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07:30 (목)
'뜬금없는' 폐구균 무료접종 전환...의료계 '황당'

'뜬금없는' 폐구균 무료접종 전환...의료계 '황당'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4.01.15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 접종비 586억원 깜짝 배정, 복지부·질병본부도 놀라
의료계 "납득할 수 없는 쪽지예산...사업추진 재검토해야"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 전환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는 지난 1일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을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하고, 무료접종 전환에 따른 지원예산 586억원을 신규배정하는 내용의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을 확정했다.

예방접종 지원예산 중 540억 5500만원은 민간 병의원 예방접종 지원에, 나머지 45억 4500만원은 보건소로 지원된다. 필수접종 무료지원 사업에는 국가와 함께 지자체도 같은 규모의 예산을 내야 해 전체 예산 규모는 1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필수예방접종의 범위가 확대됐다면 으레 환영받을 일이겠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의료계는 물론 정부조차 소아폐구균 필수접종 전환 소식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급작스레 관련 예산이 확보되어 7월부터 소아구균 접종이 무료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확보됐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일단 국회에서 예산이 확보된 상태이며 하반기에 국가접종으로 추가할 계획이 있다는 것 말고는 현재로서는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백신을, 어느정도 수가로 제공할지는 아직까지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면서 "조만간 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 가야할지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예방접종 예산 증액 내역. 당초 정부는 기존 필수접종 백신 11종을 기준으로 1230여억원의 예산배정을 요청했으나,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소아폐렴구균 필수접종 신규도입 예산으로 586억원이 추가 배정됐다(단위: 백만원/ 보건복지부).

의료계는 국가필수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단 한차례의 의견조회도 없이, 국회가 예산배정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의료계와 정부는 국가필수접종 확대와 관련 지속적으로 논의를 주고 받아왔으며, 국민수요와 필요성·비용효과성 등을 검토해 A형간염과 독감을 이른바 '국가접종 전환 1순위'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예산확보가 여의치 않아 이들에 대한 국가접종 전환을 추진치 못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국회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소아폐구균을 새롭게 국가필수접종으로 도입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조차도 몰랐던 '쪽지예산'

이번 결정으로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관련 당사자들이 고민하고 공유해왔던 우선순위가 무너지고, 의료정책을 결정 과정에서 또 다시 전문가가 배제되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게,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판단이다.

정해익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장은 "아이들과 보호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으나, 국가접종으로 전환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과정에 큰 문제가 있었다"면서 "전문가이자 국가예방접종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파트너인 의료계에 한마디로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원격의료에 빚대어 원격의료가 정부의 횡포라면, 소아폐구균 국가접종은 국회의 횡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수흠 의협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은 "정부와 A형간염과 독감 등 국가접종 전환을 논의해가는 과정이었는데, 아무런 상황설명도 없이 다른 것은 다 잘리고 갑작스럽게 소아폐구균이 국가접종으로 전환됐다"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폐구균 접종확대는 A형간염과 독감에 비해 비용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면서 "A형간염의 경우 시급성이 커 일부 지자체에서는 바우처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고, 독감의 경우 수급불균형으로 연간 300~500만 도즈가 폐기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 500억원이 넘는 예산이라면, 이 둘을 해결하고도 남을텐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행위료 3분의 1 수준으로 토막...소청과 '울상'

임 회장은 "이번 결정은 의료를 전혀 모르는, 또 국가필수예방접종 선정이 국민들의 미래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한 결정"이라면서 "국민건강을 좌우할 국가필수예방접종 선정을 정치적 논리에 의해 밀실에서 처리했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에서는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강행시 필수예방접종 거부운동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온다.

소청과 관계자는 "국가접종 전환은 일종의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작업으로, 벌써부터 소아폐구균 무료접종으로 행위료가 종전의 1/3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결정을 국회 단독으로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5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배정된 것인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예산배정은 전문가인 의료계는 물론 주무부처인 정부, 사업기관인 질병관리본부조차 모르게 결정된 전형적인 쪽지예산"이라면서 "원격의료에 이어 소아폐구균 국가접종 전환에 이르기까지, 보건의료정책 결정과정에서 의사의 목소리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당혹감을 넘어 분노스러운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