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연구
그러므로 환자로부터 의사에게 각각 다르게 전달되는 이야기(story) 중에서 병과 관계되는 역사(history)를 찾아내 표준화된 병력(disease history)으로 구성하는 것이 진료의 첫 단계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시진·촉진·타진·청진 등의 이학적 검사(physical examination)를 통해 의심되는 병을 예측한 후,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해 확진하고 계획에 따라 치료를 수행하는 진료과정을 밟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진료과정은 현상의 탐색(search)을 여러 단계로 수행해 가설을 설정하여 이론을 구성하는 연구(research)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즉, 의사가 진료하는 과정은 환자마다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 등 병의 현상 속에서 의학지식을 활용해 원인이 되는 질환을 파악한 후 치료지침을 설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병의 문제를 탐색하는 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연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진료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나타나는 현상을 잘 해석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도움을 제공하는 지식의 함양이 당연히 중요하다. 즉 현상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고 그의 해결책을 모색할 이론적 지식이 없다면 현상에 대한 해석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사는 사람의 건강과 병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며, 이는 자기학습을 포함한 교육을 통해 이뤄진다.
결국 의사가 행하는 진료는 환자의 병을 지속적으로 탐색(search)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연구(researech)의 과정이며, 이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최신지식에 대한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육과 연구는 의사가 갖춰야 할 매우 중요한 소양이며, 이를 '대한민국 의사의 역할과 덕목'으로 위와 같이 초안으로 표현했고 현재 수정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학력수준은 세계 최고이며, 그들 중 최고의 수재가 의과대학에 입학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가 배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의사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청소년의 역량이 그대로 성인의 역량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는 결과가 제시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3년 국제 성인역량 조사(Program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16∼65세 성인의 언어능력은 OECD 평균(273점) 수준이고, 수리력은 263점, 컴퓨터기반 문제해결력 평가에서 상위수준의 비율은 30%로 OCED 평균(수리력 269점, 컴퓨터기반 문제해결력 34%)보다 낮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가 연령간 편차가 가장 심한 나라로서, 분석 대상을 16∼24세 청년층으로 한정할 경우 3개 능력 모두 OCED 평균보다 높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3개 능력 모두 저하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특히 문제해결력에서는 상위수준 비율이 16∼24세 청년층은 63.5%로 OECD 평균 50.7%보다 높지만 55∼65세 장년층은 3.9%로 OECD 평균 11.7%보다 현저히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 자료를 우리나라 의사의 역량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 수련의 교육, 그리고 의사보수교육 등 평생교육의 체계 및 현황을 선진외국과 비교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의학은 암기학문이 아님이 세계적으로 명확해진 현재에도 "의학교육은 암기교육이다"라는 도그마(dogma)가 우리나라에서는 팽배해 있다.
이에 "질환을 탐구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연구자적 자세에서 진료를 행하는 역량을 배양하기 위한 문제해결형 교육이 보다 활성화돼야 하며, 질환극복을 포함한 문제해결의 바탕이 될 최신지식을 끊임없이 함양할 자기주도학습 역량의 강화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전반적인 우리나라 의학교육체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빅데이터(big data) 대중 정보화 시대의 트랜드(trend)에 합당한 의사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다.
■ 대한민국 의사의 역할과 덕목-교육과 연구
| 의사는 과학적 탐구심을 갖고 평생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는 동시에 교육자 및 연구자로서 최신 의학 지견을 개발, 습득, 보급하고 이를 업무에 적용해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
| ◎ 해설: 의사는 평생 학습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지속적으로 새로운 의학 지식을 습득하고 진료에 적용하여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교육자로서 학생, 환자, 동료 의사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의사는 의학 연구에 대한 이해와 기본적인 연구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연구수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관련된 관련 연구윤리 관련 규정과 지침을 숙지하고 준수해야 한다. ◎ 역량 5.1. 교육 5.1.1. 의사는 평생 학습을 통해 전문가적 역량을 유지하고 증진시켜야 한다. 5.1.2. 의사는 환자, 보호자, 학생, 전공의, 보건의료인,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교육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5.1.3. 의사는 적절한 방식으로 동료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5.2. 연구 5.2.1. 의사는 의학 연구의 과학적 원칙과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 5.2.2. 의사는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문점을 과학적으로 제기하며, 그 해결을 위해 과학적 방법을 선택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5.2.3. 의사는 의학 연구 결과들을 적절하게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5.2.4. 의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의학연구를 할 때 관련 윤리 원칙과 지침들을 준수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