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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환자정보 팔아먹다니" 의료계 '경악'

"약사가 환자정보 팔아먹다니" 의료계 '경악'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1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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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산하기관, 처방내역 300만건 불법유출
의료계 "최악의 도덕성...의약분업 파기해야"

대한약사회 산하 약학정보원이 수 년에 걸쳐 환자 의료정보 수 백만건을 불법 수집·유출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11일 환자의 개인정보를 다국적기업으로 빼돌린 혐의로 약학정보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6시간에 걸쳐 서울 서초동 대한약사회관 건물 내 약학정보원 사무실에 수사관을 파견,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서류 등 내부 문서를 확보했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정황은 이렇다. 약학정보원은 약국 청구프로그램 'PM2000'을 일선 약국들에게 무상 배포하고 있는데, 지난 2007∼2012년까지 이 프로그램에 저장된 환자들의 질환, 의약품 청구 내역 등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 다국적 정보제공기업에 제공했다. 검찰은 이 같은 수법으로 유출된 환자 개인정보가 약 300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의료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우선 약사들의 단체인 대한약사회가 환자 정보유출 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 놀랍다는 분위기다. 약학정보원은 대한약사회 산하 재단법인이다. 약사회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약학정보원 이사장은 현 대한약사회장이다. 또 약사회 임원 다수가 약학정보원 이사로 활동 중이어서 사실상 약사회와 동일한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의료인은 아니지만 업무 특성상 환자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약사들의 중앙회가 환자 개인정보 불법유출 사건의 주동자일 수도 있다는 사건의 정황은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처방전에는 환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담겨 있으며 처방약을 토대로 환자가 갖고 있는 질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성병이나 정신질환, 임신 여부 등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약사회를 상대로 한 환자단체·시민단체의 집단 소송 가능성이 크다.

정보유출 규모 역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경찰이 추정하는 300만건 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전국 약국이 약 2만개이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PM2000'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1년간 원외처방건수는 4억9779만건에 달한다. 거의 모든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할 정도다.

특히 환자의 민감한 질병정보를 돈을 받고 민간기업에 팔아넘겼다는 의혹이 사실로 판명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약사들의 도덕성은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다.

환자 처방정보가 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민간 보험회사로 넘어갔을 경우, 특정 질병을 갖고 있는 국민은 보험 가입을 거절당하는 등 부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중대한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약대 6년제'와 관련이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약사들이 학제 연장을 그토록 갈망했던 이유가 결국 의사의 처방 정보를 이용해 '의사 흉내내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다.

의약분업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의약분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약사들이 처방 정보를 빼돌리는 비전문가적 행태가 드러난 만큼 제도의 신뢰성을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개원의는 "더 이상 비윤리적인 집단에게 개인정보를 맡겨야 하는 현행 의약분업을 유지하는 것은 안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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