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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세 대상 비급여 항목 확대…"우려가 현실로"

부가세 대상 비급여 항목 확대…"우려가 현실로"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4.01.1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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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칵 뒤집힌 의료계…"세원 늘리려는 기재부의 원칙없는 폭거"
복지부, "치료, 미용목적 구분키 어렵다고 했지만...기재부 불수용"

이르면 오는 2월부터 미백과 여드름 치료 등 각종 피부미용 시술에 대해서도 의료비의 10%를 부가세로 부과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성형수술 관련 안면윤곽술과 악안면 교정술, 피부미용 시술 관련 △색소모반·주근깨·흑색점·기미치료술 △여드름·탈모치료술·제모술·모발이식술 △문신술 및 문신제거술·피어싱 △지방융해술·피부재생술·피부미백술·항노화치료술·모공축소술 등에 의료비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정부 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2010년 7월 시행된 현행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은 의료행위 가운데 미용성형 목적의 △쌍거풀수술 △코성형수술 △유방확대·축소술(유방재건술 제외) △주름살제거술 △지방흡인술 등 5개 성형수술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시행령이 결정될 당시 성형외과계를 필두로 전 의료계는 '5개 성형수술을 미용목적 수술이라고 명확히 규정할 수 없다'며 반대했었지만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5개 성형수술을 치료목적 수술로 볼 수 없다'며 부가세 부과를 강행했다.

의료계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의 '5개 수술은 미용목적 수술이기 때문에 부가세 부과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향후 치료목적 수술에 대해서는 부가세 부과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행령을 따랐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비급여 시술 및 수술에 대한 부가세 부과의 물꼬를 튼 만큼 향후 부가세 부과 대상 비급여 항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이같은 우려는 약 2년 5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이번에도 철저히 무시된 전문가 의견

부가세 대상 비급여 항목 확대 논의는 지난해 11월 중순경 기획재정부가 세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기획재정부는 보건복지부는 물론 대한의사협회, 대한피부과의사회 등 관련 부처 및 단체들로부터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의사협회와 피부과의사회는 여러 차례 공식, 비공식 협의를 통해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 의협 백경우 의무이사는 "정부 세법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후, 세법개정안에 부가세 부과 대상으로 포함된 수술과 시술들 대부분이 치료목적으로 시행되는 것들이어서 부가세 부과 대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그러나 의협의 의견은 결과적으로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획재정부가 세법개정안의 골자는 이미 다 결정해 놓고 법 결정 및 시행 과정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있을 것 같으니까 형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수순을 밟은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피부과의사회 황지환 기획정책이사 역시 기획재정부의 '벽창호'같은 태도에 혀를 내둘렀다.

황 이사는 "피부과의사회에서도 여러 차례 반대의견을 냈다. 심지어는 얼마전 이전한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까지 찾아가 반대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는데,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건복지부장관 고시로 정한 '국민건강요양규칙'에 비급여를 나누는 기준이 명기돼 있다"면서 "비급여 기준 1항은 질환명이 있는 즉, '국제질병코드'에 있는 비급여 항목들이 포함돼 있고 2항에는 질환명이 없는 항목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부가세 대상에 포함된 시술들 대부분이 1항에 속한 것들이다. 그래서 1항에 속한 부가세 대상 항목들은 모두 제외시켜야 한다고 기획재정부측에 여러 번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탄식했다.

특히 "그런데 이번에 부가세 과세 대상에 포함된 여드름과 같이 1항으로 분류돼 있는 '근시를 위한 라식수술', '치아교정', '흉터 치료' 등은 기존에 부가세 부과 대상에 포함돼 있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빠졌다"면서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부가세 대상을 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부가세 부과 대상 비급여를 분류하는 기준에 미용하고 치료목적이 혼재돼 있다"면서 "엄연히 질환명이 있는 시술들에 부가세를 부과하려면, 차라리 그런 질환들을 의료행위가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리베이트 쌍벌제, 공정경쟁규약, 의료광고심의 대상에서도 제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재부, 세수 확보에만 '혈안'…주무부처인 복지부 의견도 '묵살'

기획재정부가 의협과 피부과의사회 등 전문가단체의 의견만 무시한 것이 아니라, 보건분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의견도 사실상 묵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백경우 의무이사와 피부과의사회 황지환 기획정책이사는 "보건복지부가 이번에 부가세 부과 대상으로 선정된 비급여 항목들이 치료목적 비급여 항목인지 미용목적 항목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부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수차례 전달했지만 이마저 묵살된 것으로 안다"면서 "세수 확보에만 혈안이 된 기획재정부에겐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은 물론 같은 정부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의견도 고려대상이 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우선 "보건복지부도 세법개정안이 입법예고 되고 나서야 내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측에 세법개정안에 부가세 과세 대상에 포함된 비급여 항목들에 대해 치료목적 비급여인지 미용목적 비급여인지 구분할 수 있냐는 질의를 해왔고, 해당 비급여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상 치료목적인지 미용목적인지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때문에 우리측(보건복지부)으로서는 해당 항목들이 왜 부가세 대상에 포함됐는지 명확한 이유를 모른다. 그 이유는 기획재정부에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이번 부가세 대상 비급여 확대에 포함된 항목들이 모두 미용목적 시술로 판단되기 때문에 이번 세법개정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제과 방우리 사무관은 "이번에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비급여 항목들은 통상적으로 미용목적 시술들이라고 판단돼 부가세 부과 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방 사무관은 특히 "세법개정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비급여 항목을 부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이렇게 수정된 세법개정안을 국회에서 논의할 당시 보건복지부도 '이견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강조했다.

치료-미용 따지는 것 무의미?…모든 비급여가 부가세 대상될 수도

기획재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 이후 추가적으로 부가세 부과 대상 비급여 항목 확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는 부가세 부과 대상 비급여 항목이 점진적으로 확대돼 급기야는 모든 비급여 항목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내과의사회 관계자는 "지금은 부가세 부과 대상 비급여 항목이 성형·피부과에 집중돼 있지만, 기존 '치료목적 비급여 항목 부가세 대상에서 제외'라는 원칙이 무너진 만큼 최악의 경우 부가세 부과 대상 비급여 항목이 보험과 비급여에 까지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안과의사회 관계자 역시 "기획재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보다는 세수 확보에 무게를 두는 결정을 계속 이어간다면 모든 비급여 항목이 부가세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이제는 치료목적 비급여 항목이니 미용목적 비급여 항목이니를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기획재정부 방우리 사무관은 "지금으로서는 부가세 부과 대상 비급여 항목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향후 추가로 미용목적 비급여 항목으로 판단되는 항목이 발견될 경우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부가세 부과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의료계의 부가세 대상 추가 확대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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