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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현지조사에 대한 적법절차 원칙 준수가 우선

시론 현지조사에 대한 적법절차 원칙 준수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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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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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최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 현지조사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현지조사 거부 기관에 대한 제재를 업무정지 1년에서 2년으로 강화하고, 현지조사 거부자에 대한 형사고발도 적극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의료계는 부당하고 강압적인 현지조사로 인한 의료계의 피해가 여전한 상황에서 현지조사 거부에 대한 제재와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요양·약제의 지급 등 보험급여에 관한 보고 또는 서류 제출을 명하거나, 소속 공무원이 관계인에게 질문하게 하거나 관계 서류를 검사하게 할 수 있다(법 제97조 제2항).

만약 요양기관이 현지조사 명령에 위반하거나 현지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에는 1년 범위 내에서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이 내려지고(법 제99조 제1항 제2호), 그와 별도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법 제116조).

의료법 제61조에도 유사한 현지조사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의료법상의 현지조사 명령을 위반한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의료법 제92조 제2항)와 15일 업무정지처분이 내려지는 것과 비교해 보면, 국민건강보험법상의 현지조사 규정은 매우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도 건강보험 현지조사는 의료기관에게는 세무조사에 버금갈 만큼 무시무시한 공포의 대상이다. 현지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금 환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이외에도 의료법 위반이나 허위 청구로 인한 형사 소추의 위험과 그로 인한 자격정지나 업무정지처분· 세무조사 의뢰· 명단 공표 등 각종의 불이익과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무조사 보다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크다. 이렇게 건강보험 현지조사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자유와 권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므로, 헌법에서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이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 현지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에서 정한 '행정조사'의 일종이므로, 행정조사기본법에서 정한 기본적인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는 행정조사의 기본원칙으로, ▲ 행정조사는 조사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실시해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

▲ 행정기관은 조사목적에 적합하도록 조사대상자를 선정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 행정기관은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는 공동조사 등을 실시함으로써 행정조사가 중복되지 아니하도록 해야 한다.

▲ 행정조사는 법령등의 위반에 대한 처벌보다는 법령등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세부적으로는 행정조사 사전통지(법 제17조)· 조사의 연기신청(법 제18조)· 의견제출(제21조)· 조사원 교체신청(제22조)· 조사권 행사의 제한(제23조)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는 현지조사에 있어 적법절차 원칙이나 피조사자의 권익 보호에 관한 규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건강보험법 제97조 제5항에서 소속 공무원의 증표 제시의무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국세기본법은, 납세자권리헌장의 제정 및 교부·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 세무조사권 남용 금지· 세무조사 시 조력을 받을 권리·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세무조사의 사전통지와 연기신청· 세무조사 기간· 세무조사 범위 확대의 제한 등과 같이 세무조사의 남용으로부터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법 제81조의 2 내지 제81조의 16)들을 두고 있다.

구체적인 조사방법이나 절차에 관한 사항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요양기관 현지조사지침'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현지조사지침에는 주로 행정기관의 입장에서 현지조사의 절차와 사후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을 뿐, 조사대상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나 헌법상 요구되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관한 내용은 크게 부족하다.

또한, 현지조사지침은 보건복지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하므로,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위 지침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사유만으로 구체적인 제출명령이나 현지조사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에서는 과거에 비해 현지조사 제도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주장하지만, 헌법상의 적법절차원칙이나 행정조사기본법에서 정한 행정조사의 기본원칙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까지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부분도, 법적인 제도개선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대부분 실무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실무적인 개선 조차도 의료인들의 힘든 법정 투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현지조사에 대한 제재 강화를 논하기 전에, 현지조사로 인하여 부당하게 피해 본 사례는 없는지 살펴보고, 현지조사에 관한 적법절차 원칙을 세우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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