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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 초래하는 원격의료 논의 즉각 중단"

"대재앙 초래하는 원격의료 논의 즉각 중단"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2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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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원격의료 입법예고 반대 의견서 제출
29일 입법예고 종료...정부 입법 절차 돌입

정부의 원격의료법에 대한 의협의 공식 반대 의견서가 제출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협회의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29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의협은 의견서에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뒤흔들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함으로써 의료 대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원격의료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우선 원격의료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면적 대비 의사밀도가 낮은, 즉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가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면적 대비 의사수가 1제곱킬로미터당 0.98명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높고, 이는 캐나다·호주·러시아의 100배 수준에 달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도서벽지, 노인 등 취약계층환자를 위해 원격의료를 성급히 추진할 것이 아니라, 왕진 등 일차의료와 연계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원격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의 출현, 왜곡 진료 등 비윤리적인 진료행태가 만연하는 등 료체계의 대혼란과 의료접근성 악화를 우려했다.

의약분업제도 도입 직후 출현한 '아파요닷컴'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의협에 따르면 당시 '아파요닷컴'이란 원격의료 업체는 인터넷을 통해 단 이틀 동안 13만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7만 8000여명의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제어할 어떤 수단도 갖지 못했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정부의 예상과 달리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격의료는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없애 수도권 및 대형병원 쏠림이 가속화됨으로써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이 외래 원격의료 환자를 두고 무차별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지리적 접근성에 근거해 운영되는 동네의료기관과 지방 중소병원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취약계층 환자들의 의료접근성 확대를 위해 추진한 원격의료가 오히려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악화시키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시 예상되는 상황(자료=대한의사협회)

편의성 측면에서도 실익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원격의료를 통해 환자가 전자처방전을 받고 주변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으면 취약계층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약 3만여 곳, 약국이 2만여 곳임을 감안하면 동네의원이 없는 곳에는 약국이 없다고 가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오히려 동네의원을 방문하는 것이 의료접근성과 환자 건강을 위해 훨씬 효율적"이라며 "군인이나 재소자들도 현행법상의 의료인 간 원격의료의 내실화와 일차진료의사 연계시스템 등을 통해 더욱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책임소재 문제도 지적했다. 의협은 "환자의 책임이나 장비의 결함을 의사가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결국 의사가 모든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격의료의 역할과 책임, 개인 프라이버시와 법적 책임 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것이 원격의료 시행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보건의료서비스는 국가 핵심산업이며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산업"이라며 "그러나 원격의료로 인한 의료체계의 대혼란은 고용축소, 국민의료비 증가, 국민건강보험의 붕괴를 초래하고, 나아가 국가산업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이번만큼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한번 무너진 의료생태계는 절대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원격의료법 입법예고기한이 29일로 종료됨에 따라 내달부터 본격적인 정부 입법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입법예고를 거친 법안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심의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뒤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는 정부에서 제출된 법안을 다른 의원입법·청원입법 법안과 함께 통상적인 단계를 거쳐 심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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