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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맞을만하니까? 진료공백 초점 맞춰야"

"의사는 맞을만하니까? 진료공백 초점 맞춰야"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0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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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대전시 응급의료 발전전략 워크숍서 "인식 개선" 한 목소리
신고해도 경찰이 합의 종용 다반사…현행범 체포 적극 권고 주장

의료현장에서 '맞는 의사들'에 대한 인식의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폭행 자체가 아닌, 그로 인해 벌어지는 진료공백이나 환자 피해를 전면으로 내세워 보다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양상이다.  

실질적인 해결책으로는 응급실 난동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유도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신고해도 합의를 종용하는 경찰의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의협신문 이은빈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6일 대전광역시 주최로 유성 아드리아호텔에서 열린 응급의료 발전전략 워크숍에서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폭력 추방을 위한 중앙정부 계획'을 주제로 이 같이 발표했다. 

윤 센터장은 "통상적으로 의사가 맞았다고 하면 직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인지 맞을만하니까 맞았다며 냉혹한 평가가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진료공백이나 다른 환자에게 미치는 유해성에 초점을 맞춰가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개선 대책으로는 현행 형사소송법상 현행범 체포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응급의료기관과 관할 경찰서간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센터장은 "응급실은 공공시설로 보고 처리해줘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경찰들이 나서서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행범 체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응급실 폭력 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응급실 경비원의 현행범 체포 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실력행사 범위에 대해 관련 부처 및 법률전문가 등에게 유권해석을 요청하고, 피해 응급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형사 고소와 고발을 유도해 법적 대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응급실 종사자를 대상으로 서너시간 분량의 폭력 대응교육을 실시하는 프로그램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윤 센터장은 "나도 응급의학과 수련을 받았고, 임상강사까지 마쳤지만 응급실에서 폭행이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랐다"며 "주취자나 이유 없는 폭력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지식을 교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6일 대전시 주최로 유성 아드리아호텔에서 열린 응급의료 발전전략 워크숍에서 강요한 대학병원법무담당자협의회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은빈

"폭력예방 교육?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배려가 먼저"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폭력 실태와 현황'에 대해 발표한 박성수 건양의대 교수(응급의학교실) 또한 "응급실은 언제나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폭력이 일어나면 의료진에게 심각한 정신적 손상을 주는 것은 물론, 내원한 환자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안정적인 진료환경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박 교수가 공개한 관련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주체는 남성이 97.4%로 압도적으로 많으며, 연령대는 30~40대가 62.6%로 과반수를 넘는다. 환자(25.5%) 보다는 보호자(59.1%)가 난동을 일으키는 사례가 두 배 이상 많다. 

폭력행위자의 절반이 넘는 51.3%가 음주상태라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교수는 "술을 먹고 보호자 없이 내원하거나 파출소 등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내원한 경우 의료진과의 비상식적인 마찰이 일어난다"면서 "전문 경비 및 CCTV 등의 시설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승우 대전선병원 과장은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원인으로 ▲응급의료에 대한 이해의 불충분 ▲음주자 ▲자유로운 응급실 입출입 ▲신고 시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 등을 꼽으면서 병원과 경찰과의 핫라인 구축으로 폭력 행위자에 대해 현행범으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보다는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요한 대학병원법무담당자협의회장(중앙대병원 원무팀)은 "응급실에서의 폭력은 거의 일상화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피하고 싶은 일 정도로 근무자에 대한 아무 지침이나 보호 없이 지내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근무자에 대해 육체적·정신적으로 보다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어떤 교육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응급실 폭력 등에 대한 규정은 현행 응급의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돼 있으나 의율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경찰에 신고하고 항의하는 수준을 넘어, 지난해부터 대한병원협회에서 양성하고 있는 준법지원인 교육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충남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국립중앙의료원 대전응급의료정보센터가 주관한 이날 워크숍은 의료계가 아닌, 대전광역시가 주최해 응급실 폭력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한 자리로 호응을 얻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가뜩이나 응급실은 근무환경이 열악한 곳인데, 폭력 때문에 떠나려 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숙련된 의료인이 응급실을 비우면 피해는 누가 보나. 의료인이 더 이상 폭력에 노출되지 않고 응급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호해줘야 한다"며 개최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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