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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사협회, 연명의료결정법안 "반대"
가톨릭의사협회, 연명의료결정법안 "반대"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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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만들기 보다는 환자와 대화·소통 통해 '신뢰' 형성해야
생명존중문화 확립하고, 호스피스 완화의료법 제정이 먼저

한국가톨릭의사협회가 '연명의료결정법(안)'을 졸속으로 추진하는데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의사협회는 16일 "환자의 일방적인 자기결정권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의료현장은 의사와 환자의 진정한 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대화와 소통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는 환자와 의사가 대화와 소통을 바탕으로 신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가톨릭의사협회는 "환자와 의사가 대화하며, 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환자의 의향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가톨릭의사협회는 "환자의 실제 상태에 비춰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의사의 의학적 소견은 무엇보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면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를 하도록 요구받거나, 환자에게 필요한 어떤 행위를 하지 말라고 요구받을 경우 의사는 의학적으로나 양심적으로 그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의료현장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연명의료를 고집하는 관행이 형성돼 있는 것을 부인할 순 없다"고 밝힌 가톨릭의사협회는 "임종기 환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의사의 양심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의료행위는 의료와 의학교육에 담긴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환자와 의사가 대화하며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환자에게 적절하고 필요한 의료행위를 식별해 마지막 순간까지 제공함으로써 죽음을 맞이하도록 돌보는 것이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1. 법안의 의의: 환자의 자기 결정권에 대하여
이 법은 환자의 일방적인 자기결정권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닌, 환자에게 필요하고 적절한 것을 식별하여 그것을 제공하는 동시에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불필요한 것을 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고양시키는 교육과 호스피스, 임상사목, 임종기 환자에 대한 심리상담 등의 체계 확립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영적 돌봄이 배제된 임종기 환자의 자기결정은 오히려 자신의 '존엄성'을 해칠 위험이 높다 하겠습니다.

2. 해당 법 제정의 취지에 대하여
연명의료결정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하지 않는 것이 본 취지이나 이 법안은 환자의 일방적인 '자기결정권'에만 비중을 두어 법 제정의 취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합니다. 올바른 연명의료결정은 이러한 법의 제정 없이도 의사와 환자의 신뢰 안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설 등의 확대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3. 사전의료의향서에 대하여
자유로운 결정은 오직 현재의 구체적인 상황에서만 유효하며 가정된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으며 정말로 문제가 생겼을 때 오히려 환자의 자유로운 결정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잘못된 정보에 의해 자의적으로 작성된 사전의료의향서를 의사가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제12조 ⑤사전에 작성한 사전의료의향서가 있을 경우 담당의사에게 사전의료의향서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 받은 담당의사는 환자와 상담을 통해 확인한 후 그 내용을 연명의료결정에 반영하여야 한다). 따라서 의사와 충분한 의학적 정보 교환이 없는 사전의료의향서의 내용은 참조 사항일 뿐이며 담당의사와 환자가 의학적 상태에 대한 대화를 통해 연명의료를 계획한 문서가 연명의료결정을 이행하는 최종 근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4. 병원윤리위원회의 존재에 대하여
이 법안은 병원윤리위원회의 존재를 필수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으나 전국적으로 이러한 체계를 갖출 병원과 의원은 매우 한정되어 있어 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당장 병원윤리위원회가 적절한 기능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생명윤리에 대한 철학과 지식이 준비되지 않은 윤리위원회는 형식적 제도로 그칠 우려가 높습니다. 따라서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 사회와 의료인의 생명윤리 의식의 고취에 대한 방안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제10조 5항 중 기본적인 의료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제10조 5항의 "담당의사 및 의료기관의 장은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영양공급, 수분공급, 통증 조절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하여 제공하여야 한다"는 내용 중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은 모호한 표현으로 이 법안이 안락사법으로 흐를 여지를 남겨 놓은 위험한 조항입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와 돌봄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6. 제11조 5항중 '환자의 명확한 의사표시 여부를 판단'에 대하여
이 법안에 따르면 담당의사는 환자의 '명확한 의사(意思)표시 여부를 판단(제11조 5항)'하여야 하고, '그 내용을 연명의료결정에 반영하여야(제12조 5항)' 하며, 환자가 의사표시를 하지 못할 경우 의료진과 생명윤리위원회는 가족이나 대리인의 의견을 듣고 그 진정성을 파악해야 하는 위험한 줄타기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의 문화에서는 가족의 의사확인이 환자의 의사확인 다음으로 중요하여 환자와 가족의 뜻에 서로 다른 판단을 할 경우 연명의료결정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서면으로 작성되지 않은 구두 진술에 의해 의사가 연명의료결정을 할 경우는 법적인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구체적인 의사-환자-가족 사이의 의사소통을 돕는 장치와 도구가 필요합니다.

7. 제22조에 언급된 '뇌사'의 경우에 대하여
이 법안은 임종기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제22조에 뇌사의 경우를 넣음으로써 임종기 환자와 뇌사자의 개념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으며 지속성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안락사의 길을 열어놓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8. 제23조 '사전의료의향서 작성문화 조성'에 대하여
국가는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문화 조성(제23조)에 대한 보조를 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의료인의 생명과 죽음에 대한 인식 개선 방안과 호스피스-완화의료 시설 확충, 임종기 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병원윤리위원회의 활성화 등의 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절실한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한국가톨릭의사협회는 진정으로 임종하는 환자를 도울 수 있는 국민들의 생명존중문화 고취와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의 선행없이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을 제정하는 것을 반대하며, 또한 이 법이 '자기결정권에 의한 인간 존엄성 보호'의 이유로 향후 안락사법으로 이행될 여지와 그 가능성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2013년 12월 16일

한국가톨릭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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