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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병원들 "위기 절감...의협 투쟁 지지한다"

지역 병원들 "위기 절감...의협 투쟁 지지한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0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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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회장 지역 순회 3일째...대구지역 병원 5곳 방문
도심 번화가서 1인 시위, 회원 50여명 자발적 참여

 

▲노환규 의협회장이 6일 오후 5시경 대구시 중구 번화가에서 원격의료·영리병원 반대를 위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다. 병원들도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의협 투쟁 방향에 공감한다. 내가 뭘 도우면 되나?"

지방 병원들의 위기의식은 예상대로 컸다. '빅5' 조차 어려운 상황에 지역 병원들은 이제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을 만난 대구지역 5개 대형병원 보직자들은 36년간 고착화된 저수가 시스템의 폐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노환규 회장은 6일 경북대학교병원·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영남대학교병원·계명대학교동산의료원·대구파티마병원 등 대구지역 대형병원들을 연달아 방문했다. 4일 부산, 5일 창원에 이은 사흘째 지역 순회 일정이다.

노 회장은 병원 보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협이 추진 중인 원격의료·영리병원 저지 투쟁의 목적이 궁극적으로는 모든 의료 왜곡의 근원인 '저수가'를 바로잡기 위한 건보제도 개혁, 나아가 관치의료 종식에 있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도입을 막아야 한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12월 중 국회를 통과하고 나면 정부가 마음대로 대통령령을 통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지난달 병원의 '호텔업'을 허용도 시행령으로 슬그머니 통과됐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환규 의협회장과 김종서 대구광역시의사회장이 계명대동산의료원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분명처방제도의 심각성도 전했다. 노 회장은 "11월 23일부터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제도가 시행됐다. 최근 정부가 지방공사 의료원들에게 성분명처방을 지시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얼마전 국정감사에서는 복지부 차관이 성분명처방 제도를 추진하겠다며 공언했다"며 "성분명 처방은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계의 현안 중 하나인 PA제도에 대해 "전공의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PA를 양성화해 전공의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초음파검사를 소노그래퍼들이 하고 있고, 대형 병원에서는 수술실에 전공의 대신 PA가 들어간다"면서 "PA 활성화는 전공의 수련기회를 박탈하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PA 활성화, 선택진료 폐지, 상급병실료 개선 등 병원계를 우려케 하는 일련의 위협들은 모두 '저수가'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노 회장은 "병원들은 더 이상 편법으로 수익을 보전하는 땜질식 대응이 아니라 근본적인 저수가 문제를 바로잡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계명대동산의료원 민병우 원장, 황재석 부원장, 김재룡 사무처장

"의사가 어쩌다 '사회의 악'이 돼버렸나..."

대부분 의대 교수들인 병원 관계자들은 일선 병원들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노 회장의 문제의식에 깊히 공감했다. 성주경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은 "환자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 수입이 확 줄었다. MRI, 초음파 급여화 등이 원인이다. 정말 큰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택진료비가 폐지되면 교수들의 실제 수입이 30~4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전부 병원을 나가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동국 대구가톨릭대병원장은 "오늘 아침에 스탭 20여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원격의료에 대한 걱정이 정말 크다"며 "교수들 사이에 원격의료, 영리병원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 원장은 "많은 의사들이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마치 냄비 속의 개구리가 서서히 삶아져 죽는 것과 같은 처지"라며 "의사도 국민인데 기본권을 박탈당한 느낌이다. 어쩌다가 의사들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악'으로 취급받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숨 지었다.

이어 "(의협의 투쟁 목적과 방향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도울 일이 있다면 최대한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관계자들도 노 회장을 환대하며 의료계의 급박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함께 했다. 민병주 원장과 황재석 부원장을 비롯해 김재룡 사무처장, 이세영 대외협력처장, 정의서 원무부장, 임영화 간호부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노환규 회장이 성주경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에게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의 문제점이 담긴 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종서 대구광역시의사회장

의대 교수 "젊은 의사들이 나서야 한다"

김재룡 사무처장은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의대 교수로는 유일하게 삭발했었다. 목표의 80% 능선까지 올라갔지만 의사들이 단합하지 못해 좌절됐다"고 회고하며, "전공의들이 움직여야 한다. 앞으로 기나긴 시간을 의사로서 살아가야 할 젊은 의사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석 부원장은 대국민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원격의료, 영리병원이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며 "저수가 문제 역시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알기 쉽게 국민들에게 홍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종서 대구광역시의사회장

대구파티마병원의 이병기 의무원장도 "심정적으로 의협을 지지하고 있다. 병원 봉직의라고 해서 처지가 다르지 않다. 이제는 더 도망갈 곳 없는 궁지에 몰려있는 심경"이라며 "의료수가 문제가 이번에는 꼭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전국 순회에 노고가 많다.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하시라"며 노 회장을 격려했다.

이날 노환규 회장과 함께 병원들을 순방한 김종서 대구광역시의사회장은 "원격의료, 영리병원을 막지 못하면 의사들은 앞으로 더욱 힘든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며 "직역과 위치를 떠나 모든 의사들이 단결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민들은 노 회장의 피켓시위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3일째 피켓시위...대구시의사회 회원들 '응원'

의협회장의 1인 시위는 이날도 계속됐다. 4일 부산, 5일 창원에 이어 6일 대구시 중구 반월당 메트로상가에서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의 폐해를 알리는 피켓을 어깨에 메고 약 한 시간동안 시위를 벌였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시위의 내용을 노 회장에 물어보는 등 관심을 나타냈다. 의협회장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하나 둘씩 모인 50여명의 대구시의사회 소속 회원들은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는 노회장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유영구 대구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박성민 부회장, 서영익 총무이사 등 의사회 집행부와 각 구의사회장들도 현장에 나와 힘을 보탰다. 부부가 함께 나온 회원도 있었다. 제석준 회원(건강제일내과)은 노 회장이 시위하는 동안 직접 만든 유인물을 행인들에게 나눠주는 열성을 보였다.

노 환규 회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 대구광역시의사회 회관 강당에서 대구지역 전공의 50여명과 함께 의협의 투쟁 목적과 향후 노선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전공의들은 각 소속 병원들의 협조로 노 회장과의 만남에 참석했다.

노 회장은 7일(토) 오후 4시 의협회관에서 열리는 의료계 대표자 대회에 참석한 뒤 다음주부터 다시 광주, 대전, 강원 등으로 이어지는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의사들의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노환규 회장은 대구지역 전공의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의료의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 의사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석준 회원이 손수 만든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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