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의료정보가 누출돼 많이 당황하셨어요?
고객님! 의료정보가 누출돼 많이 당황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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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03 05: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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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변호사 법무법인 로앰 )
▲ 김연희 (변호사 법무법인 로앰 )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주인공 톰 크루즈가 타인의 안구를 이식받아 도망 다닐 때 광고판이 안구의 원래 주인 이름을 부르며 호객행위를 하는 당황스러운 장면이 나온다. 픽션이기는 하지만 미래에는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이름이나 주민번호·전화번호 같은 일반적인 사항부터 카드번호·계좌번호처럼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 심지어는 의료기록이나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나의 동의도 없이 정보가 이용되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 개 회사의 신용카드 개인정보가 누출됐다는 기사를 접하고 그 중 한 개에 가입했던 기억이 있어서 해당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을 해본 적이 있다.

홈페이지에는 개인 정보가 누출됐다는 문구는 없었다. 대신에 나의 정보를 나열해놓고 밑에 사과 글이 적혀 있었다. 정보가 털렸는지 여부는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상 알아서 해석하라는 의미인가.

누출됐다는 표현을 굳이 쓰지 않고자 하는 꼼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카드를 발급 받을 때 적어주었던 개인정보가 그렇게 많았다는 것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쓰지도 않을 카드를 만든 나 자신을 원망하며 이제라도 탈회를 하려고 카드탈회란에 클릭을 수도 없이 해보았지만 먹통이었고, 며칠에 걸쳐 카드사에 들어가 클릭질을 한 끝에 결국 내가 발급 받았던 카드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고 탈회할 대상카드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미 탈회가 돼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나의 개인 정보는 카드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가 신상이 털리는 봉변을 당한 것이다. 순간 이건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분이 언짢다고 법적으로 문제화시킨 후의 뒷감당도 부담스러워 마음을 접고 말았다.

이제 그 카드사는 다시 이용 안하면 되고, 통장이나 전화번호는 바꾸면 되니까.

그런데 만일 털린 정보가 내 의료기록이면 어떨까. 그건 카드나 통장이나 전화번호처럼 나라는 인격체와 동일시 할 정도는 아니었던 정보들과는 차원이 다르고, 기분이 언짢다고 내 의지로 바꿀 수도 없으며, 내가 살아있는 한 나랑 같이 가야할 어찌 보면 나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정보인데 말이다.

작년 12월 11일 검찰은 의료정보 유출 혐의로 약학정보원과 IMS 헬스코리아를 압수수색했다.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보면 압수된 문건에는 병원이나 약국정보는 물론 환자의 이름과 진단명, 그리고 처방받은 약물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고, 약학정보원이 이와 같이 방대한 양의 개인 의료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수집하는 과정에서 연간 약 3억원 정도가 오갔다는 것이다.

2010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주식회사 유비케어가 진료비 청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판매 유지·보수 하면서 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전국의 약 1만 1000 곳의 개인의원 컴퓨터 내 저장돼 있는 환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탐지, 누출했다는 이유로 의료법위반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이하 정보통신망법)로 검찰에 고발당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사건이다.

약학정보원 사건은 다음 달 중 수사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2010년 정보통신망법으로 고발된 유비케어 사건과 달리 2011년 발효된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조사받고 있는 터라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쨌거나 검찰의 수사결과를 떠나, 가끔 병원에 환자로 들르기도 하는 국민으로서 느끼는 심정은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의문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매우 불쾌하며 불안하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 몰래 집안에 CCTV를 설치해 놓은 것과 다를 바가 있을까? 공개된 장소에서 마저도 CCTV가 있으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데 말이다. 이런 식이라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말고 민간요법에 의존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도록 기도를 하며 지내야 할 판국이다.

그러면 건보재정에서 나가는 비용이 줄어드니 정부가 좋아할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스미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도 불법으로 빠져나간 개인정보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 중 하나다.

개인정보가 동의의 범주 안에서만 활용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좋으련만 어느 날 모르는 이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 "김○○씨, 평소 어디어디가 편찮으시죠? 좋은 보험이 있는데 가입해보시지 않으시겠어요?"라고 묻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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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2014-02-03 12:32:39
카드 정보 유출보다 더 심각한 내용인데 왜 이리 조용할까. 언론도 국민도 관심이 없고 참 이해가 안되네요.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