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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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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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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의협 경제]경제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 (23)

종합자산관리법인 L자산관리본부가 병의원 원장님을 위한 경제칼럼을 연재한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경제를 쉽고 피부에 닿게 풀어내 경제와 이를 둘러싼 상황을 제대로 짚어낼 수 있고 안목을 키울 수 있는 내용들이 담길 예정이다.
절세를 통한 현명한 자산관리방법에서부터 거시 경제에 이르기까지 경제를 통해 세상의 흐름을 조망해보자.<편집자주>

지난번 뉴스에 2009년에 수확한 묵은쌀을 햅쌀로 둔갑시켜 판매한 일당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 양정숙(L자산관리본부(주), 머니투데이 칼럼니스트)

DNA확인을 거치지 않는 이상 묵은쌀과 햅쌀을 구분지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이용해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묵은쌀은 햅쌀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유통될 수 있다. 소비자가 보기에 질이 같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면 햅쌀로 둔갑한 묵은쌀을 사는게 당연한 것이다. 소비자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16세기 영국 근대화를 이끈 엘리자베스1세는 날로 증가하는 영국의 해외무역 결제수단으로 은을 사용했다.

하지만 어느순간 은이 품귀현상을 보이는 것을 보고 당시 금융업자이며 재정고문으로 있던 토마스 그레샴에게 이 원인을 밝히라는 명을 내렸다. 이 때 나온 법칙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다.

엘리자베스1세 재임시절 영국 정부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순도가 낮은 은을 생산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된 상인들은 순도가 높은 은은 자신이 보유하고 순도가 낮은 은만 거래에 이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악화(순도가 낮은 은)'가 '양화(순도가 높은 은)'를 구축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앞서 말했던 묵은쌀의 햅쌀 둔갑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사례다. 우리주변에는 이처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예를들어 최근 유행하고 있는 반값 쇼핑몰을 보자. 양심적으로 제값을 받고 있던 상인들보다는 처음에는 높은 가격을 책정한 뒤 반값 쇼핑몰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림으로써 '양화(양심적인 상인들)'를 '악화(비양심적인 상인들)'가 밀어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시장에도 이런 상황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보험을 가입한다. 보험회사들은 손해율(자동차 사고가 나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자동차 보험료를 책정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은 대부분 사고가 날 확률이 많거나 사고가 났던 사람들로 채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유는 자신의 사고 발생 확률에 비해 보험료가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사고 발생 확률이 늘어나고 보험 회사는 손해를 줄이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고날 확률이 적은 좋은 가입자들은 보험계약을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가 도덕적해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악화'의 난립은 다양한 경제상황속에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제도를 찾기 전에 우리 스스로 악화의 길로 빠지지 않는 것이 이 사회가 한결 성숙된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문의 peach30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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