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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의 21세기 사진미학, '히로시 스기모토-사유하는 사진'

아날로그 감성의 21세기 사진미학, '히로시 스기모토-사유하는 사진'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4.02.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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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서 3월 23일까지…총 49점의 다양한 작품 선보여

알래스카 늑대들(Alaskan Wolves), 1994년 Gelatin silver print, 119.4×185.4cm(152.4×218.4cm framed), Private CollectionⓒHiroshi Sugimoto.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현대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히로시 스기모토의 개인전 '히로시 스기모토-사유하는 사진'전이 3월 23일까지 열리고 있다.

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스기모토의 대표적인 사진 연작·조각설치·영상 등을 포함한 총 49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9세기 대형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전통적 인화방식으로 출력한 흑백작품으로 감상하는 동시에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인간의 삶과 의식의 기원을 탐구, 정신성의 회복을 촉구하는 스기모토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스기모토는 일본 도쿄의 세인트폴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공부하고 미국 LA의 아트센터 디자인 컬리지에서 사진을 전공한 작가로 2001년 사진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핫셀블라드상' 수상, 2009년 영국 더타임스의 '1900년 이후 활동한 가장 위대한 예술가 200명' 선정 등 사진 뿐 아니라 세계 미술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거장이다.

기자가 직접 시연해 본 장노출 미디어 체험공간. 스기모토의 '극장'시리즈에서 착안한 미디어 체험공간으로 관람객들은 '극장'작품을 배경으로 무대 위에서 움직임을 연출해보면서 대형 모니터로 장노출 촬영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가운데 '극장'은 그의 초기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은 미국의 1920~30년대 아르데코 극장들과 1950~60년대 씨네마 홀, 자동차 극장들을 장노출 기법을 사용해 찍은 연작들이다. 갤러리 한 켠에는 장노출 미디어 체험공간이 설치돼 있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이메일로 전송받을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전 세계 바다를 찍은 추상적인 바다의 모습 '바다풍경' 연작 또한 장노출 기법을 사용한 작품으로, 시간과 장소를 상실한 몽환적인 바다풍경을 담았다. 반면 1999년 독일 구겐하임 미술관의 커미션으로 제작된 '초상' 연작은 매우 구체적인 재현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헨리 8세와 여섯 부인들의 초상을 찍은 사진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작품은 19세기의 역사적 실험을 현재로 불러와 과학적 발견과 예술적 창조를 연결시킨 작품 '번개 치는 들판' 연작이다. 40만 볼트의 전기봉을 금속판에 맞대는 실험으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번개의 찰나를 찍은 거대한 사진으로 역동적인 힘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번개 치는 들판 구성 012(Lightning Fields Composed 012), 2009년 Gelatin silver print 149.2×716.3cm/2 sets(152.4×749.4cm/2 sets framed), Leeum, Samsung Museum of ArtⓒHiroshi Sugimoto.

가속하는 불상, 원작 1997년 재편집 2013년, 제작·감독·편집:히로시 스기모토, 사운드: 켄 이케다

그밖에 '가속하는 불상' 연작을 통해 작가는 현대문명에 대한 반성과 성찰, 정신적 깨달음에 도달하고자 하는 염원을 시각화했다. 독립된 방 삼면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불상의 거대한 입체이미지에 몰두하노라면 단지 작품의 소재가 부처라는 이유때문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마치 궁극적 열반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미지들은 시선을 멈추게 하고 새로운 사고를 유발한다. 시간을 거슬러 보이지 않은 기억을 더듬는 스기모토의 작품은 속도를 경주하는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느리고 깊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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