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놓치고, 발목 삐면서까지 여의도 의사집회로...
버스 놓치고, 발목 삐면서까지 여의도 의사집회로...
  • 최승원·이은빈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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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속으로
"두 돌된 '온유'도 15일 집회 의미 알아줄 것"

영리병원과 관치의료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15일 여의도공원에 울려 펴졌다. 전날 내린 눈으로 공원 바닥은 얼어있었고 영하의 날씨로 매서웠지만 관치의료 타파를 염원하는 2만5000명의 열기는 뜨거웠다. 15일 열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 속으로 들어가 봤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유모차 부대는 건재했다. 특히 이제 두 돌된 딸 '온유'는 엄마 박수현(진단검사의학과)씨와 아빠 임창록 원장을 따라 유모차를 타고 집회에 나섰다. 광주에서 외과를 개원 중인 임 원장은 온 가족을 데리고 집회 전날 KTX에 몸을 실었다.

두돌된 딸 '온유'와 함께한 임창록 원장 부부
행선지는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1박을 한 온유 아빠와 엄마는 온유를 유모차에 실고 여의도 문화마당으로 나왔다. "답답한 의료현실을 이대로 지켜 볼 수가 없어 가족여행 온 셈치고 집회에 나왔습니다. 훗날 온유도 엄마와 아빠가 왜 추운 이 자리에 데리고왔는지 이해할 수 있겠죠."

조선대병원 전공의들의 동참도 눈길을 끌었다. 전공의들이 15일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근무표를 다시 편성했기 때문.

참여의사가 있는 전공의라면 모두 여의도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서준원 조선대전공의협의회장(내과3)의 의지에 따라 주말약속도 취소한 전공의들이 대표들을 서울로 보내기 위해 대신근무를 서 준 것.

서 대표는 주말 일정을 대신 서준다는 게 전공의들에게 쉽지않은 일임을 알기에 서 대표의 뜻을 따라 준 회원들에게 '뜨거운 감사멘트'를 날렸다. 조선대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10일 노환규 의협 회장이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반대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나선 전국 순회행보에서도 진료에 투입된 전공의를 제외한 60여명의 모든 전공의들이 노 회장과의 간담회에 참여하는 열성을 보여줬다.

조선대병원을 비롯해 젊은 전공의들의 집회참여를 위한 노력들도 관심을 끌었다.

지방에서 어렵게 여의도공원으로 모여든 의사들은 하나같이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를 개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지역 병원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L전공의는 궐기대회 소식을 늦게 듣고 지역의사회가 준비한 단체버스를 놓쳐버렸다. 그는 "이번 투쟁에 참여안하면 의료계가 더 망가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KTX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여의도까지 오는 의지를 보여줬다.

안영석 동국대일산병원 전공의(소아청소년과3) 역시 병원 내 전공의 노조공지를 보고 참석을 결정했다. 평소에도 의협 어플을 보면서 투쟁소식을 접하고 있던 터에 "이번 투쟁현장은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고교동창 한 명은 서울에 있는 의대로, 또 다른 한 명은 대전에 있는 의대로 각각 입학을 했다 몇 년만에 15일 집회에서 '상봉'한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두 의대생들은 모두 의협의 투쟁고지 문자를 받고 집회에 참석한 것이 재회의 계기가 됐다. "오랜만에 만난 것도, 같이 의사의 권리를 찾는 투쟁에 동참하겠다고 뜻을 모았다는 것도 반가운 일"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 잘못된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바로세우기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남여 사회자.
"의료악법 철폐하여 국민건강 지켜내자"의 사회자 선창에 2만5000 회원들은 한 목소리로 "지켜내자!, 지켜내자!, 지켜내자!"를 외친다. 그러면서 드는 의문. '선수'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집회 사회자로 나선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15일 집회에서 사회를 맡은 사람은 바로 임건묵 원장(전주시 미래고은의원).

학생운동 좀 했느냐는 질문에 "전혀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다만 "선수까지는 아니고 경력은 좀 있다"고 말했다.

때는 의약분업으로 의권투쟁이 최고조에 올랐던 2000년. 서울 한양대에서 열린 의약분업 반대 의대생 집회에서 사회를 보며 얼굴이 이미 팔렸다. 이번 집회사회도 당시 사회를 봤던 임 원장을 '될성싶은 떡잎'으로 기억했던 의협 이사진에 의해 15일 집회를 며칠 앞두고 '오퍼'가 들어 온 것을 받아 들였다.

10여년이 지나 다시 연단에 선 느낌은? "무지하게 떨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15일 집회의 무게를 충분히 알기에 차분하면서도 힘있게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임 원장과 함께 예의 그 낙랑한 목소리를 들려줬던 백가연 아나운서는 회원은 아니지만 이번 집회사회를 맡으며 '반쯤 의사'가 됐단다.

의협 대표자들의 삭발식에서는 안타까운 탄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이준홍 원장(창원시 외과)은 "의사들이 삭발하고 투쟁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며 탄식하면서 "72세의 고령에도 힘을 보태기 위해 상경했다"고 말했다.

특히 "동물진료수가보다 못한 진료수가를 보면서 동물보다 사람이 가치없게 느껴질 정도"라며 "수가인상이 아니라 수가체계 자체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원일 청주시의사회장은 의료계 대표자들의 삭발광경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고 "이번이 잘못된 의료제도를 고치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투쟁에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내린 눈이 얼어붙어 낙상사고가 생기다보니 집회 참석을 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들도 속속 접수됐다. 경기도 용인시의사회는 집회 참석을 위해 출발장소로 이동하던 용인시 회원 두 명이 빙판길에 낙상하면서 한 명은 발목을 삐고, 다른 한명은 엉덩뼈를 다치는 사고가 생겼다.

출발시간이 임박해 결국 두 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는데 발목을 삔 회원이 붕대를 감고서라도 집회에 참석해야 하겠다고 고집을 피워 간신히 말렸다는 후문. 추무진 용인시의사회장은 "몸은 비록 여의도에 오지 못했지만 두 분의 마음은 2만 5000 의사와 함께했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때 대전협 회장 김 대 중 아주의대 교수

내15일 오후 3시께 여의도 문화광장. 칼바람 속에서 바닥에 쪼그려 앉아 투쟁을 외치는 의사들을 본 김대중 아주의대 교수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13년 전 의약분업 투쟁 때 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였던 그는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장(3기)으로서 젊은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주도한 인물.

이날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 현장에서 만난 그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온 것 같다"면서 "삭발식을 하고, 출정가가 울리는 모습을 지켜보니 의료계가 처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실감난다"고 통탄했다.

"아픔이 크네요. 의쟁투가 끝나고 10여년이 지났는데 세상은 그대로고…. 안타까운 건 의사들이 이렇게 해도 뭐가 변할까,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김 교수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의료수가에 있다"고 단언하면서 의사들이 정상적으로 진료행위를 해도 생존이 위협당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병원이든 의원이든 돈을 생각하면서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분야별로 의사들의 입장이 달라지면서 과거보다 단합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여건이 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금 대학병원에서는 선택진료나 상급병실료 문제가 가장 골칫거리거든요. 이슈가 달라진 거죠. 예전에는 전공의들이 앞장서서 투쟁 분위기를 조성하면 수련병원에서도 암묵적인 동의 하에 묵인해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어쨌든 앞으로가 문제일 것 같습니다. 궐기대회를 계기로 정부와의 협상에서 목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은빈기자 cucici@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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