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4:25 (목)
"원격의료 반대는 밥그릇 지키기 아니다"

"원격의료 반대는 밥그릇 지키기 아니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8.30 12:5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환규 회장, 원격의료 본질 파악 중요성 강조
"기술 아무리 발달해도 만성질환 모니터링 수준"

지난달 원격진료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정부와 관련 산업계를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원격의료의 허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소신을 밝혔다.

노 회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의료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 환상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체온·혈압·맥박 등 '생체신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원격의료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 회장은 "원격의료의 활성화를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간 많은 기술이 발전을 했지만, 이는 데이터 교환수단이 발전했을 뿐 정작 주고받는 데이터는 전혀 발전하거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노 회장에 따르면 활력징후 등 인체의 여러 신체적 상태를 반영하는 파라미터(parameter) 중 채혈을 하거나 복잡한 검사장비를 통하지 않고 간단히 수치화를 하거나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는 것들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체온·혈압·맥박·동맥혈산소포화도·심전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심전도의 경우 12채널 중 통상 1채널(lead I)만 측정하는데, 제한적인 정보로 인해 부정맥 감시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노 회장은 "이 파라미터들은 생명이 위중한 상태에 이르러야 비로소 변화하기 때문에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용도 외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며 "파라미터가 도움이 되는 경우는 만성질환자들을 모니터링 하는 경우 뿐"이라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특히 국내 원격의료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원격의료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기업이 실패한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로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획기적인 파라미터가 새롭게 발견되기 전까지는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진료의 보조적 수단 이상의 역할을 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노 회장은 "기술과 건강에 대한 환상이 원격의료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환상을 낳았고, 이러한 환상이 의료의 비전문가들에 의해 확산돼 왔다"며 "정부 역시 '미래 산업을 투자·육성한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원격의료를 이슈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격의료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원격의료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의료계의 밥그릇 지키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기술과 과학의 발전을 의료에 응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의료의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산업에 대한 잘못된 환상으로 접근하는 경우 그 폐해는 모든 국민이 감당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산업계와 정부는 원격의료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