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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만 그릇의 밥
140만 그릇의 밥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3.12.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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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은 지음/도솔 펴냄/1만 3000원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에 있는 작은 마을 갈거리(葛巨里)에는 '갈거리사랑촌'이라는 가족공동체가 있다. 이 공동체는 무료급식소 '십시일반'·노숙인들을 위한 '원주노숙인센터'·무주택 독거 할머니의 보금자리 '봉산동할머니집'·복지형 신용협동조합 '갈거리협동조합'과 '갈거리장학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공동체의 중심에는 곽병은·임동란 원장부부가 있다. 25년전 원주에 부부의원을 개원하며 시작된 사랑나누기는 지금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이들 부부는 올해 2월 15일 곽 원장이 환갑을 맞는날 폐원을 결정했다. 이제 그들은 이미 천주교 원주교구에 기부한 '갈거리사랑촌'에 거처를 마련하고 봉사하는 삶, 자유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다.

곽병은 원장이 25년간 지나온 흔적을 옮긴 <140만 그릇의 밥>을 펴냈다. 이 책에는 개원부터 폐원까지 켜켜이 쌓인 시간과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담겨있다.  힘들지만 의미있던 순간들이 소담한 글을 통해, 정겨운 사진을 통해 전해진다.

1991년 문을 연 갈거리사랑촌과 십시일반·노숙인쉼터에는 22년동안 다녀간 140만명의 소외된 이웃들이 있고, 140만 그릇의 밥이 전해주는 애잔한 삶이 있다. 9년전 설립한 갈거리협동조합은 조합원이 300명을 넘어섰고 자산도 2억원이 넘었다. 노숙인이나 지역빈곤층에서 긴급생활자금이나 소규모 자립자금을 담보나 보증없이 대출해주해 주고 있지만 상환율은 96%에 이른다. 지금도 무료급식소인 십시일반 앞에는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두부 두판, 콩나물 세봉지가 놓여 있다. 누구의 손길인지 알 수 없지만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의 선한 마음은 영역을 넓혀가며 이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살아있다. 25권이나 되는 저자의 일기 가운데 간추려 책속에 옮겨져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게도 하지만 그 모든 일은 지금도 이어지는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나눌수록 커진다' '뜻이 좋고 계획이 좋으면 뭐하나'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동네의사 아저씨' 등 네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을 한 쪽 한 쪽 넘기다 보면 다른 이를 위해 살아온 저자의 마음에 젖어들게 된다.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넓은 품을 느끼게 된다. 그 안에는 이웃들의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이 녹아 있고, 개인의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으며, 저자가 오랜시간 꿈꿔온 세상을 엿볼 수도 있다. 이제 시작하는 그의 두번째 인생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지금도 저자는 해마다 열리는 마을행사를 주관하고 마을 어르신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평생 학생으로서의 상지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가톨릭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양학과 고전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한국방송통신대학 중국어과에 재학중이다. 서예와 사군자를 좋아하고 검토·활쏘기·사진에도 관심을 놓지 않는다.

그동안 남다른 삶을 살아온 저자에게 세상은 대구가톨릭사회봉사대상(2000)·원주시민대상(2001)·보령의료봉사상 대상·대한민국 인권상(2006)·동곡상(2012)·아산상(2013) 등을 전했다. 저자는 '신독(愼獨·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감)'을 마음에 새긴다. 그리고 다시 나서게될 봉사의 길에서 삶의 답을 찾게 되기를 소망한다(☎02-335-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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