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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환자중심의 효율"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환자중심의 효율"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2.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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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서울대암병원장...개원 3년 성공적 평가
미래 '1000일 작전' 키워드는 '집약-특화-도약'

2011년 3월 개원한 서울대암병원이 얼마전 성공적인 정착을 자축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름하여 '1000일 작전' 완수 축하 워크숍.

이날 워크숍은 개원 1000일을 맞아 암병원의 3년간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발전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개원과 함께 규모의 경쟁이 아닌 효율성을 추구하고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 그리고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 구현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큰 성과였다는 결과들이 쏟아졌다.

새로운 암병원의 성공적인 모델을 수립했다고 자평한 서울대암병원은 지난 1000일간 축적된 진료·연구·교육 역량을 집약해 특화된 의료 서비스와 역할에 집중함으로써 제2의 도약을 이룬다는 계획도 발표했는데, 노동영 암병원장을 만나 구체적인 비전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의협신문 김선경
Q. 서울대암병원은 2011년 3월 개원할 당시 규모의 경쟁이 아닌 효율성의 추구,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 구현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3년간 어떠한 성과를 보여줬는지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효율성에 있어서는 외래중심 단기입원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화·세분화된 27개 센터 체계의 구축으로 외래진료를 강화하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치료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단기 위주의 병동을 통해 불필요한 입원을 최소화하고 입원 대기를 해소했습니다.

또 △환자중심의 진료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당일진료·검사 △관련 진료과 의료진이 함께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협력진료 △외래중심·단기병동 시스템과 암 전용 수술실을 활용한 입원 및 수술대기의 획기적 단축 △암의 예방부터 검사·진단·치료·관리에 대한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통한 '원 스탑, 토탈 케어(One Stop, Total Care)'를 정착시키며 새로운 암병원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서울대암병원은 다른 대형병원보다 암병원 오픈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병원과 가장 큰 차이점은 외래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환자를 꼭 입원시켜서 진료하는게 아니라 철저히외래중심으로 진료를 하고, 병원에 2~3일 머물면서 치료와 시술을 모두 끝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Q. 지난 1월 21일 1000일작전 워크숍을 열고, 1000일작전의 완수를 축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00일작전은 무엇이고, 결과는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또 1000일작전 이외에 다른 프로젝트가 진행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서울대암병원은 개원과 동시에 병원 전체는 물론 각 부문별로 1000일작전의 전략과제 및 실행과제를 수립하고 추진했는데, 단계별로는 '조기 안정화 및 인프라 구축'·'진료 역량 강화'·'완성'의 3단계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계별 목표에 따라, 개원 첫 해인 2011년에 암 전용 수술실을 확충, 유방·갑상선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이런 바탕 위에 2012년에는 진료 역량 강화에 집중했으며, 2013년은 서울대암병원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완벽히 자리를 잡아 완성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서울대암병원은 개원 이후 교육과 연구에 주력해 왔으며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암정보교육센터를 통해 암 치료에 관련된 환자와 가족, 의료진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암종별·여정별 맞춤형 정보와 교육프로그램, 그리고 전인적·포괄적 치료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대암병원 의료진이 직접 개발·감수해 신뢰성을 높인 암정보 콘텐츠는 암종별 의학정보·통합 암관리 정보·검사 및 치료 동영상 정보 등 약 320가지로 구성돼 있으며, 센터에 비치된 리플릿과 태블릿 PC, 무인안내시스템인 '스마트도우미', 암정보교육센터 홈페이지는 물론 '스마트 암정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암정보교육센터에서는 치료 효과를 높이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돕기 위해 20여 개의 참여형, 강의형 및 환우주도형 교육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며, 환우회와 연계해 실제 암을 극복한 입장에서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서적 지지와 위로를 주는 환우자원봉사활동을 실시합니다.

이같은 시스템은 MGH, Tokyo Cancer Institute, Kyoto 대학등 수많은 기관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국내외 100여개 기관에서 밴치마킹하고 있습니다.

Q.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발전방안도 모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미래발전방안이 있습니까?
미래 1000일작전의 키워드는 '집약-특화-도약'입니다. 지난 1000간 축적된 진료·연구·교육 역량을 집약해 특화된 의료 서비스와 역할에 집중함으로써 질적 수준 제고에 힘쓸 것입니다. 최근 열린 1000일작전 워크숍을 통해 1000일작전 평가와 함께 이같은 발전방안을 공유했고, 키워드를 바탕으로 각 부문 별로 전략을 수립중에 있습니다.

Q. 일각에서는 대형병원들이 지나치게 암병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규모적인 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때 100평 이상의 큰 아파트를 선호해 인기를 누렸던 적이 있었지요. 누구의 탓이라고 할 것 없이 큰 것만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호에 맞춘 면도 있지만, 의료계의 지나친 경쟁·홍보 등으로 이제 그 한계에 달해 모두가 감당을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병상만 보아도 인구 대비 OECD 국가 중 가장 많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암을 많이 치료하는 MD앤더슨병원의 경우 500침상 규모밖에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환자 중심의 효율'입니다. 앞으로 서울대암병원은 연구에 비중을 두고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암병원은 공급과잉이 분명합니다. 그 이유는 암병원이 병원의 큰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각 지역거점병원의 암 관련 진료·수술의 평준화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서울 등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Q. 서울대암병원이 새로운 암병원의 모델을 완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원장님께서 생각하는 암병원의 이상적인 모델은 무엇입니까?
암이란 대표적인 중증질환입니다. 병원은 환자가 편안히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진료의 표준화와 함께 보다 전문적인, 환자 중심의 진료가 펼쳐져야 할 것입니다. 또 양질의 진료와 연구를 통해 새로운 항암제 및 치료기술의 지속적 개발로 어떤 암 환자라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암병원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Q. 1000일작전 워크숍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서울대암병원의 외래환자수는 연평균 19%로 증가, 2013년에는 누적 환자수 111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유방센터·대장암센터·갑상선센터도 수술건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서울대암병원이 민간 대형병원과는 달리 환자수 및 수술건수 증가보다는 의학교육과 연구역량 강화 측면에서 더 집중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실제로 환자수의 증가는 집중된 진료의 질 향상등에 기인한 것입니다. 추가적인 병실, 수술장등이 따르지 못해 순수 진료의 증가는 수치 상으로도 그리 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미 외래 진료의 양은 포화상태이고, 더이상의 진료량의 증가에 노력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서울대암병원에서 꼭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신환의 경우 부담없이 진료가 가능하도록 노력을 더 할 것입니다.

교육의 경우 환자에 대한 정보 제공, 교육자료 개발등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임상시험도 센터가 포화될 정도로 건수가 증가했습니다.

서울대암병원에서 적절한 임상진료와 의학교육 및 연구역량 강화는 불가분의 관계로 봅니다. 성과를 수치로 계량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진료는 의학교육과 연구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의협신문 김선경
Q. 얼마전 한일 유방암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서울대암병원 뇌종양센터는 미국 MGH와 '대등'한 입장에서 의학지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밖에 다양한 학술관련(연구포함)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앞으로 더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대표적으로 '암 연구협력 네트워크 시스템(Center for Cancer Research Collaboration, CCRC)'을 들 수 있습니다. CCRC는 효과적인 암 예방과 진단, 치료법 개발에 있어 필수적인 임상의학과 기초과학 분야 간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서울대암병원의 노력의 산물입니다.

현재 서울대암병원, 서울대 의과대학 기초교실, 서울대 생명과학부, BIO-MAX, KIST, POSTECH의 연구자 약 15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1000개 이상의 암 연구 관심 키워드, 4000개 이상의 논문, 60000건 이상의 논문 키워드 등이 DB화 돼 있습니다.

MGH와 City of Hope 병원,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등 세계적인 암센터들도 암 연구협력 네트워크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참여를 위해 협의중입니다.

Q. 서울대암병원 개원 전과 이후에 달라진 연구실적(비교가능한 수치)을 말씀해 줄 수 있습니까?
서울대암병원 개원 전인 2010년 말 종양임상연구는 50여건에 불과했습니다. 개원과 함께 국내 최초로 종양 임상연구만을 위해 설립한 종양임상시험센터가 함께 개소했고 2013년 12월 기준 205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신규과제가 2011년 62건, 2012년에는 63건, 2013년에는 8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구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연구부에서는 매년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해 암 치료와 연구의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있으며 종양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부터 최신 지견을 접할 수 있는 'Distinguished Lecture Series'를 5회에 걸쳐 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젊은 교수들의 공동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총 17회에 걸친 정기 세미나를 개최, 서로 다른 진료과 소속의 교수들이 교류하고 연구내용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연구역량은 우수 논문으로 이어집니다. 종양내과센터 방영주 교수팀의 주도로 위암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이 암의 재발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효용성을 입증한 'CLASSIC' 임상시험의 연구 결과는 2012년 1월에는 세계 2대 의학저널 중 하나인 <란셋>에 등재됐습니다. CLASSIC 임상시험은 한국 최초로 실시된 대규모 다국가 임상3상시험으로 국내 의료진들이 직접 발의, 주도해 한국과 중국·대만이 참여했습니다.

또 ALK 발현 폐암에서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표적치료제 '크리조티닙'에 대해 전임상시험 및 임상1상시험을 주도한 데 이어 임상3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시행, 약제 개발의 완료와 실제 시판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종양임상시험센터장인 김동완 교수가 미국 하버드 의대의 다른 연구자와 함께 주도한 이 연구의 논문은 2013년 6월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발표됐습니다.

Q.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국내 암 치료의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다짐을 하셨습니다. 또 양질의 진료와 연구를 통해 항암제 및 치료기술을 개발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혁신적인 암치료 기술에 대한 연구, 항암체 개발 등을 중심으로)
앞서 말한 임상시험 연구의 경우, 양적인 성장을 지속하는 한편 의료전문인력과 시설인프라가 뛰어나야 가능한 초기임상시험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질적인 면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 다수의 다국적 임상시험의 책임연구자로 참여하며 전세계 임상시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같은 초기 및 다국적 임상시험 부문에서 우위를 지켜가는 한편 국제 암 연구를 활성화할 것입니다.

특히 미국 암 전문 병원인 City of Hope와 진료·연구·교육 협력을 위한 MOU 체결 한 상태로, 곧 CCRC를 통한 공동연구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논의를 위해 방문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진행에 따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20년 후면 개인별 암 맞춤치료가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래의 암치료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서울대암병원의 미래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20년 후면 지금과 같은 외래 시스템, 진행된  암 환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 봅니다. 그때쯤이면 암 발생을 예측할 수 있어 예방조치를 미리 할 수 있을 것이고, 치료 약품 개발도 돼 있을 것이라 전망됩니다. 치료도 훨씬 덜 힘들어질 것이고, 환자의 고통도 덜해질 것입니다.

서울대암병원은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 없습니다. 서울대암병원이 특별히 잘 하는 분야에 더 집중하고, 특화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서울대암병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무조건 규모만 늘리고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암병원은 맞춤치료를 특화시키겠다는 미래지향적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대장암·전립선암·폐암 분야를 특화시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밖에 병원의 볼륨만 갖고 암병원을 평가하기보다는 연구실적 등 다방면의 성과를 통해 암병원이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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