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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에게 천연물신약 처방 인정한 것 아냐"

"한의사에게 천연물신약 처방 인정한 것 아냐"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01.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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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 핵심 "고시 법적근거 결여…한의사 처방 못해"
의료계 "천연물신약 판결 확대 해석 말아야"

법원의 천연물신약 판결은 고시내용의 법적 근거가 결여됐다는 내용이지 한의사들에게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인정한 의미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2행정부(법관 윤인성·윤정인·이승훈)는 9일 대한한의사협회와 김필건 한의협 회장·한의사 이상택 씨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 2012-22호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별표 1]의 '한약(생약)제제의 제출자료' 중 제2항 제1호 (다)목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은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구분할 수 있는 적극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행정청으로 하여금 면허 범위를 구분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고시의 위임 근거에 해당하는 약사법,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 등 관계법령에서 이 사건 고시에 이러한 내용을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찾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즉 상위법인 의료법에 면허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거나 위임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하위 고시로 기본권을 제한했기 때문에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공법상 원칙인 '법률 유보 원칙'을 위배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식약처가 상위법인 약사법이나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에 '생약제제'에 관한 규정이나 위임도 받지 않은 채 자의적인 고시를 통해 '생약제제'를 정의하고, 상대방이 수긍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이고, 정책적인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의사의 면허를 제한했기 때문에 고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일부 언론과 한의계는 "한의사들도 천연물신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법원 판결의 핵심은 고시가 법적근거를 결여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일 뿐 한의사의 처방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용상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현행 약사법에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분류하고 있고, 의약품 체계상 천연물신약은 반드시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하위법인 식약처 고시에 관한 판결을 놓고 한의사가 천연물신약에 관한 처방권을 갖게 됐다고 하는 것은 사실은 호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제기된 배경에는 상위법인 의료법·약사법·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에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는 물론 생약제제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차제에 혼란스런 법령과 규정을 명확히 정비하는 것이 면허범위를 둘러싼 혼란을 방지하고,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차제에 상대적으로 의약품에 비해 느슨한 한약제제와 생약제제에 관한 독성과 임상시험에 관한 규정을 국제적인 기준과 부합하도록 강화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천연물신약이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천연물신약을 배타적으로 사용·처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권리 주장을 배척했다. 이와 함께 소를 제기한 한의협에 대해서도 "직접 한방 의료행위를 하거나 의약품을 개발해 품목허가를 받을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법률상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각하했다.

재판부는 "확인대상 고시가 무효가 되더라도 신속하게 대체입법을 마련함으로써 제조·수입한 의약품 및 천연물신약의 품목허가 과정에서 입법 부재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의계는 "식약처의 항소에 대비해 항소심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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