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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IPL 사용한 한의사 무죄 원심 '파기'

대법원, IPL 사용한 한의사 무죄 원심 '파기'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02.1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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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한의원 사건, 1심유죄 → 2심 무죄 → 대법원 '유죄'
"IPL 경락자극·울체 해소 어렵다" 한의학 원리 불인정

▲ 한의사 IPL 시술 형사소송 일지. 2009년 7월 1심 판결로 시작해 대법원 판결까지 무려 3년 7개월 동안 법정 공방전이 펼쳐졌다.
대법원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Intensive Pulsed Light, IPL) 사용에 대해 무죄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려, 3년이 넘는 법정 공방전이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대법관 양창수)은 13일 IPL을 사용한 한의사 L모씨의 의료법 위반 판결(2010도 10352)에서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L모 한의사의 IPL 시술과 관련,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동부지법 판결에 문제점을 꼬집었다.

특히 "IPL이 경락에 자극을 주어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적외선 치료기·레이저침 치료기와 작용원리가 같다고 보거나, IPL을 사용한 피부질환 치료가 빛을 이용해 경락의 울체(鬱滯)를 해소하고 온통경락(溫通經絡) 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즉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IPL을 사용했다는 한의사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원심에 대해 "피고인이 사용한 IPL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했는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피고인이 이를 사용한 경위·목적·태양 등에 의할 때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 또는 적용해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IPL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살펴 이를 토대로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은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는 결국 한의사의 면허된 의료행위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피부과학회·대한피부과의사회·대한한방대책특별위원회 등과 힘을 모아 IPL 소송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황지환 대한피부과의사회 기획정책이사(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은 "대법원의 IPL 파기환송은 당연한 결과"라며 "국민의 건강을 위해 진작 명확히 결정했어야 할 판결이 3년이 넘는 시간과 막대한 소송 비용을 들여가면서 대법원까지 공방전을 벌여야 하는 현실이 어처구니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동부지방법원 형사8단독 김창현 판사)는 2010년 4월 9일 IPL을 피부미용 시술에 사용하다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된 L모 한의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70만원에 처했다.

김 판사는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구분은 학문적 기반 원리를 기준으로 법령의 해석 및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구체적 행위의 기원이나 교육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면허된 행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한의사는 한방의 원리에 따른 행위만을 해야 한다"고 밝힌 김 판사는 "보건복지부가 IPL 시술은 한의학적 근거가 없어 한방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해석을 내린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의 IPL 시술이 한방원리에 부합된다고 인정할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1심 재판부는 IPL 시술은 한방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한의사의 IPL 시술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010년 7월 22일 열린 항소재판부(재판장 여상원)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항소심에서는 진료기록부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에 처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IPL 소송 과정에서 "어떠한 진료행위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결국 해당 진료행위가 학문적 원리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면서 "일반적으로 IPL 시술의 경우 한의학적 근거가 있지 않는한 의료법에 규정한 한방의료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IPL의 학문적 원리를 밝혀내는 일을 법원과 검찰로 떠넘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술 더떠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은 지난 2011년 6월 28일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 당시 한의약육성법 개정안 심의과정에서 "IPL 시술을 한의사들도 할 수 있냐"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IPL은 자연광 치료기에 해당하는데, 황제내경에도 자연광, 태양광 치료방법 등의 근거가 있으므로 현재도 (한의사들이 IPL을) 사용할 수 있다"고 답변, 의료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IPL과 레이저 치료는 1983년 하버드의대의 앤더슨(R. Anderson) 교수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선택적 광열분해'(selective photothermolysis)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선택적 광열분해'는 빛이 수많은 파장으로 구성돼 있고 각각의 파장은 선택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에 흡수된다는 이론을 근거로 특정한 색을 지닌 목표를 파괴하기 위해 특정한 파장을 쪼이게 되면 주변 조직의 손상을 주지 않고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원리. 

이 이론을 바탕으로 1993년 IPL이 처음으로 개발됐으며, 1995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IPL은 주로 비박피적 피부재생술에 사용하며, 피부에 심한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노화에 의해 발생한 피부의 색소침착 병변과 혈관 확장을 치료한다. 주름 및 탄력 저하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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