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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눈 미백술, 중단시킬 근거 없다" 논란 예고
고법 "눈 미백술, 중단시킬 근거 없다" 논란 예고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9.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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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증 생겼다고 안전성 부인할 수 없어" 1심 뒤집고 김봉현 원장 '승'
안과 개원가 "부작용 심각…의사들이 안 하는 이유 왜 모르나" 유감 표시

갖은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퇴출된 '눈 미백술'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2라운드에서 뒤집혔다.

합병증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수술의 안전성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내린 중단명령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는 최근 김봉현 원장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료기술 시행중단 명령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김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김 원장이 2007년 서울 강남 개원 때부터 유일하게 시행한 것으로 알려진 눈 미백술은 결막을 절제해 충혈된 눈을 하얗게 만드는 미용수술. 그러나 눈 주위 살이나 조직이 기형적으로 자라는 섬유화 반응과 석회화, 공막괴사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급기야 복지부는 2011년 김 원장에게 시술을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이는 환자조사와 의료계 의견 등을 종합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평가에 따른 것으로, 시술 중단까지 명한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당시 평가위원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 원장이 시술한 눈 미백술을 받고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는 총 1420명(82.89%)으로, 이 가운데 중증 합병증을 경험한 환자가 952명(55.6%)에 달했다.

재판부는 눈 미백술이 오로지 미용목적으로만 시행된다는 전제 자체를 부정했다.

시술의 주 대상자인 만성충혈 환자가 이물감, 눈물흘림, 가려움증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대인관계 지장 등 심리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치료적 기능도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기존에 제기된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논란을 뒤집었다.

◇결막 절제의 안전성=눈 미백술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결막을 절제하는 수술은 있었다. 익상편을 치료하기 위해 시행되는 공막노출법이나 각막궤양을 치료하기 위한 윤부 결막절제술이 그것.

복지부는 눈 미백술이 뚜렷한 치료목적을 가진 이들 수술법보다 결막의 절제 범위가 더 커서 위험하다고 봤지만, 재판부는 "항상 절제범위가 큰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절제 범위가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이토마이신과 베바시주맙 사용의 안전성=김 원장은 수술 후 0.02%의 마이토마이신을 하루 네 번, 2~5일간 투약하도록 했는데, 이는 다른 경우에 비해 더 위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또 애초 대장암 치료제로 사용허가를 받은 베바시주맙을 사용하는 것 또한 최근 망막질환 치료를 위해 안과 영역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사실과, 용법과 용량이 과다하다고 볼 수 없어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의료기술평가위 보고서의 신뢰도=재판부는 평가위에서 작성한 보고서의 합병증률과 재수술률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증 합병증률 중 섬유화 증식 발생환자가 750명(43.8%)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는데, 이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수술 부위의 재생과정에서 사라질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눈 미백술을 받고 '만족 이상'이라고 응답한 환자가 진료기록부상 조사된 결과 96.4%에 이르고, 평가위가 직접 시행한 환자추적 조사결과에 의하더라도 56.9%인 사실을 볼 때 수술의 유효성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복지부로서는 시급하게 수술을 중단시키기보다는, 절제범위나 사용약제와 관련해 일정한 제한을 두는 지도나 우려되는 위험요소에 대한 보완조치를 택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눈 미백술 피해자 8명이 김봉현 원장을 고소한 형사사건에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과장광고에 대해서만 의료법위반으로 벌금형에 처한 바 있다.

눈 미백술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한 안과의사회측은 이번 판결을 두고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대근 대한안과의사회장은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지만, 모든 의사들이 다 안하는 것은 이유가 있는 건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면서 "술기 자체는 아주 쉽다. 돈 벌고 싶으면 해도 되지만, 부작용이 끔찍해서 차마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눈 미백술은 합병증이 생겼을 때 대책이 없다. 복구 불가능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을 보면 처참한 지경"이라며 "만성충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내린 결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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