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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아브라함 콜레
청진기 아브라함 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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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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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인하의대 교수 인하대병원 성형외과)
▲ 황건(인하의대 교수 인하대병원 성형외과)

날씨가 추워지고 길바닥이 미끄러워지니 넘어져 다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넘어지면서 손을 짚게 되고 손목주위의 뼈 중 노뼈의 먼쪽부위(distal radius)가 자주 골절된다. 이 골절은 콜레골절(Colles fracture)라고 부르는 것이 귀에 익숙하며, 나의 어머니도 여러해 전 이 골절상을 입고 꽤 오랜 기간 고생한 적이 있다.

의사나 의대생중 '콜레골절'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원이 되는 '콜레'가 누구인지 잘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의 초상화를 보기 전까지는 나도 그랬으니까….

얼마 전 나는 아일랜드외과학술원(Royal College of Surgeons Ireland, RCSI)에서 열린 영국과 아일랜드 해부학회(Anatomical Society of Great Britain and Ireland)에 참가했다. 그 대학의 해부학 주임교수는 내게 아브라함 콜레(Abraham Colles)의 몇 가지 유물을 보여 주었다. 그는 1804년부터 1827까지 RCSI 의 해부학 및 생리학 교수였다. 그의 초상화가 대학 회의실 벽에 매달려 있었다. 그 이름을 딴 회의실도 있었으며, 해부실습실에는 그의 이름을 포함한 역대 해부생리학 주임교수들의 명단이 걸려 있었다.

▲ 역대 해부생리학 주임교수 명단 명패.

콜레교수는 1814년 <에딘버러내외과학술지>(Edinb Med Surg J.)에 'On the fracture of the carpal extremity of the radius'라는 논문으로 이 골절에 대해 처음 발표했다고 한다.

산부인과를 하는 아내는 혹시 그 콜레교수가 샅 부위의 피부밑에 위치한 막층(membranous layer of subcutaneous tissue of the perineum)을 일컫는 콜레근막(Colles' fascia)에 나오는 분과 동일인이지를 내게 묻기에 찾아보았더니 바로 그였다.

해부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해부학자이면서 외과의사로도 활동했기에 좋은 치료법을 개발하고 발표했다. 200년이 지난 오늘도 그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앞으로도 '콜레골절'과 함께 그의 이름은 기억될 것이다.

학회를 마치며 본관 정문에서 그곳 교수와 사진을 찍었는데, 기둥에는 여러개의 패인 홈이 있었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때 생긴 총알자국이라고 했다.

대학정문의 기둥에 생긴 총알 자국을 보존하는 아일랜드 사람들과, 과거 억압자의 망언에 분노하는 우리를 비교하면서 학회장을 걸어 나왔다(이 글의 일부는 <Anatomy and Cell Biology> 최근호 'Letter to the editor'에 영어로 실릴 예정인 것을 옮긴 것임).

▲ 아일랜드외과학술원 회의실에 걸려있는 아브라함 콜레의 초상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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