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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만원은 되고 69만원은 안된다니..."

"71만원은 되고 69만원은 안된다니..."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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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자보환자 2차 이의신청 기준 '70만원' 추진
의료계 "이의신청 제도 본질에 대한 몰이해" 반발

자동차사고 환자 진료비 심사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자격을 일정 금액 이상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분쟁가액이 70만원을 초과해야 2차 심사를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시행령이 통과돼 내년 2월 7일부터 적용될 경우, 예를 들어 100만원의 진료비를 청구했다가 80만원이 삭감돼 1차 이의신청에서 71만원을 삭감하는 것으로 조정된 의료기관은 2차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나, 69만원이 삭감된 의료기관은 더 이상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애초에 없던 자보환자 진료비에 대한 2차 이의조정 절차 신설은 의료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보험회사 보다 소송을 제기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의료기관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인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러한 자배법의 근본취지를 반영하기는 커녕 단순히 2차 이의신청의 오남용을 방지하겠다는 목적만으로 심사 청구건수를 제한는 시행령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19일 공동성명을 내어 국토부의 시행령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단체는 우선 국토부 시행령이 '형평성'이라는 자배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를 상시 고용하고 있는 대형보험사들에 비해 일선 의료기관들은 소송을 제기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의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게 한 번 더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다는 것. 이 같은 취지에 따라 기존에 보험사만 심의회에 조정신청 할 수 있던 조항을 의료기관 및 보험사 모두 신청할 수 있도록 지난 8월 개정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 단체는 "아무리 분쟁가액이 소액이라 하더라도 권리구제를 위해 재심사 청구를 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오직 심사청구의 오남용 방지라는 목적만으로 재심사청구권을 제한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의신청 제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의신청 제도는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을 받거나 필요한 처분을 받지 못할 경우,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받은 자가 처분의 취소 및 변경을 신청하는 제도다. 누구든지 자신이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판단된다면 어떠한 경우라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이의신청은 의료기관의 소중한 권리"

특히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경우 심평원의 1차 이의조정 결과에 불복한 경우 제한없이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2차 이의신청, 즉 심판청구를 신청할 수 있다. 세법·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에서도 제한 없이 누구나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협과 병협은 "일정 금액을 기준으로 구제권리의 요청을 제한하는 것은 이의신청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이며, 공권력의 오남용으로 정당한 의료기관 및 보험사의 소중한 권리를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무엇보다 환자 진료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기관이 의학적 근거와 타당성에 기초해 환자에게 제공한 진료서비스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자동차사고 환자에 대한 소신진료를 위해 심사청구를 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과 같이 재심사 청구권을 일정 금액 이상으로 제한할 경우.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소액 분쟁이 예상되는 진료에 대해 방어적으로 임하게 되고, 따라서 교통사고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어렵게 된다는 우려다.

두 단체는 자보환자 진료비에 대한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연간 심의회에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1만 729건인 것에 비해 올해 7월 심사위탁 제도시행 이후 9월 중순까지 심평원에 접수된 이의신청 건수는 약 1만 4000건에 달해 불과 한 달 반만에 과거 1년간 발생한 조정 건수를 넘어섰다.

이 같은 현상은 여전히 자동차보험의 특성을 반영한 심사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재심사청구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심사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의협·병협은 "의료기관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하는 재심사청구권 제한 조항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국토부가 무리하게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우리의 권리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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