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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예방' 언제, 어느 곳이든 달려갑니다
'아동학대 예방' 언제, 어느 곳이든 달려갑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3.11.2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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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구미 햇살아이지원센터, 2007년 이후 학대 아동 60여명 지원

'순천향구미 햇살아이지원센터'에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동학대는 아동의 건강 및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 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등이 가해지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남겨 단순한 가정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의료기관 최초로 학대아동들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순천향구미 햇살아이지원센터'(햇살아이센터)는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어린 자녀들을 칼로 협박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술취한 아버지, 자녀가 심각한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데도 방치한 채 일하러 나간 엄마, 상습폭력을 못견뎌 자살을 시도한 자녀….

최근, 강남과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어린 자녀에 대한 부모의 학대가 심했던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대두된 가운데 순천향구미햇살아이센터의 아동학대 예방 지원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병원의 시설과 자원을 바탕으로 학대아동사업 시작

햇살아이센터는 2007년부터 아동학대가 의심되면서 치료가 필요한 아동에게 치료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의료기관 최초로 시도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의 내용은 0세~18세 아동중 방임, 정서적 학대, 신체적 학대, 유기 등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대상에게 제반비용을 지원하고 가정 내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전문 기관과 연계하는 등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햇살아이센터가 다른 아동학대 지원기관과 다른 점은 학대아동발견 시점부터 의료적 개입이 시작되는 것이다. 응급실이나 외래로 의뢰되거나 발견된 시점부터 햇살아이센터 소속 의사들의 전문진료와 사회복지사의 행정지원, 타기관 연계가 동시에 시작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학대아동을 중심에 두고 의료와 경제적 지원, 재활과 추적관찰까지 하나의 시스템에서 이뤄지고 있다.

2007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총 60명의 학대아동을 지원하였으며 병원의 시설과 자원을 바탕으로 학대아동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어 병원 안에서 자라는 NGO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절망에 선 아이들, 희망을 품다

6학년 윤 군은 어머니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어 윤 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아버지 또한 생활고와 힘든 근로조건으로 아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교육적 방임이 문제가 됐다. 그 결과 윤군은 학습부진과 눈흰자가 올라가는 소발작 증세를 보여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요청에 따라 소아청소년과 진료와 MRI 등의 정밀검사를 실시했고 심리치료를 지원했다. 또 정형외과 진료를 받은 정 군(9세)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학대가 의심돼 의료진이 직접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뢰해 부모에게 법적인 조치와 함께 아동에게는 치료가 이뤄졌다.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엄마가 5개월 된 딸을 적절하게 양육하고 있지 못하다는 내용으로 신고된 사례에서는 진료 결과 영아의 수면 및 영양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돼, 영아는 입원치료 후 보호시설로 보내졌으며 엄마도 정신병원에서 치료가 이뤄졌다.

이와같이 햇살아이센터는 절망에 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하고 있다.

고귀한 나눔으로 시작된 학대아동 지원 사업

'햇살아이'가 만들어지게 된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2006년 구미병원에서 말기위암으로 진단받고 그해 12월 66세로 운명한 고 배용이 씨의 유언에 의해 시작됐다.

예천이 고향인 고인은 일찍 부를 여의고 어머니가 재가하게 되면서 대구 고아원에서 성장했다. 고아원에서 출가후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평생 공장일을 하면서 월세방에서 생활하는 등 검소하고 외롭게 살아온 고인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 타계 직전, 모은 재산을 사회복지사업에 써달라며 구미병원 사회사업실에 기증했고, 병원 사회사업위원회에서는 여러차례 회의를 거쳐 고인의 뜻에 따라 지역 아동들을 위한 학대아동 지원사업을 추진, 비영리 단체로 등록했다.
현재 햇살아이센터는 실험적으로 시도되는 통합적 의료지원-재활시스템으로서 의료기관이 해야 할 길을 앞서 밟고 있다. 때문에 아동학대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가정과 사회에 부각시키고 효과적인 예방 프로그램과 전문적 인프라를 구축해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해마다 의료인 세미나를 열어 '학대피해아동 발견을 위한 의료인의 역할'을 주제로 학대가 의심되는 의료정보 및 신고의무자의 의료인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교육을 실시한다. 세미나를 통해 유관 기관과의 사례 발굴 및 관리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병원 로비에서 2달에 한번 경북구미아동보호전문기관과 정기적으로 학대아동 캠페인 및 사진전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부모교육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아동학대 예방에 있어 의료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대 아동의 신체·정신적 피해의 인과 관계를 유일하게 진단(확진)하고 결론 낼 수 있는 사람이 의사이기 때문이다.

이희경 순천향구미햇살아이지원센터장(순천향대구미병원 소아청소년과)은 의료인의 관심을 더 끌어내서 아동학대 예방에 의료인이 앞장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대아동은 어떤 과정을 통해 지원받게 되나?

의료인이 진료시 직접 발견하는 경우도 있으며 외부(학교·아동보호전문기관·경찰서)에서 병원으로 의뢰되면 의료진이 진료한 후 햇살아이 사무국에서 심의, 지원 결정을 하게 된다. 사례에 따라 여러 진료과가 협진하기도 하며 진료비, 검사비, 치료비 등의 의료비를 지원합니다. 사후관리가 필요할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치료센터, 상담센터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통계자료, 아동학대의 심각성은?

2012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 실태를 보면 1만 943건으로 2011년 대비 7.9%정도 증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사례중 방임이 가장 많고 만 7세~12세가 전체 50%를 차지한다. 아이 스스로 학대를 신고하는 경우는 4%에 불과하며 부모라는 미명아래 자행되는 아동학대는 그 실태조차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또 설령 신고가 된다 해도 현행 법적 장치는 '부모이자 친권자'라는 관습적 명분 앞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학대 아동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이유?

아동학대의 결과는 단순히 타박상 골절 등에 그치지 않고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며 가정이 파탄나기도 한다. 신체적 손상 외에도 심리적, 정신적으로 후유증을 남길 뿐만 아니라 지능 저하·발달지연·과잉행동·충동적 행동들이 많이 발생한다. 지속적인 학대상황에 노출되면 심한 불안, 병적인 대인관계, 자학적, 자기파괴 행동, 학교부적응, 정신 병리적 후유증을 남겨 대인관계가 고립되고 자아존중감이 크게 떨어져 정상적인 성장 발달을 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즉각적인 조치로 학대상황의 연결고리를 끊고 아동이 회복되는데 보다 많은 도움과 가족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순천향햇살아이지원센터 사업계획과 포부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들이 있다. 직무상 아동학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직업군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료인·교사·시설 종사자 등이 속한다. 의료인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 학대 아동의 신체·정신적 피해의 인과 관계를 유일하게 진단(확진)하고 결론 낼 수 있는 사람이 의사이기 때문이다. 의료인의 관심을 더 끌어내서 의료인이 앞장서서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아동학대 신고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상담과 아동학대 재발방지 도모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 및 가족지원을 확대하는 사업에도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피해 아동을 조속히 발견·지원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학대아동에 대한 사업뿐만 아니라 공공보건의료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사회 내 취약계층 아동의 건강증진 도모을 위해 외래 검사비, 입원 치료비, 심리치료비 등 실질적인 지원 사업도 추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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