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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의사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특집 "의사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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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0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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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상 정립 배경과 핵심 사항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의사는 환자의 질환에 대하여 잘 알아야 잘 치료할 수 있다.

▲ 김재중(울산의대 교수 의학회 수련교육이사)

그러나 질병에 대한 지식만 있어 오로지 질병만을 보고 환자의 전체 상태를 판단한다면 반쪽 치료가 되기 쉽다. 환자의 질환과 환자의 상태는 질병 자체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처한 사회 구조적인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질병만을 보더라도 환자의 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환자로부터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는가가 정확한 결론에 도달하는데 매우 중요하고 또한 여러 전문가와 의료 인력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는 환자를 즉 인간의 고통을 다루는 직업인이다. 인간의 고통을 다루는데 있어서 개인적인 비밀을 알게 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질병이 있다는 자체가 환자로서는 비밀이기 때문에 이를 잘 지켜주는 것 역시 의사로서 중요한 책임이다.

의사는 인간의 고통을 다루는데 있어서 질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 환자를 질병으로 보지 않고 한 인격체로 보고 다룰 수 있는 능력,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주위 여건을 파악하고 조정하는 자세, 관계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협조를 얻어내는 능력과 의사로서의 철저한 직업윤리 의식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과 자세는 의과대학에서부터 시작해 전공의 수련 과정 그리고 전문의가 된 후에도 지속적인 노력과 교육을 필요로 한다.

의사의 역할에 대한 요구는 시대에 따라서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철학에 따라서 다르다.

동양적인 전통적 사고에서 의사는 소의·중의·대의의 기본 개념을 따른다. 동양의 철학으로 정치뿐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에게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질병만 보고 고치는 의사는 소의이고, 질병에 영향을 주는 인격체로서 환자를 보고 치료와 예방을 하면 중의, 나아가서 질병에 영향을 주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려고 노력을 하면 대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과학적 사고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서 지식과 능력이 뛰어나야 함을 강조해 왔다.

우리나라는 근대화가 되면서 서양의 과학적 논리와 서양의학 기술이 의사들의 교육과 직업적 사고를 지배하게 됐다. 이러한 교육과 환자 진료 행태는 사회가 복잡해 지면서 점점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게 됐다.

과학적 논리에만 치중하고 의학 기술에만 치중하다 보니 환자를 인격체로 생각하는 인문 사회적 접근이 없어지고, 환자를 질병을 갖고 있는 유기체로만 보게 됐다. 환자의 전체를 보고 주위를 보는 시각이 없어지게 되면서 전문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윤리의식이 해이해지고 사회적인 책무감에 소홀하게 됐다.

서양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의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해 의과대학 교육 과정과 전공의 수련 과정에 교육 목표로 정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캐나다는 의사 수련 목표로 의학 전문인(medical expert)이 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대화자(communicator), 협력자(collaborator), 건강수호자(health advocate), 관리자(manager), 학자(scholar) 그리고 전문가(professional)의 덕목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과 덕목을 전공의 수련과정 중에 교육한 뒤 평가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도 단순히 높은 의학 지식을 갖는 전문의가 아닌 전문직업성 공통 역량을 강조하고 있으며, 교육에 반영하고 있다.

의사의 역할과 윤리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강령', 2001년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이 나왔다. 캐나다와 미국과 같이 전문직업성 공통역량을 의사 수련과정 중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2008년 '전공의를 위한 졸업 후 교육 공통 교육과정 개발-RESPECT 100'을 연구보고하기도 했다.

어떠한 의사상이 바람직한가는 사회 구조와 사회 철학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시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세계의학교육연합회(World Federation of Medical Education)는 'Global role of doctor'에 대한 과제를 진행, 전세계 6개 지역의 협의회와 합의를 이끌어 냈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직 많은 국가들이 이에 대해 미완성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대한의사협회 정책과제로 'The global role of the doctor in health care'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 철학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기존 진료관계의 역할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역량과 덕목이 필요하다. 소통과 협력, 사회적 책무성, 교육과 연구에 대한 내용, 전문직업성 그리고 관리와 리더십에 대한 우리나라에 맞는 의사의 역할과 역량을 규정하는 것이 우리나라 의사들의 바람직한 의사상 정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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