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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소통하려면 인문학적 접근 필요"
"사회와 소통하려면 인문학적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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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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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국의학도수필문학상 시상식 및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신종찬(대한의사협회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 조직위원장)
신종찬(대한의사협회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 조직위원장)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과 수필심포지엄을 시작한지 벌써 세 해째를 맞이하게 됐다. 이 행사는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 많은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해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의사수필가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9월 28일(토) 오후 5시부터 의협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먼저 제1부 '생명, 그리고 희망의 글쓰기'라는 주제로 수필심포지엄에 이어, 제2부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 수상자 발표 및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수필심포지엄 첫 번째 연자는 고려대학교 국문과 김인환 명예교수다. '수필의 철학'이라는 주제로 아도르노(1903-1969)의 수필론을 몽테뉴 수필의 문장을 인용하며 소개할 예정이다.

아도르노는 독일의 철학자이고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이면서 음악평론가다.두 번째로 문학평론가인 서강대학교 이태동 명예교수가 '생명과 글쓰기'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수필을 이끌어 온 분이라 예사롭지 않는 강의를 기대해 본다.

올해는 특별히 의사출신 신문기자를 연자로 모셨다. 세 번째 연자인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는 '언론은 의료를 어떻게 다루나'라는 제목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사회와의 원활한 소통이 아쉬운 의료계에 많은 도움이 될 내용일 것 같다.

오늘날 한국의 의료계는 극한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고, 세계 각국에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정부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강압정책을 펴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은 이 사회 뿐만 아니라 의료계를 위해서도 진실이 밝혀지고 꼭 해소되어야 하며, 그 해결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소명이라 할 것이다.

혹자는 의료계가 어려움에 처한 원인이 의료계와 사회나 정부와의 소통이 부족한데 있다고 한다. 소통의 부족도 문제이지만 그 방법에 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올바른 소통은 상명하달식이 아닌 상호존중의 바탕 위에서만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로부터 의료계의 의견을 존중 받으려면, 의료계가 남 탓을 하기 전에 먼저 사회를 설득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인간의 모순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라고 하는 카프카는, 그의 걸작 <시골의사>에서 "처방전을 쓰는 것은 쉬우나 사회와 소통하는 것은 어렵다"며 의사의 고통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 의료에는 소통과 그 방법이 중요하다.

<히포크라테스전집>에서는 의학교육이 질병학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훌륭한 의술을 펴는 좋은 의사를 배출하려면 좋은 학생, 스승과 제도 외에도, 남을 설득할 수 있는 수사학교육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히포크라테스선서에는 의사가 인류봉사에 헌신할 것을 맹세하는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말미에서 힘 있는 자들이 그들의 그릇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술을 부당하게 이용하려하면 생명을 걸고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의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권력자들이 이를 이용하고 싶은 유혹은 더 커진다고도 했다.

모순된 의사의 운명은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일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가 죽은 자를 살려내어 인기를 얻게 되자, 화가 난 제우스신이 번개로 쳐서 그를 죽였다. 그의 죄목은 죽은 자를 살려내어 질서를 어지럽혀 신의 권위에 도전한것과, 무료로 진료한 것이 아니고 돈을 받고 진료한 것이었다. 옛날부터 의사의 운명은 늘 이러해 왔던 것 같다.

지금 한국의 의료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의학 중에서 질병학만 너무 강조한 탓이 아닐까? 의료에는 3가지 측면이 있다. 인술(art of medicine)로 봉사하는 삶, 의술(science of medicine)로 학문적인 삶과 의료업(business of medicine)으로 사업적인 측면이다. 학문적인 삶을 제외한 두 가지는 과학이 아니고 문화이다. 의료가 문화라면 과학과 달리 정답이 없다. 과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인문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성싶다.

최근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인문학은 직접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라 그 길을 열어준다고 한다. 인문학 중에서 문학은 사람의 가치를 알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문학 중에서도 인간을 공부하고 남다른 경험을 하는 의사에게는, 수필문학이 가장 친근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필은 가치 있는 경험을 형상화하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기본은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해석에서 출발하고, 그 해석이 형상화 단계에까지 이르러야 문학이 완성된다고 한다. 형상화란 그 해석이 구체적 형체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이 행사가 문학작품이라면 이제 겨우 형상화 초기단계에 와 있다.

첫 번째 형상화과정인 수필심포지엄은 수필문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자신을 음미하고 반성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형상화과정인 의학도수필공모전은 미래의 주역인 후학들이 참된 의료문화를 이룩할 수 있게 디딤돌을 놓는 순간이 될 것이다.관계되는 분들은 물론 일반 의사 회원들의 많은 참석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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