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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권쟁취' 함성 '관치의료 타파'로 메아리치다
'의권쟁취' 함성 '관치의료 타파'로 메아리치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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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기대회 종합| 전국 의협회원 2만5천명 여의도서 궐기대회
원격의료·영리병원 넘어서 "건보개혁·관치의료 철폐"

 의사협회 회원 2만 5000여 명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2013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함성을 지르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대한민국 의사들이 또 다시 진료실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권쟁취'를 부르짖었던 절규의 함성들이 13년이 지난 오늘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 개혁과 관치의료 타파의 목소리로 되돌아 왔다.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과 각 직역 단체 대표를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소속 회원 약 2만5000여명은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2013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가졌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11일 '의료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지 1개월만에 본격적인 물리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소속 개원의·교수·봉직의 등 회원들은 의협 깃발아래 하나로 모여 정부의 규제일변도 의료정책을 규탄하고, 전문가의 목소리가 존중되는 의료환경 구축을 위해 총력 투쟁을 벌이기로 다짐했다.

이날 회원들은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과 현행 의약분업제도의 중단 및 선택분업으로 전환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회원들은  "36년 전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낮은 수가로 의료계의 숨통을 조여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살인적인 저수가의 고통을 감내해왔다. 대한민국 의료는 의사들의 일방적 희생에 의존하여 유지되어 왔다"고 밝혔다.

 의협 상임 이사들이 '관치의료'가 씌워진 관을 나르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이어 "그러나 우리 의사들은 더 이상 일방적이고 억울한 고통을 인내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전국 11만 의사들은 국민건강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잘못된 의료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바야흐로 의료혁명을 이뤄낼 시기가 온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잘못된 의료제도와 의사들을 억압하는 온갖 의료악법들을 개선하는 그날까지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울 것"이라며 "의사들의 올바른 주장을 외면하고 일방적 관치의료의 행태를 지속한다면 대한민국의 의료는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격의료를 위한 의료법 개악과 영리병원을 도입하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또한 왜곡된 의료를 조장하고 최선의 진료를 막고 있는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 체제의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를 전면 개혁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하는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추진 움직임을 즉시 중단하고 국민이 원하는 선택분업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관치의료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의료정책 결정구조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노 회장, 피 흘리며 "의료혁명 쟁취하자" 절규

노환규 의협회장이 피로써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을 다짐하며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노환규 의협 회장은 피로써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을 다짐했다. 노 회장은 "우리가 이 추운 겨울 날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단순히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그것만을 막아내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 잘못된 의료제도, 그것을 만들어 낸 관치의료를 타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의료제도를 우리 의사들 스스로의 손으로 바로세우고, 의사다운 의사로 살아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미리 준비한 칼을 자신의 목에 대며 "지금 정부는 의료를 살리겠다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그 정책들이 오히려 의료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면서 " 의료는 피를 흘리고 있다 대한민국 의사들도 피를 흘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의도 문화마당이 의사회원들로 꽉 메워져 있다.ⓒ의협신문 이정환
또 "오늘은 의료혁명이 시작되는 날이며, 회원들의 거센 함성을 들었다. 올바른 의료의 가치가 세워지고 올바른 의료제도가 바로세워지도록 단 한걸음도 물러서지 말고 의료혁명을 쟁취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회장에 모인 2만 5000여명의 회원들의 노 회장의 선창에 따라 한 목소리로 '혁명'을 외쳤다.

의협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회 변영우 의장은 격려사를 통해 열악한 의료현실을 개탄하고 의협을 중심으로 한 투쟁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변 의장은 "의약분업 투쟁부터 오늘까지 의료환경을 더 열악하고 어려워졌고 의사들은 더 영세해졌다"며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개원의와 중소병원 몰락은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 대의원회 변영우 의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또 "노환규 비대위원장이 투쟁 깃발을 높이 들었다. 지난 토요일 의협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 700여명이 모여 성황리에 열렸다. 전국 지방의사회가 모두 비상총회를 열었고 노 위원장은 전국 순회투쟁을 통해  병원장과 전공의와 함께 하고 투쟁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면서 "악법들이 완전히 폐기될 때까지 여러분의 열기로 투쟁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범한 의사로 살길 바랬는데..."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
궐기대회에 앞서 삭발투혼을 보여준 임수흠 서울특별시의사회장도 각오를 다졌다. 임 회장은 "정부는 의약분업을 강행하며 의사들에게서 조제권을 빼았아 갔고, 규제일변도인 건강보험제도를 이용해 소신진료를 빼았아갔다"며 "우리의 의권은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성토했다.

이어"저항하지 못하고 우리가 이처럼 당하기만 하니, 정부는 우리가 진짜 바보인줄 아나 보다"며 "이제는 원격의료로 우리들의 진료권마저 삐앗아 가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회장은 "익숙해져버린 안된다는 패배의식은 던져버리고, 우리들의 현재, 미래를 위한 행보에 모두의 힘을 모아 함께 나가자. 여러분들과 함께 무너져버린 대한민국 의료와 의권을 반드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말했다.

 한송이 회원
한송이 회원(서울 강남구의사회 총무이사/ 의협 전문위원), 이나리 회원(경기도 남양주시) 등 일반회원들도 단상위에 올라 벼랑끝에 몰린 대한민국 의사들의 처지를 개탄하며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한송이 회원은 "우리는 지금까지 정부가 수행한 수많은 제도들을 기억한다. 의약분업, 건강보험, 그리고 최근의 의료분쟁조정법까지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 속에 정부가 의료계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추진했던 그 수많은 제도들은 결국 국민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수많은 부작용만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더 이상 정부가 의료 전문가인 우리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마음대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게 우리의 힘을 보여주어여 할 것"이라며 "지금 여기에 계신 여러분이 의료 전문가로 의료의 주인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지는 분들이다. 이제 우리가 일치단결해 잘못된 정부의 관치의료와 의료악법에 맞서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나리 회원
이나리 회원은 현재 대한민국의 평범한 의사들이 품고 있는 좌절의 심경을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 회원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따스한 손을 가진 의사이고 싶었던 지극히 평범한 의사였다"며 "그러나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려던 나는 잠재적 범법자가 되어가고 있었고 교과서에 나오는대로 치료를 하려면 무지막지하게 '삭감'이라는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혼란스럽고 아팠다. 정의롭지도 공의롭지도 않은 한국 의료의 기형적인 시스템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막막한 심정으로 떨고 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회원은 "소신껏 내가 배운대로 양심껏 진료해도 충분한 의료세상, 비급여를 개발하기 위해 내 전공과 상관없는 것을 또 배우기 위해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는 세상, 우리가 가진 따스한 마음그대로가 환자에게 잘 전달되어지는 그런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적정수가 보장해야"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이날은 특히 보건의료노조 대표가 참석해 의료계와 연대투쟁의 의지를 밝혀 눈길을 모았다.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자리는 환자안전을 책임지고 국민건강을 책임지기 위한 역사적 자리이자, 의료영리화와 상업화 반대, 의료공익성, 공공성 지키기 위한 역사적 자리"라며 "의협과 노조가 함께하고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와 노동자가 한목소리를 내는 역사적 자리"라고 말했다.

노동단체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적정수가'를 주장하기도 했다. 유 위원장은 "지금은 저부담-저급여- 저수가로 인해 왜곡된 의료를 바로 잡는 작업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적정하게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국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양심진료, 적정진료가 가능한 적정수가를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정책이야말로 지금의 양극화된 의료, 왜곡된 의료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해 참석한 의사 회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유 위원장은 "의사와 노조, 어느 한 쪽만 투쟁해서는 어렵다. 국민과 여론을 움직여야 한다"면서 "의협과 보건노조는 국민건강과 환자생명을 중심으로 한국의료를 바로세우자는 목표가 동일하다. 환자와 의사 노동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의료제도를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상임이사 3인 '삭발' 투쟁결의 보여줘

 의협 상임이사들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무진 정책이사, 방상혁 기획이사, 임병석 법제이사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 상임이사들은 삭발을 통해 투쟁 각오를 다졌다. 임병석 법제이사와 추무진 정책이사, 방상혁 기획이사 등 3인은 머리를 깎는 결단을 보이며 투쟁의 맨 앞에 설 것을 다짐했다. 특히 임 법제이사(변호사)는 의협 회원이 아님에도 의료혁명 투쟁에 나서 삭발까지 감행하는 결의를 보여 이날 참석한 2만 5000여명의 회원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방상혁 이사의 투쟁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본행사를 모두 마친 후 참석한 회원들은 인근 새누리당 당사까지 가두시위를 시도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회장을 에워싼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의협은 궐기대회를 통해 확인된 회원들의 투쟁 열기를 밑거름으로, 1차적으로 시급한 현안인 원격의료법과 영리병원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아가 '저수가' 체제를 핵심으로 하는 왜곡된 건강보험제도의 개혁과 전문가를 무시한 '관'주도의 보건의료정책 철폐라는 근본적인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의협은 이 같은 투쟁 기조를 중심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어서 당분간 의료계에 드리운 전운은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잘못된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바로세우기 위한
전국 11만 의사들의 대투쟁 결의문

36년 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낮은 수가로 의료계의 숨통을 조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6년 간 우리 의사들은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살인적인 저수가의 고통을 감내해왔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의료는 우리 의사들의 일방적 희생에 의존하여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 의사들은 더 이상 일방적이고 억울한 고통을 인내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에 오늘 전국 11만 의사들은 국민건강을 위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나 잘못된 의료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바야흐로 의료혁명을 이뤄낼 시기가 온 것이다.

우리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잘못된 의료제도와 의사들을 억압하는 온갖 의료악법들을 개선하는 그날까지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울 것이다.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한 의사들의 피맺힌 절규를 똑똑히 듣고 받아들여라. 우리 11만 의사들의 올바른 주장을 외면하고 일방적 관치의료의 행태를 지속한다면 대한민국의 의료는 중단될 것이다.

                                                              - 우리의 주장 -

하나. 정부는 원격의료를 위한 의료법 개악과 영리병원을 도입하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정부는 왜곡된 의료를 조장하고 최선의 진료를 막고 있는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 체제의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를 전면 개혁하라!

하나. 정부는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하는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추진 움직임을 즉시 중단하고 국민이 원하는 선택분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정부는 관치의료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의료정책 결정구조를 보장하라!

대한민국 11만 의사들은 잘못된 의료제도가 바로서는 그날까지 힘찬 대정부 투쟁의 대열에서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2013. 12. 15
의료제도가 바로서기를 열망하는 전국 11만 의사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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