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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리베이트 수법에 의사들 당했다

새로운 리베이트 수법에 의사들 당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3.10.0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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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리베이트 1심 판결…주도면밀하게 준비한 사실 드러나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에서 "의사들이 적극 요청한 것 아니다"

지난 9월 30일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 1심 선고에서 벌금형을 받아 면허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상황에 놓인 의사들이 동아제약이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새로운 리베이트 수법에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제37형사부) 재판부의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동아제약 영업책임자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2010년 11월)될 무렵 '합법적인 형식을 취한 리베이트 방법에 관해 월 1개 정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이것을 실행에 옮긴 내부고발자 A씨는 리베이트 업무를 담당하면서 병·의원에 현금을 지급하되, 중간에 에이전시를 둠으로써 외부적으로 합법적으로 보이기 위한 프로모션 수단으로서 교육 콘텐츠(동영상 강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특히 A씨는 영업책임자에게 '의사의 강의나 인터뷰를 내용으로 하는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인 '엠라이브러리'와 관련해 "에이전시를 통한 진행으로 공정거래규약을 회피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설문조사 프로그램인 '엠리서치'도 만들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합법을 가장하면서 동영상 제작과 같이 수고스럽지 않은 형태의 리베이트 지급수단이라는 장점을 가진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 "A씨는 영업사원들에 대한 교육에서 엠라이브러리 등이 '합법적 외형을 띤 새로운 리베이트 방법'이라는 취지로 교육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동아제약은 의료법(리베이트 쌍벌제)이 개정되면서 이를 준수하기보다는 회피하고, 우회하려고 엠라이브러리와 엠리서치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리베이트 수법과 형태가 얼마나 다양화되고 지능화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 "동아제약이 강의를 해줄 의사를 정했으며, 의사별 강의편수와 강의료의 지급방법은 의사와 에이전시가 협의해 정한 것이 아니라 병·의원 의약품 처방실적이나 예상실적, 동아제약 영업사원의 가용예산을 반영해 사전에 동아제약과 에이전시가 조율해서 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동아제약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리베이트 제공이 드러났음에도 재판부는 "의약품 리베이트의 문제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이 현실상 적발과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을 이용해 적지 않은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받은 점에서 그 죄질이 중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사들이 동아제약 측에게 리베이트를 적극적으로 요청한 것이 아니라 동아제약이 합법적인 것으로 가장하기 위해 개발한 새로운 형태의 리베이트 지급방식을 수용한 과정에서 사건 범행이 이뤄졌다는 것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즉, 동아제약이 제공한 리베이트는 의사들이 먼저 요구한 것이 아니라 동아제약이 합법적인 것이라며 의사들을 속이고 강의료를 지급했다는 것을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동아제약이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합법을 가장한 리베이트 수법에 수많은 의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이번 판결을 통해 드러났다"며 "동아제약에 대한 의료계의 반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동아제약 뿐만아니라 다른 제약사에서 제안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문제가 없는지 의사들은 제대로 살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1심 판결에서 벌금형을 받은 의사 18명 가운데 절반은 항소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동아제약 리베이트 재판 2라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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