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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보건의료 난제 해결 '사회적 책임' 다해야
특집 보건의료 난제 해결 '사회적 책임'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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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0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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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무성

국민 건강 수호자? 부도덕한 의사?

▲ 허윤정(아주의대 교수 인문사회의학)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의 주범 윤길자 씨가 형집행 정지를 받을 수 있도록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구속된 S병원 P교수에게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0월 27일 3년간의 회원 자격 정지를 결정하고,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지난 11월 1일 P교수의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지표를 근거로 윤씨의 유방암 재발 우려가 크다는 진단서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전문가인 의사가 발급한 진단서의 진위 논란이 법적 공방의 대상으로 전락된 것이다.

한편 2011년 의료윤리연구회가 주관한 '좋은 의사의 역할과 덕목'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의사의 사회적 책무성(안)에는 "의사는 일반 대중 및 지역 사회의 건강 증진과 안녕을 위해 자신의 전문지식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 자원의 편성과 배분에 책임있는 자세로 참여함으로써 보건의료 체계가 효과적으로 유지되는데 기여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P교수는 의사라는 국가면허를 기반으로 허위진단서를 발급함으로써 자신의 전문지식을 범죄행위에 조력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전문가의 도덕적 해이의 극단적 사례라 할 것이다.

물론 국내·외 재난 현장에 참여해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과, 기후변화 등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보건의료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교류 협력에 나서고 있는 의사들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의료사고와 의료분쟁의 해결 과정에 참여하거나, 법의학적 의무에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의사들의 역량 축적도 우리사회의 자산이 되고 있다. 수많은 의사들이 임상과 정책 현장에서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음에도 부도덕한 소수의 의사들로 인해 의사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국민의 사회적 요구를 무색케 하고 있다.

사회 전체 보건 향상에 대한 책임 있어

의사는 직접 돌보고 있는 환자 치료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보건 향상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사람을 치료의 대상인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선 사회적 존재로 보고, 병에 걸리기 쉬운 사회 환경이나 생활조건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공중위생·예방의학·농촌의학·산업의학 등 사회의학의 관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의사는 지역사회의 건강 증진과 보건에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파악하고 알리며, 그러한 문제들의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사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며 의사들의 연대로 필요하다.

칠레의대를 졸업한 소아과 의사로서 칠레의 보건사회부장관을 거쳐 1970년 칠레 대통령에 취임한 살바도르 아옌데는 장관 재직 때 집필한 <칠레의 의료사회 실태>라는 책을 통해 개인의 건강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변화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지리학적·인구학적·생활환경·보건의료 자원에 주목하는 사회의학 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회의학의 정신은 오늘날 세계보건기구(WHO)로 이어져 인류의 건강문제가 보건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국가의 공공정책이 국민건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책·자원 합리적 배분 역할해야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은 국민 개개인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사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제도와 체계의 의사결정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한정된 의료자원의 합리적 배분 능력을 갖춰야 한다.

보건의료 정책에 따라 인간의 '생명'에 대한 의미와 대응이 달라지는 '낙태'와 관련한 정책 추진사례를 통해 보건의료 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 의사의 역할에 대해 숙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생명권 차원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형법(1953년 개정)이 있었음에도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6년 산아제한을 위한 가족계획사업을 시행했다. 정부 주도로 1973년 일본의 우생법에 근거,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이 국회가 아닌 비상 국무회의에서 제정됐다. 정부차원에서 광범위한 낙태가 조장된 것이다.

산아제한을 위한 1978년 정부의 가족계획 사업 목표량은 루프 24만 980건, 난관 수술 19만 3398건, 피임약 13만 500건, 콘돔 11만 901건, 낙태 시술 60만 797건, 정관수술 3만 6922건(가족계획 사업 목표량 제도 연구, 가족계획연구원, 1978년)으로 정부 스스로 피임의 한 방법으로 정관수술보다 20배 더 많이 낙태를 권장하는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국민은 물론 의사들조차 낙태가 불법으로 인식하지 못할 만큼 무감각해 졌다. 연간 35만 건(보건복지부, 2005년)에 이르는 낙태 실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낙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남겼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낙태 정책 추진 과정에 전문가로서 의사들은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까?

합리적인 대안으로 의료문제 해결해야

의사들은 우리나라의 의료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활동을 해 왔다. 그러나 그런 노력들이 대부분 유능한 의사를 만들고, 의료에 대한 우호적인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한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에 의사들이 경험했던 의료문제를 넘어선 다양한 보건의료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의사들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격차 해소에 직접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를 무겁게 인식하고 사회봉사와 재능의 사회 환원을 위한 현실적인 실천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전문적인 수준의 의학 상식과 합리적인 대안 마련으로 복잡한 의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쟁점이 되고 있는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의사와 의료인들이 혼란스런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문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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