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심사 업무 토대로 의료기기까지 전문성 확보"......"중간다리 역할 할것"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2년간 근무한 과장급 공무원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새로운 업무를 시작했다. 기존 업무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과 의료기기 업계 사이의 소통 강화에 나서기로 한 것.
장정윤 식약처 보건연구관은 민간근무휴직제를 이용해 11월부터 의료기기협회에서 산업육성본부장 직함으로 일하고 있다.
민간근무휴직제는 공무원이 휴직하고 민간기업 등에서 일정기간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민간기업 근무를 통해 민간의 효율적 업무수행과 경영기법을 배워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2002년 도입됐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받거나 민관 유착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아 2007년 이후 사실상 폐지됐다가, 최근에 다시 부활된 제도다. 의료기기업계에서는 장정윤 본부장이 첫 사례다.
장 본부장은 식약처에서 의약품 허가·심사 업무를 주로 담당해 왔으며, 의료기기 또한 제품개발부터 허가, 심사, 사후관리까지 의약품과 연계돼 있다고 판단해, 지원하게 됐다.
"의료기기산업이 '미래 신성장산업' 중 하나인 만큼, 이번 기회에 의약품에서 했던 전문성 영역을 접목해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융복합한 전문가로서 새롭게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장 본부장은 의료기기협회 산업육성본부에서 ▲제품 수출 시 국제 경쟁력 강화 ▲전문인력 양성 ▲인허가 컨설등 등 3가지 업무에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그는 제품 수출에 대한 애로사항을 업체들간에 공유하고, 분야별로 전문가를 교육시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다. 특히 그동안의 전문가 교육이 업체들에게는 도움이 안됐다는 의견을 수렴한만큼, 실제 사례를 통해서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해 나갈 예정이다.
또 업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기술문서 심사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기존에 협회가 역점을 기울이던 사안을 토대로 목표를 정했다"면서 "협회와 식약처의 중간다리 역할로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본부장은 기존에 행정업무를 하면서 업체 등 현장 목소리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업무로 업체들을 가까이서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며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과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규제, 세계적 추세에 따라 균형 맞춰야
기존 국내업체들은 규제가 복잡해서 식약처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의견에 대해, '균형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장 본부장은 "세계적인 인허가 관련 추세가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기준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나라만 업체들을 위해 기준을 낮게 설정한다면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규제와 조화를 이루고 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식약처의 정책이 업계의 현실성을 감안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은 아니다"라면서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보다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업체와 소통하고 그들의 의견을 정부 측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장 본부장은 2년 동안 의료기기협회에서 근무하며 의료기기산업 육성에 앞장설 계획이며, 2년 뒤 다시 식약처로 돌아가 정책 현장에서 전문성을 높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