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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회복 불가능한데 침·뜸 뜨는 건 사기"

"시력회복 불가능한데 침·뜸 뜨는 건 사기"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01.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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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망막동맥폐색증 환자에게 약 처방하는 건 무지하기 때문"
강승민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 18일 "한방치료 중지해야"

▲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 및 세미나가 18일 토요일 오후 5시 의협 5층 회의실에서 열렸다.ⓒ의협신문 송성철
시력회복이나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환자에게 침을 시술하고 뜸과  한약까지 처방하는 것은 안과 질환에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강승민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은 18일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세미나에서  한방대학병원에서 진료의뢰한 '중심망막동맥폐색증(central retinal artery occlusion) 환자의 증례'를 공개했다.

60대 남성 환자는 갑자기 오른쪽 눈이 안 보여 지방대학병원에서 '중심망막동맥폐색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환자의 아들은 "오른쪽 눈에 중풍이 와 시력이 소실됐다"는 지방대학병원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부친을 수도권에 있는 한방대학병원으로 옮겨 입원치료를 받도록 했다. 이 한방대학병원은 중심망막동맥폐색증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brain CT 촬영을 한 뒤 2주 동안 한약과 눈주위에 침술 및 뜸 치료를 시행하고, 강 위원이 근무하고 있던 종합병원 안과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던 것.

강 위원은 "이미 지방대학병원에서 중심망막동맥폐색증 진단을 받아 시력을 회복할 수 없는 환자에게 침술을 시행하고, 한약과 뜸을 뜬 것도 모자라 엉뚱하게 brain CT까지 촬영한 것은 시체를 살리겠노라고 굿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의대 교수가 중심망막동맥폐색증 환자에게 치료행위를 한 것은 안과질환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 강 위원은 "중심망막동맥폐색증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치료를 계속했다는 것으로 의료인의 양심과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강 위원은 "그나마 수준이 높다는 한방대학병원이라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강 위원은 지난해 12월 한의원에서 안압측정기·자동안굴절검사기·세극등현미경·자동시야측정장비·청력검사기 등의 의료기기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한 사건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라는 결정을 내린데 대해서도 우려했다.

강 위원은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 과정이 환자에게 해가 없다 하더라도 잘못된 진단결과를 토대로 잘못된 치료를 하게 되면 환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며 "현재 의료기술로는 회생불능인 중심망막동맥폐색증 환자를 치료하고, CT 검사까지 남발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더 무식하고, 황당한 치료행위가 벌어질지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망막동맥폐색 후 시력을 호전시키는 특별한 치료법은 없는 실정이다. 망막중심동맥폐색증은 발병하자마자 곧 망막이 심한 장애를 받기 때문에 망막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망막동맥폐색 후에도 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고, 녹내장으로 인해 통증과 충혈이 발생한다. 레이저 치료로 녹내장을 예방할 수 있으나 중심망막동맥폐색증으로 인해 상실된 시력은 회복시키기 어렵다.

한방대책특별위는 올해 ▲대한방 정책 개선을 위한 연구자료 구축 및 홍보 사업 ▲정부 및 유관기관과의 학술 세미나 ▲한방물리치료 ▲재활의학과 교과서 표절 ▲한의학 치료 의학적 타당성에 대한 전문학회 검증  ▲약침·한방안약 대책 등 주요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논의했다.

유용상 한방대책특위 위원장은 "무분별한 치료로 인해 소중한 국민의 건강을 위협받고, 잘못된 치료로 피해를 보는 어처구니 없는 모순적인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주말과 야간을 가리지 않고 기꺼이 개인적인 시간을 내고,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특위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에게 감사한다"며 "어려운 길이지만 한국의료를 올바로 세우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지혜를 모아 나가자"고 밝혔다.

토요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이어진 이날 회의에는 유용상 위원장과 추무진 부위원장을 비롯해 강승민·김준성·김준협·이정근·조정훈·황지환 위원과 황의원 자문위원 등이 참석, 지난해 주요 추진사업을 점검하고, 올해 주요 정책 방향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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