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창조경제 집착, 전문가 무시하고 국민건강 시험대에"

"창조경제 집착, 전문가 무시하고 국민건강 시험대에"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18 15:0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환규 회장 "정부 대책은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
긴급기자회견...제4차 투자활성화대책 통렬 비판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다는 정부 방안에 대해 의협이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한 것"이라며 "이는 병원의 편법을 확대한 반국민적 정책"이라고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18일 오후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 회장은 "전국의 약 840여개 병원에 영리법인 형태로 자회사 설립을 허용토록 하고 의료기기 공급, 의료기관 임대, 건강식품, 화장품 등 여러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토록한 것은 근본 취지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원가의 75%에 못미치는 보험수가를 강제하는 상황에서 현재 의사들은 각종 비급여 항목을 통해 환자에게 추가 부담토록해야 병원 운영이 가능한데도, 정부는 이처럼 왜곡된 건강보험제도를 방치한 채 병원에게 오히려 편법적인 수익창출을 확대하도록 하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또 영리법인 형태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할 경우 병원 소유주가 병원에서 발생한 수익을 영리자회사로 합법적으로 빼돌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따라서 정부의 투자활성화대책은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정책과 다름 없다"고 못박았다.

정부 방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한 편법 수단이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노 회장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추가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는 병원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경영 위기에 돌입한 병원들이 편법적으로 수익창출의 창구를 열어준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투자활성화대책에 유헬스가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노 회장은 "유헬스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립 없이 '환상'에만 사로잡혀 의료산업화 정책의 일환으로 원격의료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의료분야 미래산업의 핵심에 대해 의료계와 진지하게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에 편법 수익활동을 획책하는 정책"

노 회장은 "결국 제 4차 투자활성화대책 중 보건의료 육성정책은 환자와 의사에게 각각 과중한 의료비 부담과 윤리적 부담을 지우고 있는 현행 건보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원칙을 무시하고 오히려 영리자회사를 통한 편법수익활동을 획책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는 궁극적으로 의료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의사로 하여금 편법적인 돈벌이에 더욱 집중하게 할 개연성이 크다"면서 "결국 정부가 국민의 시름을 늘리고 국민행복의 길과 반대의 길로 안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16일 "원격의료는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일부에서 오해하는 의료민영화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힌데 대해서는 "사실이 아닐 뿐더라 의협의 견해를 무시하는 발언이며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의료산업화를 위해 원격진료 허용을 밀어붙이면서, 한편으론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노 회장은 "핸드폰을 이용한 진료의 허용은 진단의 정확성을 떨어뜨리고 동네의원의 몰락을 가져와 오히려 정부의 주장과 반대로 의료의 공공성을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당정협의에서 도출된 수정보완책 역시 초보적인 의료지식도 없는 관료에 의해 만들어진 미봉책에 불과하므로 보완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화를 통해 실행계획을 만들겠다는 최 수석의 발언 역시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전문가의 참여 없이 비전문가 관료들이 먼저 법을 만들어 놓고 나중에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일방적인 원격의료 정책을 포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노 회장은 "소화제 하나를 개발하는데도 10여년의 개발기간과 1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이유는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물며 전국민의 건강이 달려 있는 핸드폰 진료를 단 한 번의 시범사업도 하지 않은 채 굳이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노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행복'을 위한 정책은 소수 관료들에 의해 책상에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염려하는 전문가들의 전문적 소견을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라며 "관료들은 대통령 말에 무조건 따르지 말고 무엇이 국민 건강과 행복을 위한 정책인지 옳게 판단하고 건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원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제도 거부"

15일 전국의사 궐기대회 이후 의료민영화 반대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의협의 '의료민영화'에 대한 기본 입장도 명확히 밝혔다. 노 회장은 "의료민영화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를 하고 있어서 개념상에 큰 혼란이 있다"면서 "협회의 기본 입장은 의료기관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의료제도에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의료기관은 의료제도를 통해 정당하고 적정한 의료수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투자자를 위해 이윤의 극대화 노력을 해야 하는 의료환경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의협이 당연지정제 폐지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의료민영화를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협회의 입장을 설명했다. 

노 회장은 "의협이 과거 요양기관당연지정제 폐지 헌법소원을 냈고 최근에 다시 재추진하는 이유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크게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원가의 75%에 불과한 의료수가를 강제하면서 의사들에게 싸구려 치료를 강요하는 것이 당연지정제를 악용해 벌어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 회장은 "정부가 불합리한 계약을 의사들에게 강요할 때, 의사는 그 계약을 거부할 수 없는것이 당연지정제다"라며 "따라서 정부가 불합리한 제도를 강요하지 않는다면, 의사도 당연지정제를 거부할 이유가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차관에 공개 토론도 제안했다. 노 회장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등 의료상업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정책 책임자인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이나, 최원영 수석 두 분 중 한명이 국민 앞에서 정식으로 토론을 벌여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 "문형표 장관이 직접 나오면 좋겠지만, 취임한지 얼마 안돼 의료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