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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처벌하는 한국 '리베이트 쌍벌제' 과잉규제

의사 처벌하는 한국 '리베이트 쌍벌제' 과잉규제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09.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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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윤리학회 27일 의료윤리교실 '쌍벌제와 의사전문성 위기' 진단
명확한 가이드라인 만들어야…'법적 규제'보다 '자율 규제' 바람직

▲ 한국의료윤리학회는 27일 의료윤리교실을 열고 '의사전문성의 위기-쌍벌제를 넘어서'를 조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법에 의한 처벌 위주의 정책에서 탈피, 전문가집단이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하다는데 공감했다.
의사처방과 관련된 한국의 '리베이트 쌍벌제'는 외국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규제 수위가 높을 뿐 아니라 이로인해 의약학과 제약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법적인 리베이트와 합법적인 리베이트 예외조항을 명확히 함으로써 입법의 명확성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경선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는 27일 한국의료윤리학회가 주최한 제4회 의료윤리교실에서 '해외 부당 리베이트 규제의 법적 측면'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리베이트 쌍벌제라는 특별법을 통해 의사를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부당한 리베이트를 규제하려는 것은 세계적인 경향이지만 의약학 협력과 산업발전을 저해할 정도의 과잉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은 연방 kickback(불법적인 리베이트) 금지법에 따라 의약품과 의료기기과 관련한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상을 제안하거나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가격할인 △병원이나 의료인의 단체구매 대리인으로 지정된 자에 대한 이익 제공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약품·의료기기·기부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최 변호사는 "미국은 과잉 규제로 인해 의약학적 정보전달과 상호협력을 방해하고, 산업의 유기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허용된 경제적 이익'(Safe Harbors)을 상세히 규정함으로써 여기에 포함될 경우 적법성을 인정하고, 조사와 처벌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afe Harbors에는 가격할인·공동구매회사를 통한 거래·투자이익·장소임대료·장비임대료·용역 및 관리계약·병원등 의료사업 자체의 매각·품질보증 등이 포함돼 있다.

▲ 최경선 변호사(김 & 장 법률사무소)가 해외 부당 리베이트 규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과잉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허용된 경제적 이익(Safe Harbors)' 내용을 상세히 규정, 처벌보다는 예방적 규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의협신문 송성철

"미국은 Safe Harbors의 내용을 상세히 규정해 처벌범위를 줄이고, 이를 수시로 보완해 제제적 처벌보다는 예방적 규제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한 최 변호사는 "일본 역시 임상시험·자문·강연의 대가 지급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상규상 합리적 범위 내의 경조사비 지급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과잉규제를 지양하고, Safe Harbors에 명시함으로써 정당한 의약학적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며 "그렇게 해야지만 의사 본연의 의무를 다할 수 있다"고 강조한 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의료법·약사법·의료기기기법 시행규칙의 내용이 모호할 뿐 아니라 임상시험·자문·강연 등 정당한 대가를 허용하는 규정이 결여돼 있다"며 법적 정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개원가의 인식'에 대해 발표한 홍성수 의료윤리연구회장은 "개원의사는 원가의 75%에 불과한 저수가 상황과 대화나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관주도의 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며 "억압과 규제와 강제 수탈에 휘둘리는 상황에서는 의료전문가로서 프로페셔널리즘을 구현하며 국민과 함께 항해를 계속할 수 있는 여지와 희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홍 회장은 "전문가 집단으로서 변화하는 의료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걸맞는 윤리적 입장을 확립하고, 보급·실천함으로써 자율성을 확보하는 대신 현실 안주를 통해 스스로 사회적으로 고립돼 왔다"며 "비록 요원한 길이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속 가능하면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의료제도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 홍성수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원가의 75%에 불과한 수가를 받으며, 대화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관료주의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국민의 무한 의료소비 욕구를 영국의 NHS 방식의 제도에 담으려는 모순된 인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튜 위니아 미국의사협회 윤리연구 책임자(시카고의대 교수)는 미국의사협회 의료윤리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다양한 이해 관계 상충 사례와 함께 해결 방안을 소개하며, 의사의 직업전문성과 윤리적 의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선물을 받았을 경우 그것이 환자의 가치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 자신의 대답이 '아니오'라고 나오면 그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밝힌 매튜 교수는 환자의 가치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의사의 윤리적 역할과 위상에 무게를 실었다.

토론에 참석한 신현호 변호사(해울)는 "쌍벌제는 의료계의 위기가 아닌 기회"라며 "의료계와 법조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의 전환을 통해 공개주의와 환자 주권주의 원칙을 확립하고, 자기부담의 원칙을 세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의료윤리교실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리베이트가 나쁘다는 것은 모두 동의하지만 국가가 법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 자율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보문 한국의료윤리학회장은 "법에 의존한 처벌 위주의 정책으로는 사회가 바라는 '좋은 의료' 수준에 이르기 어렵다"면서 "이런 점에서 리베이트를 차단해 의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고자 도입한 쌍벌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개인에 대한 처벌과 규제로 강제하면 일시적 효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불합리한 보험급여로 인해 의료인들이 비윤리적인 이해상충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상황에서는 진정한 합의를 얻지 못한다"며 "의료의 가치를 어떻게 잘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인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김옥주 서울의대 교수는 "전문가집단의 자율적 노력과 자율적 규제가 아닌 세계에서 유례없이 법으로 의사를 처벌하는 상황에서는 의사와 환자 간의 상호 신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전문가 자율규제에 방점을 찍었다.

맹광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쌍벌제와 무관하게 의료의 전문성과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쌍벌제가 필요없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 총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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