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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 약사법 지킬 수 있습니까" 첫 헌소제기

"병원들, 약사법 지킬 수 있습니까" 첫 헌소제기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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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H병원, '의사의 입원환자에 대한 의약품 직접조제' 헌법소원

부산에서 신장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을 5년째 운영 중인 H병원장. 2011년 5월 청천벽력 같은 환수처분 고지를 받고 소송을 제기한 그는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패소하면서 병원 문을 닫을 위기에 직면했다.

잘나가던 병원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의사의 직접 조제를 명시한 약사법 제23조 제4항. 이 조항은 원칙적으로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입원환자의 경우 의사가 '직접 조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정한 경우에 한해 의약분업 예외 규정을 둔 것이다.

병원장은 약사면허가 없는 조제실 직원 등으로 하여금 의약품을 조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이유로 약사법 위반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환수규모는 총 23억원 가량. "의사의 지시에 따라 조제실 직원이 의약품을 조제했다"는 항변은 통하지 않았다.  

H병원은 17일 의사의 직접조제를 허용하는 약사법 제23조 제4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의료기관이 현행 약사법에 따른 약사 고용의무를 준수하는 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법에서 규정한 '직접조제'의 범위가 불명확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심판대리를 담당한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병원 안에서 약을 조제하는 경우 의사가 직접 조제해서 갖다주는 사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조제'로 규정돼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예전에는 약사법 위반으로 벌금 정도가 나왔다면, 이제는 부당청구로 약값 전액을 환수당해 부담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원내조제를 하는 의료기관이라면 악의적인 내부고발 등에 따라 언제든 막대한 환수처분 위기에 놓일 수 있단 얘기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종합병원 10곳 중 4곳 이상이 병원약사가 1명만 고용돼 있고, 병원급 의료기관의 94%가 1인 약사 근무체제에 해당한다.

약사들이 병원에서 근무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병원과 원외약국간 수가체계의 현저한 불균형 때문이다. 원내 의약품 관리료(30원)와 원외 의약품 관리료(1890원) 차가 63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동일한 약제30일분을 처방할 경우 원외 약국 수가가 상급종합병원 약국 수가에 비해 4.2배 높게 나타난다.

현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의사가 의약품을 일일이 직접 조제할 수 없다면 약사 고용에 따른 비용을 국가에서 보전해주거나, 조제료를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직접조제' 규정은 괴리가 심하다"면서 "소송과정에서 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에서도 약사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사실조회를 요청했으나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의약분업 제도가 도입된 이후 예외로 규정된 약사법 조항 중 '자신이 직접' 부분에 대한 최초의 헌법적 문제제기를 통해 의사의 진료권에 대한 법적 평가를 재조명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H병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만큼 의료계의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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