기로 함에 따라 집단 휴진으로 도민들의 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면서 "3월 10일 당일 환자진료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의료계 집단휴진에 경상남도의사회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의료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불이익을 받으실 수 있다는 사실을 전 회원들에게 적극 알려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남도는 "집단휴진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진료실시 행정명령을 발동할 예정이며, 도 및 시·군 의사회에서 10일 당일 임시총회 등을 소집해 집단적 휴진이 확실시 되는 경우, 행정명령과 더불어 업무개시명령을 동시에 발동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충청남도 서산시도 5일 관내 의료기관에 일제히 공문을 보내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 서산시는 공문에서 "오는 10일 의료기관의 집단 휴진 등의 이유로 일시에 진료공백이 발생해 지역주민의 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것이 염려된다"며 "환자를 정상 진료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또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휴진이 불가피한 경우 의료계 집단휴진에 참여한다는 오해 소지가 있으므로 7일 오후 1시까지 사유를 명시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기 바란다"며 "휴진 사유를 신고하지 않고 휴진할 경우 이번 의료계 집단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돼 의료법 등 관련 법률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남 김해시·창원시 등에도 동일한 내용의 공문이 각 의료기관에 송달됐다.

"탄압 수위 높아지면 전공의·교수 움직일 것"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의 압박도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일 총파업 결정 이후 부터 관할 검·경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회원 현황 등 자료를 요구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의사회의 경우 최근 의협 총파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직후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됐다"며 "경찰서에서 수시로 개원의가 몇 명이냐, 봉직의가 몇 명이냐 등등 회원 현황 자료를 요구하고 있으며, 검찰청 공안부서로부터도 자료 제출 요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의사회의 경우 지난번 의협의 총파업 투표에서 투표율이 높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의사회와 마찬가지로 '타겟'이 됐다"며 "의약분업 때보다 더 살벌하다. 각 기관에서 융단폭격식으로 의사회를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모 지역 의사회에서 회원들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파업 국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사회 소속 한 개원의는 "정부는 힘 없는 개원의들을 협박하면 집단행동을 와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며 "하지만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때 전공의·교수들이 파업에 동참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의협 지도부에 대한 정부의 탄압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의사회의 경우 처음에는 파업 참여 의사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날짜가 임박할 수록 관심이 높아져 현재는 약 70∼80%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는 총파업 투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업 당일인 10일 지역별로 비상총회 등을 열어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앞서 의협 투쟁위원회(회장 노환규)는 전국 11만 회원들에게 투쟁 로드맵과 행동요령 등이 담긴 투쟁지침을 하달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방상혁 의협 투쟁위원회 간사는 "파업투쟁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의협 회원들은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 용기있게 행동해 달라"며 "정부는 강경대응 운운으로 의료계를 협박하는 대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의협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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