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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과 아쉬움 교차했던 유익한 시간"

"보람과 아쉬움 교차했던 유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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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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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최고위과정을 마치고…
이은혜(순천향의대 교수)

▲ 이은혜(순천향의대 교수)

6월 장마철에 시작해서 설악산의 단풍이 한창이라는 10월까지 총 20주 과정이 끝났다.
기대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지만 나름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만약 여건이 된다면 내년에 한 번 더 듣고 싶다.

뒷간 갈 때와 나올 때 생각이 다르다는데 수료장 받고 나면 변심할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 생각은 그렇다.

의료정책 최고위과정에 참석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학회에서 유방암검진 질관리 교육을 맡게 됐고 4년째 하고 있는데 의료정책(예를 들어 국가암검진사업)을 엉성하게 만들면 의사도 욕먹고, 환자도 고생이고, 뒤치닥거리는 정말 힘들고, 결국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과 자원낭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의료정책을 누가, 왜,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어놨는지 궁금했다.

이것이 첫째 이유이고 두번째 이유는, 올해부터 대한영상의학회 임태환 회장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영상의학회에서 5명이나 의료정책 최고위과정에 참석하게 됐는데 운 좋게 그 중 한자리를 꿰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정책 최고위과정에서 제일 좋았던 점은 유익한 강의가 많았다는 것이었고, 가장 아쉬운 점은 강사에 따라 강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정책 수립과 결정과정, 건강보험과 의료공급자의 역할, 의료비지불제도의 개념과 현황 등은 나의 지적 갈증에 상당히 도움이 됐다.

2013년을 지배할 경제 아젠다와 생존전략, 의료판례를 통해 본 법과 윤리, 건강증진의 세계적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 등은 아주 재미있었거나, 논리 정연했고, 성실하고 객관적인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반면에 박근혜정부의 보건의료정책현안과 추진방향, 민주당의 보건의료정책, 보험정책의 개편방향, 진료비 급여기준 설정 및 관리제도 등은 의료정책이나 제도의 방향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담당자로서의 소신이나 열의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아래 사람이 만들어준 강의자료를 줄줄 읽는 것에 불과하다고 느꼈다.

그 외에 어디서 저런 강사를 섭외해왔나 싶은 강의도 있었고, 강의 내용이 아직 많이 남았음에도 시간 다 됐다고 중간에 강의를 끝내버린 불성실하고 유아독존적인(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강사도 있었다.

의료정책 최고위과정과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그 기간 동안에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최고위과정 동안 읽었던 책들이다. <의료보장과 의료체계> <의약분업의 역사와 평가> <건강보험통합 평가와 개혁 방향>(이규식) <왜 정부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가>(존 스토셀) 등이다.

7월에 이규식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내용이 좋기도 했지만 나의 무식함 때문에 심히 괴로왔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이규식 교수님이 쓰신 3권의 책을 발견하고 단숨에(실제로는 거의 한달간) 읽고 나니 그제서야 눈이 조금 밝아지는 것 같았다. 의사가 아닌 어떤 학자가 우리 의료계의 역사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했다는 것이 의외면서도 너무 다행스러웠다.

과거를 모르면 미래도 없다.

우리나라 의료정책이 왜곡된 이유와 배경, 그간의 논쟁을 제대로 파악하고 뼈아픈 반성을 거쳐 내실을 다져야만 훗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의 내용은 아니지만) 의협은 이제 돈 이야기는 그만 하면 좋겠다.

물론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전문가집단으로서 바람직한 정책과 방향을 제시하고 내부의 윤리수준을 높여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다른 나라의 의료보장제도를 비교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의 방향을 정리한 내용도 아주 좋았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는 잘 받아들여진 DRG를 우리나라에서는 왜 의사들이 반발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가능하다면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초반 3주 동안 그 책을 간단히 리뷰한 후에 다른 강의를 듣는다면 전반적인 학습성취도(?)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네번째 책은 추석 연휴에 읽었는데 미국의 여러 가지 정책들 (특히 오바마 케어)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걸 읽고 나니 보건복지부나 민주당에서 했던 강의가 꽹과리처럼 허황되게 들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의료정책 최고위과정을 마치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몇명 있다.
부천에서 의협까지 픽업해주신 백상현 선생님. 개근상의 일등공신이다.
출석번호 1번 강병희 선생님. 매번 진지한 자세로 질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학번의 귀여운 투덜이 조용진 선생님. 열심히 일 한 당신, 이제는 한 템포 쉬어가세요.
총무 박종률 선생님. 분위기 메이커. 재무담당인 필자 대신 돈관리도 해주셔서 고마왔다.
장성환 변호사님. non-MD 중 제일 열심히 나오신 듯….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시 또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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