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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실패한 것"

"산업부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실패한 것"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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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협회, 의학적·기술적·경제적 타당성 모두 "형편 없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원격의료 서비스 시범사업 결과에 대해 의료계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의학적으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술적·경제적 타당성도 모두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원협회는 12일 "35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에 비해 성적이 너무 초라하며,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원격의료 개정안을 지지할 정도의 충분한 의학적·기술적·경제적 타당성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의료의 실상을 명확히 보여줬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우선 시범사업 규모가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산업부는 애초 36개월 동안 세계 최대 규모인 만성질환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총 521억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최종 결과는 3447명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그쳤으며, 사업비도 355.4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올해 5월 기획재정부가 수행한 '2012년 정부 재정사업' 자율평가에서 산업부의 스마트케어서비스 시범사업이 대표적인 '미흡사례'로 선정된 것은 부실사업의 반증이라는 것.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평가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의학적 타당성은 매우 형편없다는 지적이다.

산업부는 당뇨 환자 484명에서 원격의료서비스를 받은 시험군(원격 모니터링군)이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당화혈색소(HbA1c) 수치는 6개월 동안 시험군 0.31%, 대조군 0.11% 각각 감소해 두 군의 차이는 불과 0.20%에 그쳤다. 또 12개월 후 시험군은 0.34%, 대조군은 0.09% 감소해 역시 0.23%의 차이를 나타냈다.

의원협회는 " 임상시험 6·12개월 모두 시험군이 대조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더 감소했다고 볼 수 있지만, 두 군간에 0.20~0.23%의 차이는 임상적으로 아주 미미한 것"이라며 "엄청난 사업비가 투자된 것을 감안하면 거의 효과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시험 6개월까지는 두 군 모두에서 점진적으로 감소했지만, 6개월 이후에 갑자기 대조군의 당화혈색소 수치가 급상승한 것은 의학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며, 첫 임상시험은 484명으로 시작했지만 6개월째는 361명(75%), 12개월에는 83명(17%)으로 크게 줄어들어 연구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결국 355억 4000억원이 투입된 사업을 단지 83명의 성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혈압 역시 시범사업 6개월간 시험군은 대조군에 비해 수축기 혈압이 단지 3.24mmHg 감소한 것에 불과하다. 특히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을 병합한 군이 원격모니터링 단독군보다도 효과가 더 낮게 나온 것은 시범사업 자체가 신뢰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징후라고 강조했다.

기술적 타당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의총에 따르면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한 한 의사는 원격의료의 주체인 의사와 대상인 환자 모두 만족하지 못할 정도로 기기 오작동과 안전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환자가 혈당 측정을 위해 카트리지를 끼우고 정보를 전송해도 병의원으로 데이터가 오지 않는 누락 현상이 적지 않게 발생했으며, 환자들이 기기 오작동이나 통신 불량에 대한 항의를 해도 의사 입장에서 손쓸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시범사업 중간평가에 참여한 한 관계자 "기본설계 자체가 잘못된 시범 서비스"라고 혹평했다.

경제적으로 타당한 서비스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크다는 지적이다. 의원협회는 "시범사업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비용효과성을 평가해야 하는데, 산업부 발표자료에는 환자들의 52.3%는 병원치료비 외에 원격관리서비스 비용으로 평균 1만911원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으로 얼버무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산업부 발표자료를 통해 시범사업의 투입비용, 상담시간 등을 분석한 결과, 7인 근무 센터 당 월평균 4620명 이상 서비스 제공 시 손익분기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센터 당 하루에 154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협회는 "이는 엄청난 업무로딩은 환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저해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3447명의 만성질환자에게 스마트케어서비스를 제공하는데 355억 4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한 것은, 환자 1인당 1031만원의 비용을 지출한 것이어서 사업의 경제성이 형편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의원급 의료기관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학병원은 안정적인 만성질환자에게 평균 3 ∼ 6개월의 장기처방을 내리지만, 개인의원은 대부분 약 1개월치 처방을 하고 있다. 개인의원에서는 원격모니터링이나 원격진료가 아니더라도 이미 환자들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만성질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만큼, 대학병원에서 시행한 임상시험 결과의 미미한 효과를 가지고 개인의원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다.

특히 이번 정부의 시범사업은 의사-환자간 원격진료가 아닌 원격모니터링에 의한 원격건강관리의 효과를 주로 다루고 있어, 사업 결과 스마트케어서비스의 효과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지지하는 근거를 제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산업부가 권역별 지원기관을 추가 지정해 대도시형은 건강관리서비스 중심으로, 도서지역ㆍ도농복합지역은 원격의료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의료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참담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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