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4 13:12 (수)
특집 우리나라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과 역량

특집 우리나라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과 역량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08 18:0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리와 리더십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는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 의사는 사실상 의료를 상품으로 정의하는 무한경쟁의 시장논리와 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의 개입 사이에서 최선의 진료와

▲ 한희진(고려의대 교수 의인문학교실)
적정 진료가 불일치하는 괴리를 겪고 있다.

다수의 중소의료기관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다보니 폐업에 이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전문경영인의 자문이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런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절차와 비용이 부담된다.

설사 이런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의사 스스로 이 도움의 실제적인 효용성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없다면 시장논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으로 자신의 의료기관을 전락시킬 수 있고, 결국 의사의 고유한 권한인 진료의 자율성을 침해받을 수도 있다.

대형의료기관이라고 중소의료기관보다 상황이 더 낫지도 않다. 양적 성장과 규모의 확장에만 치중하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불법적·탈법적 또는 합법적이더라도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권장하고 과도한 의료비를 청구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는 우리나라 의사에게 물적 및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Management)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 우리나라 의사·의료기관·의료단체는 대중의 신뢰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의사는 의학 지식과 의료 기술을 독점하며, 사회로부터 상대적으로 큰 경제적 보상을 보장받는 '고소득 전문직'으로 단순하게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의료기관은 의료를 제공함으로써 중요한 사회적 역할과 기여를 하는 기관이 아니라 최고의 수익을 달성하고자 하는 일반 기업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의료단체는 의사의 안정적이고 높은 수입을 보장하고 유지하기 위한 이익단체로 간주되기도 한다.

국민 신뢰 받지 못하는 이유

이처럼 의사·의료기관·의료단체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과 불신은 이제 극에 도달한 것 같다. 의사·의료기관·의료단체가 순수한 의도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의료 현안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해도 의심의 시선을 받는다.

우리 의료계의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의사·의료기관·의료단체가 사회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와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대중을 선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유럽이나 북미의 의료계와 비교해 진단해 본다면 우리 의료계는 리더십이 부족하고, 이렇다보니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해도 사회로부터 진정한 엘리트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이 부족하면 의료와 관련된 복잡하고 다양한 현안에 대해 대증적이고 임시방편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고, 결국 사회의 불신으로부터 자유롭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의료계에 필요한 관리와 리더십이란 도대체 어떤 역량인가? 관리(Management)는 주로 경영학에서 발전된 개념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기업은 높은 품질과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다.

급격한 기술의 진보와 치열해진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효과적으로 물적 및 인적 자원을 배분하고 배치하고 활용해야 한다. 이처럼 관리는 통상적으로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이해 및 분석하고 기존의 체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이에 반해 리더십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체제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체제를 수립하는 데 필요한 비전을 수립하고, 이 비전의 실현을 위해 보건의료인과 대중을 선도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기를 부여하는 활동이다.

물론 오늘날 다양한 리더십 이론은 조금씩 상이한 방식으로 리더십과 이상적인 리더의 특성을 정의하고 있다. 리더십은 흔히 권위주위적이고 명령지시적이며 토론을 회피하고 구성원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는 '권력형' 리더십, 조직의 활동에 전혀 간섭하지 않고 구성원의 자율적 결정에 모든 것을 맡기며 사실상 리더가 없는 것과 같은 '자유방임형' 리더십, 토론을 권장하고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칭찬과 격려에 인색하지 않고 평등한 의사결정 구조를 추구하는 '민주형' 리더십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권력형 리더십은 조직의 구성원에게 좌절감과 반대로 도전적 행동도 야기할 수 있고, 자유방임형 리더십은 조직의 공동 목표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하며, 물적 및 인적 자원의 목표지향적이고 효율적인 활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구성원의 조직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면서 조직의 공동 목표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민주형 리더십'이 가장 바람직한 리더의 모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관리와 리더십은 중첩되는 역량으로 이해되고 실제로 그런 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관리는 예산의 기획, 물적 및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배치와 조직화를 통해 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보다 형식적이고 보수적인 역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리더십은 구성원과의 소통과 협의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고,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공유하고 추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보다 인간중심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역량으로 구별할 수 있다.

관리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이지만 리더십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이라고 구분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관리와 리더십 개념을 정의하고 그 관계를 설정하든지 간에 현재 우리 의료계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와 위기 상황은 상당한 부분에 있어서 관리 역량과 리더십 역량의 부족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과 진단이 가능하다. 이를 근거로 '대한민국 의사의 역할과 덕목'에는 여섯 번째 역할과 덕목으로서 '관리와 리더십'을 포함하고 있다.

관리·리더십 역량 부족 위기 초래

관리와 리더십은 캐나다의 'CanMEDS 2005'에서 제시한 7개의 필수 역량 중에 대화자(Communicator), 협력자(Collaborator), 건강수호자(Health Advocate)와 특히 관리자(Manager)에 해당하며 영국의 'Good Medical Practice 2006'에서는 '교수, 훈련, 사정 및 평가', '재무 및 상업 활동' 등과 주로 관련돼 있다.

이외에도 호주의 'Australian Good Medical Practice', 프랑스의 '의사직업윤리법'(Code de deontologie medicale), 일본의 '의사직업윤리지침 2008'(The JMA Guidelines for Physician's Professional Ethics 2008) 등을 참고해 관리와 리더십의 구체적인 역량을 수립했으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2008년 제안한 'RESPECT100'을 비롯해 국내의 선행연구도 반영했다.

물론 국내외의 선행 연구에서 확인되듯 관리·리더십 역량은 '대한민국 의사의 역할과 덕목'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역할과 덕목인 '소통과 협력'(Communication & Collaboration)과 '사회적 책무성'(Social Accountability) 등과 일부분 중첩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관리 역량과 리더십 역량을 여섯 번째 독립된 역할과 덕목으로 수립한 이유는 그만큼 의료계에 이 두 역량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관리 역량과 리더십 역량이 추구하는 일반적인 목표는 물적 및 인적 의료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사는 △사회의 자원, 조직, 제도와 의료의 밀접한 관계를 인식하고, △최선의 진료와 국민 보건의 증진을 위해 제한된 물적 및 인적 자원의 효과적인 관리 능력을 배양하며, △개인, 지역 사회, 국가의 건강, 보건, 복지 정책의 기획 및 결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추구해야 한다.

능동적·선제적 대응 필요한 때

물론 현재 '대한민국 의사의 역할과 덕목'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며 여섯 번째 역할과 덕목으로 자리하고 있는 관리와 리더십도 향후에 여러 직종의 보건의료인 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보완과 수정을 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의사의 역할과 덕목'은 우리의 전통과 현실을 감안한 이상적인 의사상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이며,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결과물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의사에게 필요한 관리 역량과 리더십 역량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이 두 역량을 개발하고 유지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제도를 수립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이다.

그리고 이 과제 이전에 먼저 고민해야 할 더 근본적인 과제는 과거 우리나라 의료의 역사와 철학을 반성하고, 현재 의료의 상황과 문제를 인식하며, 무엇보다도 미래 의료가 창출해야 할 가치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약 200년 전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 현재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의사의 참된 역할과 덕목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을 현재 프랑스 의사직업윤리법에 집대성했다. 물론 프랑스 의료계도 의사의 관리 역량과 리더십 역량의 부족으로 인해 사회의 필요와 대중의 요구를 수동적으로 충족하기에 급급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의료가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치적·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면서부터 프랑스 의료계는 국가철학의 수립과 추진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해 왔다.

이런 오랜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프랑스에서 의사는 사회의 리더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인식이 사회에 확대되면서 프랑스 의료계는 대중의 신뢰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부의 창출을 요구받으면서 동시에 국내에서는 일부 전공 분야의 경우에 여러 규제 때문에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수익의 창출을 제한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의료 수급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

더 나아가 과연 우리나라에서 의료가 단순히 경제적 가치만을 창출할 수 있으며 또 이 가치만을 추구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