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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성 유방암 4명 중 1명 'BRCA 돌연변이 유전자' 보유
가족성 유방암 4명 중 1명 'BRCA 돌연변이 유전자' 보유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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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6개 병원, 유방암 환자 3060명 조사…가족력 큰 영향 미쳐
유방암학회, 아시아 첫 유방암 유전자 예측 '코브라 연구' 발표

가족성 유방암 환자 4명 중 1명 'BRCA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유방암학회(회장 윤정한·화순전남대병원/이사장 송병주·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는 13일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Korean Hereditary Breast Cancer Study, KOHBRA)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전국 36개 병원 유방암센터를 방문한 3060명의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 유방암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2007년 6월부터 2013년 5월까지 6년 동안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사업단 후원을 받아 진행한 대규모 연구로 한국형 유전성 유방암의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사결과, 2526명의 유방암 환자 중 16.5%(418명)에서 유전성 유방암을 유발하는 BRCA1/BRCA2 변이 유전자가 발견됐다.

유방암학회는 유전성 유방암을 유발하는 BRCA1 또는 BRCA2 유전자 변이 보유자가 70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했을 때 두 종류 중 한 쪽이라도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10명 중 7명이 유방암에 걸릴 수 있고, 10명 중 2명은 난소암에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가족 내 유방암 환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변이 유전자 보유 유병률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내 유방암 환자 많을수록 변이 유전자 보유 유병률 급증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족력이 변이 유전자 보유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이나 난소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 1168명 가운데 10명 중 2명 이상(23.7%)이 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 내에 유방암 환자가 1명(본인 제외) 이상인 경우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한 유병률은 18.7%였으며, 2명 이상은 33.3%, 3명 이상은 절반 이상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가족 내 유방암 환자 수가 늘어날수록 변이 유전자 보유 유병률이 크게 증가했다.

가족 중 난소암 환자를 1명 이상 보유한 고위험군도 BRCA 유전자 변이 유병률이 25.9%로 조사됐다. 난소암과 유방암 모두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변이 유병률이 60%에 달했다. 특히 가족에는 부모·자녀·형제 등의 직계 외에 조부모·고모·이모·삼촌을 비롯한 2등친과 조카(3등친)까지 포함돼 있어 유전자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학계는 변이 유전자는 모계에서만 유전된다는 편견과는 달리 부계를 통해서도 전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부모나 형제에서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자녀나 다른 형제에게 변이 유전자가 전달될 확률은 50%다.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 중 가족력이 없는 경우에도 환자 1242명 중 약 9.3%(115명)에서 BRCA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양쪽 모두에 유방암이 생긴 경우 변이 유병률이 12.1%였고, 유방암과 난소암이 함께 발병한 위험군의 변이 유병률이 16.7%였다.

김성원 한국인 유전성유방암 연구 총괄책임자(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외과)는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최대 10%에 불과하지만, 변이 유전자를 보유하면 유방암과 난소암은 물론 위암·대장암·전립선암 등 다른 암 발병 위험도 커진다"며 "'유전성암'은 생활 습관이 동일해 발생하는 '가족성암'과는 달리 가계 유전력으로 인해 세대를 거듭해 지속해서 유방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40세 이상 여성 예방적 난소절제술 고려해야

한국유방암학회는 한국인 유전성유방암 연구(KOHBRA)를 토대로 유전성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진료 지침을 제시했다.

유방암학회는 유전성 유방암 진단과 치료지침을 통해 ▲BRCA1/BRCA2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환자의 가족 ▲본인이 유방암이고, 유방암·난소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35세 이전 발생한 유방암 ▲양측성 유방암 ▲유방·난소암이 동시에 발생한 여성 등의 경우 유전자 변이 여부 검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BRCA 유전자 검사 대상자 선별을 위한 예측 모델(KOHBRA BRCA Risk Calculator, KOHCal)은 KOHBRA 연구 홈페이지(www.kohbra.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회는 BRCA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므로 집중적인 진단과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전성 유방암은 기타 유방암과 달리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만 18세부터 유방 자가 검진을 하며, 25세부터는 6개월 간격으로 전문의를 찾아 유방 촬영과 MRI 촬영을 통해 정밀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방암 예방을 위해 타목시펜을 복용할 수 있으며, 가족력이 많은 경우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권고했다.

난소암 검진은 35세 이상의 여성에서 경질초음파와 CA125 종양표지자 검사를 할 수 있으나 조기진단율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출산을 마친 여성은 35∼40세에 예방적 난소절제술을 추천하며, 이를 통해서 사망률의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위암·대장암·췌장암·전립선암 등의 위험률 증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진도 함께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민혁 한국인 유전성유방암 연구 책임자(순천향의대 교수·서울병원 외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은 암발생의 위험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무조건적인 유전자 검사와 무분별한 절제술이 능사가 아니다"며 "유전자 검사에는 윤리적인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주치의와 충분한 유전상담을 통해 검사 여부를 결정하고, 진단 후에는 정기적인 검진으로 유방암을 조기진단하고, 예방적 절제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유전성 유방암 진료현황 조사에 의하면 최소한 1042명의 BRCA1/2 변이 보인자가 확인됐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예방적 유방절제술 뉴스 이후 2012년 한 해에만 1318명이 유전자 검사를 받음에 따라 앞으로 유전자 변이 양성 환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예방적 수술 환자는 아직까지 미비한 편이다. 유방암학회가 집계한 유방절제술 현황을 보면 양측절제술이 2명, 유방암환자가 반대편 유방을 절제한 경우가 21명이며, 예방적 난소절제술은 전체 여성 중 13%(137명)에서 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성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아시아 최초로 유전자 검사 권고 대상자를 선별하고, 한국인 BRCA 유전자 변이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면서 "특히 유방암 진료 권고안에 유전성 유방암을 추가함으로써 유전성 유방암의 대상 환자 선별·상담·예방적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향적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www.kohbra.kr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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